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나의 오른 소매를 적신 그 날의 가을비처럼.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왔었다.
- 형,
- ...
- 마지막으로 나 좀 봐주면 안 되요?
그렇게 말하는 너의 두 눈에선 금방이라도 큼지막한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다.
왜 네 이름이 맑음이었을까. 본명은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눈을 곱게 접고 웃었던 네 얼굴이 아른거린다.
너는 내 눈이 맑아서 맑음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네가 너무 맑아서. 내 옆에 있기엔 너무 맑아서.
그래서 네 이름은 맑음이었을지도 모른다.
- ...미안하다.
차마 네 눈을 보지 못하고 읆조리자, 너는 애써 미소 짓는다.
뭐가 미안해요. 하고 잔웃음을 터트린다. 어렸을 때 모았던 색구슬이 와르르 쏟아지는 것 같은 너의 그 웃음소리를, 나는 참 좋아했었어.
하고 싶었던 말은 나오지 못하고 목을 지나 심장으로 내려간다.
심장 한 구석에, 뭔가가 쌓이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너를 떠올리며 차마 하지 못한 수많은 말이 다 이렇게 심장에 쌓인다면, 정말 단명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왜 너는 이렇게 늦게 내 앞에 나타났고, 왜 너는 이렇게나 어리고, 왜 이렇게나 사랑스러운지.
원망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그 대상이 너이건 나이건 아니면 더 위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볼, 믿지 않았던 신이던.
그리고 너는 이렇게나 무력한 나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내민다.
- 내일은...
머뭇거리자 내 손을 덥석 잡는 손이, 참 따듯해서 꼭 너 같다.
- 맑을 거에요.
- ....미안해.
- 모레도, 그 다음 날도, 앞으로도 계속.
- ...정말로, 미안해.
- 아주 맑을 거에요, 형의 날씨는.
내가 그렇게 빌거니까.
그러니까 우리 둘 다 울지 말아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뒤돌아 걷는 너를,
수십 번이나 붙잡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다.
나는 너보다 훨씬 어른이기 때문에. 아니 어른이어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있잖아,
내일 날씨는 맑을 거 같지가 않아.
도저히... 맑을 것 같지가 않아.
우리 독방의 최고 메이저커플인 것 같은데 글이 별로 없어서 쪄봤어요 호호
(시침뚝)
독맑러들 모두 연성합시다
이 영광을 어느 한 남정에게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