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자유로이 날리는 머리카락과 노을에 젖은 얼굴.
먼 곳을 응시할때면 살짝 흐려지는 눈동자가 출렁이는 일몰을 담고 있었다.
나 여기 있어요, 라고 말하면 당신은 그래,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라고 말해주겠지.
하지만 난 더 원해.
당신을 더 갖고싶어.....
"나오길 잘했다. 그치?"
당신이 웃어보이면
나는 동시에 행복하고 또 슬프다.
"응. 이 시간에 나와보는거 오랜만인거 같다."
"사람도 많이 없으니 좋으네."
"둘이 있어서 좋다는 거지?"
"넌 어쩜 말을 다 그렇게 돌리니?"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당신을 마주치고 싶다.
옆집 사는 동생이 아닌, 처음 만나는 타인인 관계로.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거야 우리 둘이.
그러면 나는 더 솔직해 질 수 있을까.
당신도, 솔직해 질 수 있을까.
"타쿠야, 요즘 생각이 많아 진 것 같다?"
"아, 미안.. 잠시 딴생각. 히히."
"여자친구 생겼어?"
형이 불쑥 물어왔다.
내가 사랑하는 미소 띈 표정 그대로.
이럴때면 난감하고, 또 난감하고, 또....
"형......."
나는,
"어두워진다. 들어가자."
오늘도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채 그저 서럽게 웃는다.
*
타쿠야가 돌아간 뒤의 집은 적막했다.
불을 죄다 켜놓고 거실 중앙에 정신을 빼놓고 서있었다. 얼마나 서있었는지 다리가 저려올 만큼.
이사를 가야하나? 타쿠야는, 타쿠야만은 안된다.
혼자 몰래 품고 있던 마음이었다. 둘이 맞닿아서는 절대 안될 그런 마음이다.
자신으로 인해 타쿠야가 힘들어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받아줄 수 없어. 안돼.. 안돼..... 어떡하지.."
그동안 같이 있는게 너무 즐거워서 도를 넘어버렸다.
타쿠야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다정해서, 너무 곧아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은 나의 욕심으로, 나는 천벌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흑.... 흐윽........"
내일 타쿠야가 또 올텐데, 눈이 부어있으면 분명 또 한참 추궁할텐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타쿠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후로도 한참을 더...
-
오랜만에 나타난 타쿠야는 전과 다르지 않아 안심이 되었던 것 같기도, 뭔가 아쉬웠던 것 같기도 하다.
-
"생각을 좀 해봤어."
".....그래."
"나 역시 형이 없으면 안되."
"....타쿠야,"
"그래서 말인데, 내가 놀이 하나를 생각해 왔다?"
"놀이?"
"응- 사실은 쉬운거. 룰 하나만 지키면 되는거야."
"뭔데....?"
*
아 역시 어색하다.
사람이 많은 광장은 정말 싫다. 내가 싫어하는거 알면서도 이런 곳으로 부를건 또 뭐람..
'도착했어?'
문자를 조그맣게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응... 어디야?'
'그건 비밀!'
'왜?? 이게 뭔데?'
'자, 게임 시작이야. 이제부터 난 형을 찾으러 갈거야. 그리고 찾으면'
문자가 끊긴채로 날아와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가 걱정이 되던 찰나, 마지막 문자가 도착했다.
'룰 기억하죠?'
그 말에 오기가 생겼다.
절대로 찾지 못하게, 누구도 찾지 못할 곳으로 숨어 버리겠다고.
*
시계가 오후 6시를 가리켰다.
밖에 나와 있은지도 벌써 7시간째다.
이쯤이면 타쿠야가 날 그냥 골려먹으려고 이런 제안을 한게 틀림없다고 생각된다.
"이 나아쁜놈..... 배신이야 배신."
뭔가 잔뜩 억울한 느낌에, 조용히 몸을 구기고 있던 길구석의 조그만 카페에서 일어서려는 찰나,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들어왔다.
눈이 정통으로 마주쳤다.
"아......."
환히 웃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너를 보았다.
"안녕하세요?"
네가 인사를 건넨다.
"초면에 실례지만, 동석해도 될까요?"
나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속이 울렁울렁거리고 답답하다. 왜. 왜.
"으ㅇ... 예.. 앉으세요.."
나는 마지못해 대답을 한다.
"이름이 뭐예요?"
"....."
"에이, 너무 튕기신다."
"장위안..이요."
"저는 타쿠야. 테라다 타쿠야예요."
첫눈에 반했어요. 진짜루.
저랑 사귀실래요?
어디에서 준비해온 건지, 작은 꽃다발을 내밀며 헤실헤실 웃는 너에게, 나는 화낼 힘도 없어져 대신 마주 웃고 말았다.
"향기가 좋네요.."
너무, 너무 좋아요.
이 말을 하는 나는 왜 멍청히도 울고 있는건지.
그동안 홀로 삭인 눈물들 모두가 이때다!하고 한꺼번에 흘러나오는 것만 같아 곤란할 정도로, 숨을 쉬기 곤란할 정도로.
너무해. 너무했어 타쿠야.
"대답은요?"
하고 재촉하는 네가 너무 얄미워서
"말 안해 줄거야."
하고 유치하게 말하는 난.
아, 스물 후반이 되어서 나이값을 못하는구나 못해.
"어, 오늘 하루는 서로 존댓말 하기로 한거 잊어버리셨어요?"
"몰라아... 너 진짜 미워.."
어쩜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흑역사로 남을 날일지도.
내 입은 내 의지를 무시하고 얼토당토 않는 단어들을 뱉어낸다.
"사랑해요."
"응... 나두.. 사랑해."
"존댓말해야 된다니까! 처음보는 사람한테 이럴거예요?"
"으이씨!! 사랑한다요, 됐어요?"
그래도 이정도면, 기억해 줄 만한 날이지.
우리가 처음 서로를 만나, 서로에게 사랑에 빠진 날.
*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1.허허 드디어 끝났다. 사실 저번에 올린게 끝으로 그 이후에는 어떻게 적을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뒷편을 원한다고 해서 급히 쪄왔어ㅋㅋㅋ 쓸 때는 많이 쓴 것 같았는데 다시 읽어보니까 짧다.. 히잉
2.후ㅜ모든 고삼정들 화이팅!!ㅜㅜ 아직 자소서 다 못썻는데 왜때문에 이거 먼저 쓰고있짘ㅋㅋㅋㅋㅋ
3.아 그러고보니 내용 설명이 빠졌네. 위안이는 언젠가부터 탁구한테 마음이 있었는데, 그걸 절대 드러내지는 않음. 타쿠야가 동성애자가 되면 현실에서 괜히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자신이야 집 안에만 처박혀 있으니 괜찮지만. 그냥 걱정 또 걱정이 되는거지.
4.갑자기 외전욕심이 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달한거 쓰고싶당^q^......
5.댓글 달아준 정들 모두 아벨라!!!♥.♥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ㅠㅠ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