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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 있어 너는 

계절에 상관 없이 몸을 다 덮는 학교 가디건에 

늘 혼자 있는 교실의 공기같은 아이라면 

  

 나에게 있어 너는 

글을 사랑하는 아이 

아이들을 좋아하는 아이 

도서관에 갈 때면 몸을 다 덮는 큰 담요와 

점심시간과 석식시간이 되면 연기처럼 사라지는 그런 아이였다. 

  

  

너를 처음 만난건 학교 입학식. 

지루한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 가운데 

혼자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열심히 경청하는 네가 신기했다. 

그래서 2시간 내내 주구장창 네 표정만을 주시했었다. 

  

뭐가 그렇게 신기한건지 호동그랗게 뜬 눈과 

구김살 하나 없는 얼굴 

그리고 틴트로 떡칠되어 있는 입술이 아닌 

그 나이에 맞는 아주 말랑해 보이는 선홍빛 입술 

미용실은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을 것 같은 갈색머리 

내가 생각해도 좀 변태같지만 하얗진 않은 피부지만 빛을 받아서인지 반짝반짝한 얼굴 

  

어디에도 없는 귀한 얼굴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학교와 학생이라는 타이틀에서는 보기 드문 얼굴이였다. 

그것도 

고등학생이 

  

  

같은 반 짝궁 옆 번호 

신기하게도 학기 초에는 늘 너와 붙어있었다. 

조별 활동이나 특기 시간에도 너와 나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부끄러움이 많은 건지 

아니면 아직 어색해서인지 자리에 있는 시간보다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수업이 끝나면 내가 말을 걸 새도 없이 책과 담요를 들고 쌩하니 나가버렸다. 

마치 '나에게 말걸지 마세요' 하고 티를 내듯 

  

하지만 무었 때문이였을까? 

난 그런 모습 마저도 귀여워 보였다. 

그리고 니가 귀여움의 정점을 찍은 날. 

니가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 날 

많은 시간이 지난 후인 지금도 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점심시간 

오랜만에 책이나 읽어볼까 하고 들어간 도서관은 

사서 아주머니 한 분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너도 빼고. 

  

제일 구석진 자리에서 빛바랜 파란색 덩어리가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점심도 먹지 않은건지 자신의 큰 담요를 덮어쓰고 잠을 자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광경이 너무 웃겨서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나중에 깰 너를 대비해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햇볕이 따뜻하게 비치는 창가 앞 

파란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잠자리가 불편한지 조금씩 움직이며 끼잉거리는게 영락없는 고양이 같았다. 

이런 비유를 싫어할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그래 보였다. 

  

옆으로 삐져나온 담요가 신경쓰여  

살짝. 아주 조심히 덮어주려던 순간 니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창에서 내려온 빛에 눈을 찌푸리며 나에게 내뱉은 첫 마디 

  

"뭘꼴아?" 

  

  

그 이후로 너와 나는 가까워 졌고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더 없는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 해 8월 이사를 가게 되었다. 

너와 아름다운 흑역사를 그 자리에 고이 묻어둔 채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그 때의 너와 내가 

지금은 어디 있을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내 기억은 날지 

아, 이건 너무 무리한 부탁인가 

  

지금 나는 너에게 말한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나에게 넌 아름다운 기억으로나마 흐릿하게 남아있음을 

너도 내가 아주 작은 기억의 한 자락에 번진 잉크자욱처럼 잊지 않았기를 

하지만 잊지는 못하겠지? 

네 첫키스를 뺐어간 나쁜놈이니까 

  

보고싶다.  

내 첫사랑 

내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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