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동생이 있거든
남자애야
고등학교 때부터 엄마 아는 분 통해서 알게 된 사이라 뭐 엄청 친하진 않은데
그렇다고 만날때마다 어색한 사이는 아닌 딱 그정도 사이
걔가 이번에 수시 합격했다고 밥을 사달래
알았다고 하고 만났어
얘가 키가 되게 크거든?
몇이랬지.. 한 185쯤 될 거 같은데
나는 난쟁이똥자루야 157이거든
허허허허허헣ㅎㅎ
쟤랑 서있으면 진짜 거의 30센치 차이나서
쟤 만날때는 항상 힐을 신어야돼
아무리 높은 거 신어도 차이나는건 마찬가지지만ㅠㅠ
오늘도 여전히 나는 작고 걔는 크고
뭐 먹고 싶냐니까 곱창이 먹고싶대
대낮부터 무슨 곱창이냐면서 타박하니까
자기는 오늘 꼭 곱창을 먹어야겠다면섴ㅋㅋㅋ
점심에 곱창먹기 좀 그러면 저녁에 먹자면서
영화를 보자는거야
좀 코스가 데이트코스처럼 가는 것 같았지만
말했듯이 쟤하고 나는 그저 그런 사이거든
그리고 아직 내가 연하는 다 동생같아서ㅋㅋㅋ
특히 쟤!!!
아 쟤라고 자꾸 부르니까 좀 그런가..
이름은 상혁이야
한상혁
영화를 보자그래서 뭐 보러 갔지
영화도 꼭 지같은거만 골라
액션영화 봤어^^
근데 나도 재밌게 본 게 함정
영화볼때는 뭐 아무것도 없었고
아, 상혁이가 이따 곱창 많이 먹을거라고
팝콘 안먹는대서 돈 좀 굳었다
영화도 상혁이가 보여줬어
저녁에 많이 뜯어먹을거라면서
나쁜놈
영화 다 끝나고 나와서 곱창을 먹으러 갔어
진짜 많이 먹긴하더라
역시 패기의 고딩
아 이제 곧 성인이지
어쨌든 남자애는 남자애야
근데 저녁이라 그런가
식사로 먹는 손님보다는 술안주로 먹는 손님이 더 많더라구
애도 막 눈을 반짝반짝하길래
대학도 합격했겠다
그냥 소주 한 병 시켜서 천천히 나눠먹었어
민증검사 안해주신걸 감사히 해야할지..ㅎ
곱창집에서 둘이 먹었는데 육만원 나왔다
한상혁..ㅂㄷㅂㄷ
알바 시작하기만 해봐라
어쨌든 살짝 알딸딸한 상태에서 나왔는데
요새 저녁공기 되게 춥더라
엄청 쌀쌀해졌길래 팔짱끼고 버스정류장까지 빨리 걸어가는데
뒤에서 되게 여유롭게 휘적거리면서 걸어오는거야
근데 금방 따라잡혀서 자존심 상함
살짝 째려보고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내가 원래 그런데서는 멍때리는걸 잘해
오늘도 여전히 멍하니 찻길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키 큰 놈이 머리에 손을 턱하니 얹더니
쓰다듬으면서
"정신차려ㅋㅋㅋㅋ"
이러는거야
아 글로 쓰니까 뭔가 안설레는거 같은데
한상혁이 진짜 손도 엄청 크고
아니 그 기다란게 애기취급하는데
뭔가 기분이 거지같진 않고 귀여워야 될 거 같은 기분..?
그렇게 나 혼자 꽁기꽁기해가지구
헤어지고 집에 왔는데
카톡이 왔더라
「야 누나 곱창 잘먹었다」
「야는 왜 붙여ㅡㅡ」
「누나 잘머거쪄염」
「귀여운척하지마」
「ㅋㅋㅋㅋ야」
「와 이제 아주 말을 놓네」
「안돼? 그럼 다르게 부를게」
「? 뭐라고 부르게」
「ㅋㅋㅋ자기야 내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