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메- 요 코찔찔이 또 감기걸려브렀어야! 그니께 단디 입고 다녀블라니까 요놈 가시나가!"
쫙쫙-
"앜!!!! 아파!!할무니!!!"
"그럼 아프라고 때리지 이 썩을년아! 서울가면 더 추울텐디 벌써부터 이라믄 우짜라는거여!"
"
조용하던 시골마을에 이게 왠 소란이냐고 물으신다면, 이는 18년 인생중 자그마치 16년을 시골에 바친 꽃다운 이 OO이가, 드디어! 시골을 벗어나 서울에 가게 되는 날이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잔뜩 들뜬 마음으로 마당에 발을 디딛은 나는, 그와 동시에 푸헹취!하고 재채기를 내뱉었더랜다. 마침 평상에서 고추를 말리던 할메의 레이더망에 그 모습이 포착되었고, 그걸 보고만 있을 성격이 아닌 우리 할메는 옆에있던 파리채를 들고 곧장 내게로 돌진해 등을 인정사정없이 때려댔다.
"오메- 할메! 나 서울가기전에 여기서 먼저 맞아 죽겠어야!"
"니미. 시방 니가 지금 말같지도 않는 소리 내뱉을때여? 어여 준비하고 가! 니그 어메 기다리겄어-"
그렇다고 내가 맞고만 있을 성격도 아니었지만, 오늘은 '어 리를 스페셜'한 날이기 때문에 맞으면서도 헤실헤실 웃어댔다. 옴마- 저가시나가 정신이 빠졌나. 어여 준비안해?!
할무니의 불호령을 듣고 그제서야 느긋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스로 머리를 감으면서도 헤실헤실, 양치를 하면서도 헤실헤실,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으면서까지 헤실헤실.
내가 봐도 좀 미친 것 같으나, 어쩌겠는가. 진짜 좋은걸!
" 할무니- 내가 자주 내려올께!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돼-"
"오냐- 할메 없다고 또 질질 짜진 말고"
"에이- 김칫국 마시지 마십쇼! 난 절대 안울어! 오히려 할무니가 그럴것 같은데-헤헿"
겉으로는 안그래보여도 섭섭한 마음은 숨길 수 없었는지 한참을 내손을 잡고 놓지 않는 할머니였다. 아무렴 16년 동안 업어키운 손주가 하루아침에 서울에 가게 되었는데
그 어떤 사람이 섭섭하지 않으랴- 나는 말없이 할메를 꼭 안아주며 진짜 마지막 말을 이어 나갔다.
"할메- 내가 말은 안해도 정말 너무 사랑하는거 알지? 16년 동안 나 업어주고 먹여주고 키워줘서 너무 고마워요- 내가 정말 자주 전화하고 자주 내려올께. 고마워요"
.
.
.
자신 있었다. 자신 있었단 말이다!
"허어엉-"
니미 시부럴. 흐어으엉- . 분명 나오지 않을 것 같던 눈물이, 차창 밖으로 누런 시골 들판이 하나둘씩 그 색을 감추고 커다란 회색빛 건물들이 그 빈자리를 매우기 시작할때서야 할메집 고장난 호스에서 나오는 물 마냥 줄줄 쏟아져나오더랜다. 워메, 나 왜 이런다냐-
항상 시골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길에 하루에 한번씩은 꼭 밟던 이장님댁 강아지 몽구의 바나나똥도 싫었고, 마을 가득 퍼지던 친근한 거름 냄새도 싫었고, 도무지 밑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할매집 변소도 싫었다. 뭐, 말하고 보니 이래저래 변얘기 밖에 없다만, 나는 그만큼 시골을 정말! 간절히! 벗어나길 바랬다. 얼마나 서울서울 노래를 불러댔으면 할메에게 등짝 스파이크를 맞는게 일상이었겠는가.
허나 바로 오늘. 그렇게 바라던 대로 난 시골을 벗어나게 되었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하였던가-
아직까지도 퐁퐁 흐르는 눈물을 보니 나레기는 막상 우리 할매 없는 서울도 싫은 모양인가 보다.
잘 살겠지, 우리할메? 나 없다고 또 맨날 마을 회관에서 화투로 돈 다 잃는건 아닌가 몰라....
안돼는데- 내가 겨우 우리 할메 도박 끊어놨는데- 허헝-
"안돼는데-허ㅓㅎ헝-"
그렇게 잠시 멈추나 했던 눈물콧물을 다시 찔찔 흘리면서 '할무니-워메 시부럴'과 함께 오열하고 있으려는데. 문득 팔뚝께에서 뭔가가 꾹꾹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방 뭐시여! 아니꼬운 가자미 눈으로 고개를 휙 옆으로 돌려 쳐다보니,
![[방탄소년단/탄소] 옴마, 이게 내가 바랬던 서울?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01915/1b7052cd88268c5c7945418153741899.jpg)
"저...저기.... 이걸로 닦으세요."
딸꾹!
....옴마. 이게 뭐람? 오질나게 잘생긴 옆좌석의 사내가 눈에 띄게 손을 벌벌떨며 휴지를 내게 내밀고 있었다. 허구한 날 시골에서 까무잡잡하고 흰 난닝구에 반바지만 입던 내 또래 아놈들만 보다가 갑자기 심쿵!간쿵!할 외모의 사내를 보니 이 주책맞은 뇌가 제대로 놀랐는지 그렇게 울어재끼며 찾던 할메도 잊고 멍-하니 사내를 쳐다보았다. 우리 할메가 안다면 저..!저 썩을 가시나! 하며 파리채로 내 등을 쫙쫙 때렸겠지만 뭐, 아무렴 어떠나.흐흐-
그 훤칠한 사내는 한참을 중얼중얼거리다 꺽꺽거리며 우는 내가 다소 미친듯 보였어도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기엔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이런. 꽤나 큰 결심을하고 조심스레 휴지를 건냈을 사내는 대성통곡하다 급 조용해진 나때문에 이젠 아예 창백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아- 고맙습니다."
![[방탄소년단/탄소] 옴마, 이게 내가 바랬던 서울?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01915/262c9d9fc292e729c4f9c5344a15139d.gif)
"아..아니에요- 보니까 아까 부터 계속 울던데, 얼른 뚝하세요 뚝. 볼 쓰리겠다"
![[방탄소년단/탄소] 옴마, 이게 내가 바랬던 서울?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0201/3d4a622b95ebd4f2c3aa6f9c6dd41416.png)
읔, 마 헕..!
잘생김에! 자상함에! 존댓말에 반말까지 적절히 섞는 센스까지 보여주는 남정네라니! 신이시여, 시골에서 그 어떠한 변들이 내 앞길을 막아와도 얌전히 참아왔더니 드디어 제게 진정한 제 남자를 보내주셨군요..!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할메. 미안해. 지금 생각해보니 할메 없는 서울 생활도 나름 괜찮을 것 같아...☆
뭐부터 해야되지. 뭐라해야하지! 으어-
머릿속이 정말 새 하얘졌다. 시방 나는 지금 한마리의 위험한 짐승이여..! 평소 '나 오늘 이상형 봤어ㅠㅠㅠㅠ'라는 게시물이 보일때 마다 콧방귀를 펭 뀌며 '그래서, 키스는?'이란 댓글을 써왔던 나였다. 물론 내게 그럴일이 생길 리 없으니 막무가내로 썼던 댓글이었지, 막상 내가 그 상황에 닥치니 키스고 자시고 내수컷...내수컷!이란 생각밖에 안드는 거다. 허헝. 뭐지, 뭘 물어봐야되지. 어....이름! 그래, 이름을 물어보자.
"어후.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근데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성함이 어떻ㄱ..."
'이번역은 OO역. OO역입니다-'
![[방탄소년단/탄소] 옴마, 이게 내가 바랬던 서울?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01915/d02b8cccbcc73c26192c3238acf1df94.gif)
ㅔ 되세요.......?
..헐..
10분도 안되는 짧은 순간이었다. 물론 그남자가 의도한건지 아닌건지는 모르겠다만, 내입장에서는 '퍼펙트한 철벽'을 연상시키고는 남정네는 다급한 뒷모습으로 기차에서 내렸다.
마치 보이스피싱을 한 기분이었다. '여보세요- 고객님- 다름이 아니고 이번에 고객님의 통장에서 1200만원이 빠져나가셨는데 너무 커다란 액수라 확인하ㅅ-','저 통장같은거 안키워요'와 같은 맥락이랄까?☆ 어쩐지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 좋다했다. 그래.. 내인생이 그렇지 뭐. 그냥 열심히 할무니 밭농사 도와드리고 안마해드리며 시골에 있을 걸 그랬다.
할무니...... 내가 미안. 다시는 우리 할메 버리지 않을께-
그렇게 내게 깊은 효도심을 심어주곤 점점 점이되어 떠나가는 사내의 뒷모습을 아련하게 쳐다보며 입맛을 싹 다셨다.
아-
정말 키스라도 할 걸 그랬다.
.
.
.
허헝- 안녕하세요. 제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일단 너무 고맙습니다!
그동안 시험 준비 때문에 바빠서 글을 쓸 겨를이 없었어요ㅠㅠㅠㅠ 그렇다고 시험을 잘 본 것도 아니지만..ㅎ..ㅎㅎㅎㅎㅎㅎ
왜 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마음이 너무 급해서 꽤 다급하게 쓴 것 같네요..ㅋㅋ...
석진이와의 급 만남이란....☆ 곧 다른 멤버들도 만날 수 있을 꺼에요 흐흫-(스포잼)
처음으로 시리즈물을 쓰는데, 그동안은 조각글이기도했고 그냥 별 생각 없이 쓴 글이기때문에 포인트를 안달았었는데요,
이번에는 나름 시리즈물이기도 하고 구상도 해왔기때문에 욕심을 좀 부려봤어요 ☞☜(소금소금)
정말 항상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할지 고민돼네요ㅠㅠㅠㅠ사랑합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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