익인들아 방가비
오늘 새벽에 글 써놓고 오늘 다시 돌아왔어.
원래 하루에 한편씩만 쓸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요 며칠 내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잖아?
그래서 반성하는 의미로 오늘은 특별히 두편을 쓰게됐어.
오늘은 두편이나 썼으니까 화난 사람들 없겠지?
아, 참.
그리고 암호닉들 써준거 잘 봤어 :)
암호닉은 따로 받는다는 글 안쓸테니까
그냥 암호닉 신청하고 싶은 친구들은
괄호 안에 암호닉 넣어서 댓글 써주면 돼.
그럼 오늘도 저번 이야기에서 끊었던 부분부터 시작해볼게.
내가 오세훈한테 문자를 보냈다가
답장을 못받고 심란해서 뒤척이다가 새벽 2시쯤에 잠들었던 부분에서
이야기가 끊겼던걸로 기억하는데, 맞지?
다음날 덕분에 부스스하게 다 부어버린 눈으로 일어나서
한참동안 정신을 못차렸어.
내가 잠이 많은편은 아니라지만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깨지면
상당히 많이 동요하는 타입이거든.
원래 12시에 딱 잠든다고 해서 별명이 면데렐라인데,
새벽 2시에 잠들었으니 생활패턴이 깨질만도 하잖아?
그래서 그날 아침부터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그래도 회사에 도착해서 오세훈 책상을 보니까
언제나처럼 멀쩡한 모습으로 출근을 했더라고.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니까 괜히 내가 기분이 조금 이상해지더라고.
나는 이렇게 정신을 못차리는데 저 녀석은 진짜
아무렇지도 않고 멀쩡하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조금 괘씸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조금 미웠던것 같기도 하고.
참, 누누히 말하지만 코꿰인 사이라고 하더라도 연인은 연인인지
섭섭한 감정이 드는건 어쩔수 없더라.
따지고 보면 나도 잘못이 있었던건데 말이야.
연애를 하면 사람이 유치해진다더니, 무작정 시작해버린
연애같지 않은 연애도 결국에는 본질이 다 똑같았나봐.
사람이 밑도끝도 없이 유치하게 행동하게 되더라고.
도대체 무슨일인가 싶어서 머릿속도 복잡하고
오전 내내 일도 손에 잘 안잡혀서 멍때리고 앉아있다가
동료한테 핀잔까지 들었다니까? 답지않게 평일날 저녁에 달리기라도 했냐면서.
사람이 혼이 빠진것처럼 보인다고 말이야. 그런데 이 모든 사단의 근원인
오세훈 그 자식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자기 업무만 잘 수행하고 있더라고. 얄밉게 시리.
나도 내 나름대로 일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도무지 찝찝한게 기분이 들어서
일이 손에 안 잡히더라고. 그래서 생각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어.
이 찝찝한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내자. 그래야 일이고 뭐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꼬여버린 현재 상황을 풀어내기 위해서 오세훈에게 문자를 보냈지.
'바빠?'
문자를 보내고나서 반응을 살펴보니까 컴퓨터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다가
핸드폰에 진동이 올리니까 잠깐 쳐다보더라고. 나야 내 문자가 도착한걸
봤으니까 당연히 답장을 할 줄 알았는데 그냥 힐끔 핸드폰을 한번 바라보고
다시 컴퓨터 스크린만 쳐다보고 있는거야.
하늘같은 선배가 문자를 보냈는데 말이야, 건방진 녀석이...!
그쯤 되니까 나도 슬슬 짜증이 나더라고.
도대체 뭐때문에 또 저렇게 꼬여서 사람을 슬슬 긁어내리는건가 싶어서.
그래서 일어나서 오세훈 책상으로 갔지.
내가 자기 책상 앞까지 걸어갔는데도 그 녀석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장부 정리만 하고있더라고. 하여간 사람 약올리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잘할 녀석이야, 오세훈 그 자식은.
"오세훈."
내가 이름 불렀더니 그제야 잠깐 멈칫 하더니 고개를 들더라고.
그리고 사람을 빤히 바라보는데 참, 표정이 하도 무심해서 할 말이 없어지게 만들더라.
그 자식이 원래 그렇게 쌀쌀맞게 생긴줄은 몰랐거든.
조금 선이 날카롭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항상 하회탈처럼 웃을때가 많으니까.
혀에 버터 바른것처럼 능글거리게 생겼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보니까 굉장히 쌀쌀맞게 생겼더라고.
그래도 나도 모르게 멈칫 했더니 그러더라, 그 녀석이.
"할 말 있으세요?"
"...어?"
"저 용무중인데요. 할 말 없으면 그만 가보세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 같지?
맞아, 내가 바로 어제 오세훈 그 자식에게 했던 말이지.
다만 그걸 존댓말 버젼으로 바꿨다는게 틀린점이지.
내가 말할때는 몰랐는데 생전 안그러던 오세훈 그 자식이 저런식으로 말을 하니까
갑자기 짜증이 확 치솟더라고.
그래서 그냥 한마디 던지고 밖으로 나와버렸지.
나답지 않게 참 대책없이 밀어붙여버린거지, 뭐.
"할 말 있으니까 나와. 여기서 하기 좀 그러니까."
그리고나서 사무실을 나와서 커피 자판기 앞에 기다리고
서 있었거든. 그런데 몇분이 지나도 오세훈 그 녀석은
코빼기도 안보이더라고. 나 참, 들어가서 때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데 손을 잡고 질질 끌고나올수도 없고 말이야.
그래도 참을 인 세번을 새기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혼자 꾹 참고 있다가
10분이 지나서 그냥 다시 돌아갈까 생각하고 뒤를 돌았는데
저 멀리서 오세훈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더라고.
사람을 10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늦장이나 부리고 말이야.
하여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니까? 이기적인 자식.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멍하니 서서 그 녀석을 보고있을 내 모습이 너무 눈에 선한거야.
아무런 위엄도 없고 덩치도 작은 선배가 벙찐 얼굴로
자기를 올려다보고 있으면 말을 듣고 싶겠냐고. 당연히 우습게 느껴지지.
그래서 일부러 잘 하지도 않던 짝다리를 짚고 서서
최대한 매서운 눈초리로 오세훈 그 녀석을 삐딱하게 쳐다봤지.
그런데도 그 자식은 태평하기만 하더라.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이었어.
아주 사람 미치게 하는 타입인거지.
그 녀석이 천천히 걸어서 다가오더니 하는 말이 그거더라고.
"할 말 있으시면 빨리 하세요.
오늘 처리해야할게 많아요."
참 나, 누구는 할 일이 없어서 이렇게 밖에까지
후배겸 애인인 사람을 불러내서 훈계를 두는것도 아니고.
오히려 업무의 양과 난이도로 치자면 선배인 내가 월등히 많고
훨씬 심오하기 그지 없다고. 웃기는 자식이야, 정말.
그래도 일단은 그 녀석한테 무슨일이 있는지
구슬려서 물어봐야하니까 어색하게 짚고 있던 짝다리도 풀고
다시 얼굴 표정도 원래대로 되돌리고 물었지.
"혹시 어제 무슨일 있었어?"
내가 저렇게 물어봤는데 오세훈 그 녀석이
갑자기 다른곳을 보고 있다가 나를 빤히 바라보더라고.
너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기분이 확 나쁜거야.
그래도 꾹 참고 대답을 기다렸지. 그런데 이번에는 그 자식이
인상을 확 찌푸리는거야. 그러더니 대뜸 그러더라.
"멍청한건지 원래 사람 속 태우는게 취미인건지..."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야?"
"그럼 제 앞에 지금 선배 말고 다른 사람 있어요?"
저건 또 무슨 소리냐는 말이야.
멍청한건지, 사람 속 태우는게 취미인건지, 라니.
나는 나름 머리도 좋고 사람 속 태우는 악질적은 취미는 더더욱 없다는 말이지.
아주 건실하고 평범한 청년일 뿐인데, 이런식으로 폄하당하고 매도당하면
내 입장에서 참 곤란하고 어이없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나한테 말하는거냐고 되물으니까 코웃음을 치면서 저런 대답을 하는거야.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사람 연락도 다 씹고 말도 없이 철벽치는게 누구인데.
내가 잠깐 오세훈 저 녀석의 좋은면만 보고 있다가 새삼 그 녀석의 본래 모습을 잊고 있었던거지.
개새끼. 저 녀석은 개새끼였지, 참.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데?"
"선배야 말로 저 왜 불렀어요?"
"네가 어제부터 연락 씹었잖아."
"연락 씹은걸로 치면 저는 선배 수십번도 더 불러내서 따져야 했어요."
"......"
"분명히 말씀 드렸을텐데.
저 오늘 처리해야할 일 쌓여있다고요."
"혹시 내가 뭐 실수했어?
나도 모르는새에 말실수를 했다던가..."
결국 나도 그냥 돌직구를 던져버렸지.
아, 이런식으로 돌직구를 날리는건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란말이야.
나도 민망하고, 상대방도 민망하고. 정말 질색이야.
그래도 난 도무지 저 녀석이 왜 저렇게 나오는지 답을 모르겠다는 말이지.
그래서 결국에는 질문을 던져버렸어. 혹시 내가 실수한게 있느냐고.
그랬더니 오세훈 그 녀석이 진짜 허탈하다는듯이 웃음을 흘리더라고.
되게 낙심한 표정으로 말이야. 지금 울고싶은게 누구인데.
"선배는 원래 그렇게 사람이...됐어요."
무슨 말을 하려던건지 갑자기 말을 하다가 멈추더라고.
사람 더 답답하게. 그래서 나도 답답한 마음에 계속 따졌지.
할 말이 있으면 끊지 말고 이야기 해라, 섭섭한게 있으면 다 털어놔라.
그랬더니 오세훈 그 녀석이 울컥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라고.
얼굴까지 엄청 구긴 상태로 말이야. 나야 당연히 쫄아서 가만히 있었고.
말했잖아, 나는 나보다 덩치 큰 사람한테 덤비는 비합리적인 일은 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그 다음에 그 녀석이 한 말을 듣고 나는 처음으로
그 비합리적인 일을 저지를뻔했어, 진심으로 말이야.
"사람이 원래 그렇게 헤퍼요?"
"뭐?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원래 다른 사람과 대화할때 애인한테도 잘 안해주는 이모티콘에
온갖 아양을 다 떨면서 이야기 하는 편이냐고요."
"허, 헤프고 아양까지 떤다고?"
진짜 코웃음이 저절로 나오더라.
헤프고 아양을 떨어? 내가? 그게 다 누구때문인데.
애초에 애교 많고 이모티콘 많이 쓰는 귀여운 사람이 좋다고
먼저 언질 넣어놓은게 누군데. 내가 누구때문에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나쁜새끼. 저 말 들으니까 순간 속에 있는 뭔가가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 들더라고.
괜히 울컥 뭔가가 올라오는것 같기도 하고, 마음을 어떻게 주체할수가 없더라.
배신감이라고 해야하나?
저 녀석이 은연중에 내가 헤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서 드는 배신감.
비록 내가 술먹고 자기한테 자빠졌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애인인데.
허울좋은 이름뿐인 애인이라지만, 그래도 애인이잖아.
진짜 나를 헤프다고 생각했던건가, 싶어서 막 서럽고 그러더라고.
이래서 연애고 뭐고, 감정놀이라는게 정말 하기 싫은건데.
나쁜새끼. 오세훈 그 새끼는 진짜 나쁜새끼야.
나도 열받아서 에라이 모르겠다, 라는 생각으로 아무말이나 막 퍼부었지.
내가 평소 화는 잘 안내도 한번 화나면 폭주하는 타입이거든. 참 피곤하기는 한데, 그래도 뭐...
어쩌겠어, 그게 본성인것을.
"헤프다고? 너 그거 모르고 나랑 연애했냐?"
"무슨 소리예요?"
"술먹고 너한테 엎어질 정도면 충분히 헤프다는 이야기 아니야?
정신머리 멀쩡히 박힌 사람이 회사 후임한테 술먹었다는 핑계로 엎어졌겠냐고.
헤프니까 본성이 튀어나온거지."
"......"
나도 내가 무슨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어.
그냥 나오는대로 막 쏟아낸거니까.
다만 확실한건 내가 한 말을 듣고 그 자식이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는거지.
그 순간에는 그 모습에 오히려 짜릿함을 느꼈던것 같아.
왜냐하면 나도 그 자식이 한 말에 상처를 받았거든.
헤프다니, 내가? 내가 누굴 위해서...
개새끼. 오세훈 개새끼.
"너 웃긴다.
헤픈거 모르고 사귀자며 들이댄건 너였고, 나는 거기에 응해줬어.
그런데 이제와서 실망했다느니 어쨌다느니 상처받은 얼굴로 나 쳐다보면
내 입장에서는 참 곤란하지. 안 그래? 지금 이 상황이 나는 상당히 달갑지 않거든?"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요?"
"아니, 더 있으니까 들어.
내가 헤퍼서 싫어? 싫으면 헤어지자고 말해."
"됐으니까 그만해요."
"왜, 싫어?
너 체면 세워준다잖아.
같이 사귀다가 하도 헤퍼서 네가 먼저 찼다고 이야기 하고 다녀.
그럼 너 쪽팔릴 일도 없잖아. 사람들은 그런거 따진다던데.
너라고 뭐 다르겠어?"
저쯤되면 나도 그냥 필터링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고 보면 돼.
그때의 기억이 솔직히 잘 안나거든. 하도 흥분한 상태여서.
헤프다는 말이 그렇게 강한 각성제로 작용할줄 나도 몰랐고 그 녀석도 몰랐던거지.
그런데 그때는 정말 마음이, 되게 이상하고 슬펐어.
말했잖아, 나 되게 보수적이라고.
그래서 술먹고 무책임하게 저 녀석과 섹스했다는 사실에 되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거든.
근데 저 녀석이 그걸 제대로 건드려버린거지.
아무튼 나도 아무 생각없이 그냥 가시박힌 말만 던져대니까
저 녀석이 갑자기 손을 들더니 내 볼 한쪽을 꾹 누르면서 밀어내더라고.
뺨이라도 한대 치려는건가 싶어서 솔직히 움찔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얼굴 한쪽만 밀어내고 마니까 나는 벙쪄서 가만히 그 자식만 쳐다보고 있었지.
그런데 그 자식이 굳은 얼굴로 그러더라.
"참 말 밉게한다.
말을 이렇게 잘했으면 평소에 카톡으로 대답도 잘 좀 해주지."
"......"
"나 많은거 바란거 아니거든요.
그냥 애인이니까 조금 특별하게 여겨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웠어요?"
저 말 하는데 저 녀석 심정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가더라고.
내가 너무 연인이라는 개념 자체를 가볍게 생각했던게 아닐까, 싶고.
조금 더 공들여서 소중하게 생각했어야 하는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후회하는 마음도 조금 들고. 그래도 저 녀석이 한 말은 정말 너무했잖아.
그래서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어. 그랬더니 그러더라고.
"그만 싸워요, 일단은.
더 싸우다가 진짜 헤어질것 같으니까.
시간을 좀 가지고 천천히 생각해봐요. 서로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사실 내가 바랬던건 저런 말이 아니거든.
의외로 되게 단순한 말이었는데.
"먼저 들어가볼게요."
나쁜놈. 난 그렇게 모질지 못해서 그냥 한마디면
다 용서했을텐데.
그리고 나도 해줄말이 있었을텐데.
착잡한 마음에 가만히 서있었는데 오세훈이 가려고
돌아서는가 싶더니 다시 뒤돌아서서 갑자기 내 목덜미에 손을 대더라고.
나는 멱살이라도 잡는건가싶어서 움츠리고 있었더니,
내 넥타이가 삐뚤어져있었나봐. 아침에 정신이 하도 없어서 급하게 출근했더니.
넥타이를 정돈해주면서 그러더라고.
"역시 분홍색이 잘 어울리네."
내가 분홍색 넥타이를 하고 왔던가.
그냥 아무런 생각도 없었어.
내가 원했던건 분홍색 넥타이가 잘 어울린다는 칭찬이 아니었으니까.
그냥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 하는게 그렇게 어렵냐, 나쁜 자식아.
그 녀석이 뒤돌아서서 가는데 괜히 속도 상하고
분해서 그런건가 코끝이 시큰거려서
결국 화장실로 들어가버렸어.
사나이 김준면이 유치하게 사랑싸움 때문에 회사 화장실에서 몰래 코나 훌쩍거릴줄이야.
아, 정말 잊고싶은 흑역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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