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형은 명함을 그대로 탁자위에 올려두고 윤기의 동태를 살폈다. 어째선지 어색하게 흐르는 침묵에 태형이 괜시리 윤기의 뒤로 가 윤기를 껴안는다. 윤기가 피식, 하는 실소를 터뜨리며 태형의 어깨를 살짝 밀어내자 옴싹달싹도 못하게 긴 다리와 팔로 윤기의 몸을 가둬버린 태형이었다. 장난스럽게 켁, 하는 소리를 내는 윤기. " 안아파? " " 뭐가? " " 부작용. " " …아, 아직은 괜찮은것같아. " 그래? 다행이네. 헤실헤실 웃으며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는 태형의 손길이 다정했다. 눈을 지그시 감고 태형의 손길을 느끼고 있던 윤기의 얼굴에 평온함이 감돌았다. 약 없이 이렇게도 평온한적이 얼마만이던가, 윤기는 최대한 이 평온함을 오래 유지하고싶었다. 사실상 마약치료는 시작이 된것이나 다름없었고, 태형이 이미 소지하고있는 약이 있다고해도 어지간해선 손을 대서는 안되는것이었기에 순식간에 극심한 고통으로 돌아올 이 평온감을 여유있게, 최대한 몸으로 기억하고싶었다. 마약을 하지않아야만 느낄수있는 자유로움, 평화로움. " 안 배고파? " " …그냥, 조금? " " 햄버거 사왔는데, " 윤기가 어물쩡한 대답을 중얼거린다. 용케 알아들은 태형이 몸을 일으켜 무방비하게 늘어져있는 갈색 종이팩들을 뜯어내자 짭짤하고 고소한 햄버거의 냄새가 퍼져나왔다. 종이팩안의것들을 테이블에 하나 둘 씩 꺼내놓자 세트메뉴를 주문했던것인지 똑같은 햄버거와 똑같은 감자튀김, 탄산음료가 즐비했다. 테이블을 살짝 끌어 침대앞에 대고서는 남준이 앉았던 작은 의자를 끌어앉은 태형이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웃는다. " 좀 식었네, 괜찮지? " " … " 말없이 끄덕, 치킨버거 포장지를 먹기좋게 벗겨내어 윤기에게 들이미는 태형의 얼굴이 들떠보인다. 아주 잠시동안 큰 꼬리가 태형의 뒤에서 살랑살랑 흔들린 것 같다면 착각일까, 또는 환각? 시덥잖은 생각을 뒤로하고 태형이 내미는 치킨버거를 받아들고선 크게 한입 물었다. 양상추의 야채냄새, 짭조름한 치킨패티의 맛, 야채때문인지 살짝 젖어버린 빵의 감촉, 질척이는 머스타드소스와 마요네즈, 케찹, 이 모든게 한꺼번에 느껴지는데 그 느낌이 꽤 생소했다. 어쩌면 생소하다기보단 '오랜만이다' 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 맛있어? " " 응,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네. " " 다행이다. " 또 한번 입술을 동그랗게 말며 웃는태형, 자신 몫의 햄버거는 건들지도않다가 윤기가 한입 베어물고서 '맛있다'라는 말을 하니 그제서야 포장지를 벗겨내는모습에 괜시리 코 끝이 시큰해지기도하고, 어쩌다 이런 멋진 사람을 만났을까 신기하기도하고, 항상 다정한 그 모습에 설레기도했다. " …! " 윤기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태형이 볼까 급히 소스를 흘린척 고개를 밑으로 숙인 윤기가 입술을 꽉 깨문다. 깨작깨작 두 입정도만 베어물었는데 그새를 못참고 온몸이 음식을 거부했다. 방금까지만해도 아삭아삭하게 느껴지던 양상추가 마치 고무타이어를 씹는듯 역했다. " 뭐 흘렸어? " " … " 윤기가 휘둥그레해진 눈으로 몸을 일으키려는 태형을 손짓으로 제지하고 태형이 건낸 티슈로 엄한 티셔츠를 벅벅 닦아낸다. 어찌나 힘을 쥐어 닦아내는지 분홍빛 손끝이 새하얗게 변했다. 뭘 그리 열심히 닦아, 하는 태형의 말에도 입을 꾹 다문채 티셔츠를 닦아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또 손이 떨리고, 몸이 경련할테니까. " …뭐야, " " 아무것도, 아니야. " 그새 또 한번 엉덩이를 들썩이는 태형이었다. 목소리가 떨리지않게 유의하며 조심스레 발음을 내뱉었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다. 고개를 들어 살짝 웃어주려는데 머리가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또 다시 주인 말을 듣지않는 몸이 점점 떨려온다. 태형에게 부작용이 다시 왔다는걸 들키느냐, 그보다 먼저 토악질이 식도를 타고 방금 먹은 햄버거 두입을 우악스레 쏟아지느냐의 갈림길이었다. " …욱! " 정답은 후자였다. 간신히 고개를 들어 태형을 바라보는데 태형은 온데간데 없고 온 몸이 털복숭이인 갈색 괴물이 침을 흘리고 있었다. 아주 방금전 내 눈앞에 앉아있던것은 태형이었기때문에 아마도 저것은 태형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하며, 입술을 꾹 깨물고 괴물을 직시한다. 덕분에 토악질에 박차를 가한듯 토기가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덜덜 떨리는 몸으로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를 붙잡는데 언제 그랬냐는듯 구역질이 멈춘다. 단지 쏟아지는 마른기침에 변깃물이 얕게 일렁였다. " 괜찮아? " 저벅거리는 발소리, 태형이 다가온다. 눈을 깜빡일때마다 눈앞의 환경이 달랐다. 한번은 변기앞, 한번은 정글, 한번은 잔디밭, 한번은 괴물입속, 또 다시 변기앞. 극심한 어지러움증에 차라리 토악질이라도 했으면 좋겠지만 야속하게도 토는 나오지도 않고 답답한 마음에 애꿎은 가슴만 쿵쿵 쳐댔다. 어느새 등을 토닥거리는 태형의 넓직한 손바닥이 느껴진다. " 나, 괜찮, 읍, 아, 욱! " 구역질이 났다가 안났다가. 다정스러운 태형의 손길마저 미끈미끈한것에 잔뜩 범벅이된 괴물의 촉수같이 소름끼치게 느껴졌다. 변기통에 머리를 박아놓고 저도 모르게 태형의 손을 새차게 밀어낸다. 태형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할것이 뻔해 다시 고개를 들지도않았다. 이럴 바엔 차라리 눈을 감고있는게 나을 것 같아 눈을 질끈감는다. 눈을 감자 환각은 멎었지만 이번엔 위장안에서 거미들이 기어다니는것같은 이물감에 배언저리를 벅벅 긁어댔다가, 퍽퍽 쳐냈다가, 이도 저도 효과가 없자 애꿎은 눈물만 흐른다. 숨이 거칠어지고, 온몸의 더러운 감각들이 되살아나는듯했다. 꿰맸던 상처를 파헤치고 작은 거미들이 기어나오는것같아 소름이 돋는다. 이성의 끈은 윤기의 눈앞에서 끊길듯 말듯 늘어진다. " 윤기야. " 태형의 목소리가 마치 고장난 테이프의 소리처럼 느리고 소름끼치게 들려온다. 어찌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태형의 발자국소리에 뒷통수가 욱씬거리기까지한다. 참아야하는데, 온몸이 약을 이렇게도 갈구하니 한쪽 손을 뻗어 태형의 주머니 언저리를 더듬거린다. 당황스러운 손짓에 살짝 뒤로 물러난 태형이 입을 꾹 다문다. 자신보다 약을 먼저 찾아대는 윤기의 모습이 은연중에 드러나 씁쓸했지만, 어쩔수없이 수긍할수밖에없었다. 지금 당장의 고통을 덜어내줄것은 태형이 아닌 태형의 주머닛속에 들어가있는 새하얀 가루들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태형이었기에. 미간이 조금 찌푸려진다. 바로 엊그제쯤 윤기에게 몹쓸짓을한 얼굴모를 역겨운 남자의 실루엣이 눈앞에 넘실거렸다. 아마 이런식이었겠지, 윤기가 듣지못할만큼의 작은 목소리로 욕설을 읊조리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 우욱, 욱! " 몸안의 모든것, 이라고 해봐야 방금 먹은 햄버거 두입밖에 없는데 그것을 모두 게워내는 윤기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안그래도 흰 피부인데 그나마 돌던 핏기마저 사라져서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고있으니 마치 공포영화의 한장면을 연상케했다. 몸안의 모든것을 게워내고나서야 가쁘던 숨이 점점 안정되어갔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변깃물을 내린다. 힘없이 떨리는 다리로 걷는 모양새가 태어나지 얼마되지 않은 동물을 연상케했다. 세면대에 멍하니 서서 거울을 보는데 그 눈빛의 끝에 무엇이 걸린건지 알 수가 없었다. 윤기가 거울을 통해 보고있는게 자기 자신일까, 또는 반복되는 환각일까, 하고 태형이 조심스레 의문을 가져보았다. " …미안, "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태형을 향해 달싹인 윤기가 세면대를 내려보더니 수도꼭지를 틀었다. 수도꼭지에서 쏴아- 하는 물소리와 함께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내린다. 뻗어낸 양손에 물을 가득 받아 그대로 세수를 하는 윤기. 다시 멍한 시선으로 거울을 바라보는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뭘 어찌 대처해야할지 몰라 어리둥절한 태형의 눈만 깜빡인다. 다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 " 뭐가 보여? " " …? "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간 그 질문에 태형이 적지않게 당황한다. 차라리 무시하면 좋았을껄, 입안에 물을 넣고 가글을 하던 윤기가 눈썹을 움찔거린다. " …아, 미안, 나도모르게. " " … "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윤기가 입안의 물을 뱉어낸다. 새하얘진 입술끝에 물방울들이 맺힌다. " 글쎄, 모르겠어, " " 뭐? " " 평소에 보이던 나는 아닌데, 이게 나인것같네. " " …? " 윤기는 다시한번 거울속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괴물을, 똑바로 직시했다. 이제는, 정말 헷갈릴지경에 다다랐다. 거울속의 '나'가 누구인지, 혹시나 '나'는 괴물인지. 심장이 빠르게 뛴다. 두 눈이 그득히 충혈된 눈으로 거울밖의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괴물은 입만 작게 오물거리며 속삭이기 시작했다. " …! " 그런 거울속의 괴물을 바라보고있던 윤기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물컹하거나 소름끼치는 감각대신, 눈두덩이를 따뜻하게 감싸는 피부의 감촉이 옅은 담배냄새와 함께 전해져왔다. " 눕자, " 태형이었다. 큼직한 손으로 윤기의 눈을 감싸쥔채 낮게 읊조린 목소리는 미끌거리고 역했던 온몸의 감각을 말려내듯 건조했다. 햇볕에 잘 마른 빨래의 냄새가 코 끝에 전해져오는것 같아 태형에게 몸을 맡긴채 걸음을 내딛는다. " 옳지, " 시야가 차단된 세상이라는건 참 먹먹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만 남는다. 그 가운데 들리는것은 시계바늘소리, 슬럼가의 소음, 낡은 냉장고가 윙- 하며 얼음을 얼리는소리, 발바닥과 방바닥의 마찰음, 바로 뒤의 태형의 숨소리. 그 중에서도 태형의 숨소리는 온통 까만 세상과 이질적이게도 살아있는 느낌을 가지게했다. 땅속의 씨앗이 어둠을 뚫고 나와 햇볕을 만끽하듯, 안정감이 다시한번 온 몸을 휘감았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폐 속에 태형의 체취가 그득했다. 도취감을 초월한, 고통속의 얕은 안정감. 그것이 윤기의 몸을 가득 채워냈다. 한발한발 어둠속에 발을 내딛었더니 무릎끝에 이불의 폭신한 느낌이 와닿았다. 어둠속의 포근함. 느낄수있었다. 눈을 다시 떴을때, 눈앞의 괴물들은 없어져있을것이라는것을. " 다왔어, 이제 누워도 돼. " 풀썩, 침대에 앉자 이불깊이 스며있는 마른내가 났다. 태형의 손을 끌어내리는 윤기. 조심스레 두 눈을 떴다. 눈 앞에는 늦은 오후의 노란 빛에 그득히 잠긴 태형이 있었다. 몽환스러운 그 분위기에 취해 태형의 얼굴에 손을 내뻗었다. " 이제 괜찮아? " " 응, 이제 안보여. " 허리를 굽혀 윤기에게 입을 짧게 맞춘 태형이 윤기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 이제서야 와버린 절 용서하세요 전 쓰레기입니다...........후..... 제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나를위한결정을했는지...☆오랜만에 들고온글이 전개라는없는 이런 똥글쓰레기라니..!얼른 다음편가지고오겠습니다ㅠㅠ저를 매우 욕하셔도좋아요점점 연재가 제멋대로가 될것같은데 요즘 정말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있습니다ㅠㅠ연재를 처음해봐서 뭘 어떤식으로 전개하고 여유분은 어느정도로 만들고 그런것에 정말 미숙했던것같아요ㅠㅠ 독자님들 사랑은 아직도 잊지않았어요 사랑합니다.나코틱 연재 안하는거아닙니다!!!ㅠㅠㅠㅠ쉰거예요ㅠㅠㅠㅠㅠ ♥내 사랑하는 암호닉분들ㅠㅠ♥(호시기호시기해 융기쨔응 비리미 명치 유니크 복숭 22 독방 민트초코 태태매거진 슈가 깨끗한나라 TRG-42 에어컨 뷔뷔 스웩 자괴감 검은별 희 뷥슈가_ 강낭콩 이제봤니 칸쵸 소름 윰슙 슈가곰 뿌뿌 맥스봉 모카 애플민트 툐롱툐롱 큥큥)
태형은 명함을 그대로 탁자위에 올려두고 윤기의 동태를 살폈다. 어째선지 어색하게 흐르는 침묵에 태형이 괜시리 윤기의 뒤로 가 윤기를 껴안는다. 윤기가 피식, 하는 실소를 터뜨리며 태형의 어깨를 살짝 밀어내자 옴싹달싹도 못하게 긴 다리와 팔로 윤기의 몸을 가둬버린 태형이었다. 장난스럽게 켁, 하는 소리를 내는 윤기.
" 안아파? "
" 뭐가? "
" 부작용. "
" …아, 아직은 괜찮은것같아. "
그래? 다행이네. 헤실헤실 웃으며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는 태형의 손길이 다정했다. 눈을 지그시 감고 태형의 손길을 느끼고 있던 윤기의 얼굴에 평온함이 감돌았다. 약 없이 이렇게도 평온한적이 얼마만이던가, 윤기는 최대한 이 평온함을 오래 유지하고싶었다. 사실상 마약치료는 시작이 된것이나 다름없었고, 태형이 이미 소지하고있는 약이 있다고해도 어지간해선 손을 대서는 안되는것이었기에 순식간에 극심한 고통으로 돌아올 이 평온감을 여유있게, 최대한 몸으로 기억하고싶었다. 마약을 하지않아야만 느낄수있는 자유로움, 평화로움.
" 안 배고파? "
" …그냥, 조금? "
" 햄버거 사왔는데, "
윤기가 어물쩡한 대답을 중얼거린다. 용케 알아들은 태형이 몸을 일으켜 무방비하게 늘어져있는 갈색 종이팩들을 뜯어내자 짭짤하고 고소한 햄버거의 냄새가 퍼져나왔다. 종이팩안의것들을 테이블에 하나 둘 씩 꺼내놓자 세트메뉴를 주문했던것인지 똑같은 햄버거와 똑같은 감자튀김, 탄산음료가 즐비했다. 테이블을 살짝 끌어 침대앞에 대고서는 남준이 앉았던 작은 의자를 끌어앉은 태형이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웃는다.
" 좀 식었네, 괜찮지? "
" … "
말없이 끄덕, 치킨버거 포장지를 먹기좋게 벗겨내어 윤기에게 들이미는 태형의 얼굴이 들떠보인다. 아주 잠시동안 큰 꼬리가 태형의 뒤에서 살랑살랑 흔들린 것 같다면 착각일까, 또는 환각? 시덥잖은 생각을 뒤로하고 태형이 내미는 치킨버거를 받아들고선 크게 한입 물었다. 양상추의 야채냄새, 짭조름한 치킨패티의 맛, 야채때문인지 살짝 젖어버린 빵의 감촉, 질척이는 머스타드소스와 마요네즈, 케찹, 이 모든게 한꺼번에 느껴지는데 그 느낌이 꽤 생소했다. 어쩌면 생소하다기보단 '오랜만이다' 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 맛있어? "
" 응,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네. "
" 다행이다. "
또 한번 입술을 동그랗게 말며 웃는태형, 자신 몫의 햄버거는 건들지도않다가 윤기가 한입 베어물고서 '맛있다'라는 말을 하니 그제서야 포장지를 벗겨내는모습에 괜시리 코 끝이 시큰해지기도하고, 어쩌다 이런 멋진 사람을 만났을까 신기하기도하고, 항상 다정한 그 모습에 설레기도했다.
" …! "
윤기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태형이 볼까 급히 소스를 흘린척 고개를 밑으로 숙인 윤기가 입술을 꽉 깨문다. 깨작깨작 두 입정도만 베어물었는데 그새를 못참고 온몸이 음식을 거부했다. 방금까지만해도 아삭아삭하게 느껴지던 양상추가 마치 고무타이어를 씹는듯 역했다.
" 뭐 흘렸어? "
윤기가 휘둥그레해진 눈으로 몸을 일으키려는 태형을 손짓으로 제지하고 태형이 건낸 티슈로 엄한 티셔츠를 벅벅 닦아낸다. 어찌나 힘을 쥐어 닦아내는지 분홍빛 손끝이 새하얗게 변했다. 뭘 그리 열심히 닦아, 하는 태형의 말에도 입을 꾹 다문채 티셔츠를 닦아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또 손이 떨리고, 몸이 경련할테니까.
" …뭐야, "
" 아무것도, 아니야. "
그새 또 한번 엉덩이를 들썩이는 태형이었다. 목소리가 떨리지않게 유의하며 조심스레 발음을 내뱉었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다. 고개를 들어 살짝 웃어주려는데 머리가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또 다시 주인 말을 듣지않는 몸이 점점 떨려온다. 태형에게 부작용이 다시 왔다는걸 들키느냐, 그보다 먼저 토악질이 식도를 타고 방금 먹은 햄버거 두입을 우악스레 쏟아지느냐의 갈림길이었다.
" …욱! "
정답은 후자였다. 간신히 고개를 들어 태형을 바라보는데 태형은 온데간데 없고 온 몸이 털복숭이인 갈색 괴물이 침을 흘리고 있었다. 아주 방금전 내 눈앞에 앉아있던것은 태형이었기때문에 아마도 저것은 태형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하며, 입술을 꾹 깨물고 괴물을 직시한다. 덕분에 토악질에 박차를 가한듯 토기가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덜덜 떨리는 몸으로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를 붙잡는데 언제 그랬냐는듯 구역질이 멈춘다. 단지 쏟아지는 마른기침에 변깃물이 얕게 일렁였다.
" 괜찮아? "
저벅거리는 발소리, 태형이 다가온다. 눈을 깜빡일때마다 눈앞의 환경이 달랐다. 한번은 변기앞, 한번은 정글, 한번은 잔디밭, 한번은 괴물입속, 또 다시 변기앞. 극심한 어지러움증에 차라리 토악질이라도 했으면 좋겠지만 야속하게도 토는 나오지도 않고 답답한 마음에 애꿎은 가슴만 쿵쿵 쳐댔다. 어느새 등을 토닥거리는 태형의 넓직한 손바닥이 느껴진다.
" 나, 괜찮, 읍, 아, 욱! "
구역질이 났다가 안났다가. 다정스러운 태형의 손길마저 미끈미끈한것에 잔뜩 범벅이된 괴물의 촉수같이 소름끼치게 느껴졌다. 변기통에 머리를 박아놓고 저도 모르게 태형의 손을 새차게 밀어낸다. 태형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할것이 뻔해 다시 고개를 들지도않았다. 이럴 바엔 차라리 눈을 감고있는게 나을 것 같아 눈을 질끈감는다. 눈을 감자 환각은 멎었지만 이번엔 위장안에서 거미들이 기어다니는것같은 이물감에 배언저리를 벅벅 긁어댔다가, 퍽퍽 쳐냈다가, 이도 저도 효과가 없자 애꿎은 눈물만 흐른다. 숨이 거칠어지고, 온몸의 더러운 감각들이 되살아나는듯했다. 꿰맸던 상처를 파헤치고 작은 거미들이 기어나오는것같아 소름이 돋는다. 이성의 끈은 윤기의 눈앞에서 끊길듯 말듯 늘어진다.
" 윤기야. "
태형의 목소리가 마치 고장난 테이프의 소리처럼 느리고 소름끼치게 들려온다. 어찌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태형의 발자국소리에 뒷통수가 욱씬거리기까지한다. 참아야하는데, 온몸이 약을 이렇게도 갈구하니 한쪽 손을 뻗어 태형의 주머니 언저리를 더듬거린다. 당황스러운 손짓에 살짝 뒤로 물러난 태형이 입을 꾹 다문다. 자신보다 약을 먼저 찾아대는 윤기의 모습이 은연중에 드러나 씁쓸했지만, 어쩔수없이 수긍할수밖에없었다. 지금 당장의 고통을 덜어내줄것은 태형이 아닌 태형의 주머닛속에 들어가있는 새하얀 가루들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태형이었기에. 미간이 조금 찌푸려진다. 바로 엊그제쯤 윤기에게 몹쓸짓을한 얼굴모를 역겨운 남자의 실루엣이 눈앞에 넘실거렸다. 아마 이런식이었겠지, 윤기가 듣지못할만큼의 작은 목소리로 욕설을 읊조리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 우욱, 욱! "
몸안의 모든것, 이라고 해봐야 방금 먹은 햄버거 두입밖에 없는데 그것을 모두 게워내는 윤기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안그래도 흰 피부인데 그나마 돌던 핏기마저 사라져서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고있으니 마치 공포영화의 한장면을 연상케했다. 몸안의 모든것을 게워내고나서야 가쁘던 숨이 점점 안정되어갔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변깃물을 내린다. 힘없이 떨리는 다리로 걷는 모양새가 태어나지 얼마되지 않은 동물을 연상케했다. 세면대에 멍하니 서서 거울을 보는데 그 눈빛의 끝에 무엇이 걸린건지 알 수가 없었다. 윤기가 거울을 통해 보고있는게 자기 자신일까, 또는 반복되는 환각일까, 하고 태형이 조심스레 의문을 가져보았다.
" …미안, "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태형을 향해 달싹인 윤기가 세면대를 내려보더니 수도꼭지를 틀었다. 수도꼭지에서 쏴아- 하는 물소리와 함께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내린다. 뻗어낸 양손에 물을 가득 받아 그대로 세수를 하는 윤기. 다시 멍한 시선으로 거울을 바라보는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뭘 어찌 대처해야할지 몰라 어리둥절한 태형의 눈만 깜빡인다. 다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
" 뭐가 보여? "
" …? "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간 그 질문에 태형이 적지않게 당황한다. 차라리 무시하면 좋았을껄, 입안에 물을 넣고 가글을 하던 윤기가 눈썹을 움찔거린다.
" …아, 미안, 나도모르게. "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윤기가 입안의 물을 뱉어낸다. 새하얘진 입술끝에 물방울들이 맺힌다.
" 글쎄, 모르겠어, "
" 뭐? "
" 평소에 보이던 나는 아닌데, 이게 나인것같네. "
윤기는 다시한번 거울속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괴물을, 똑바로 직시했다. 이제는, 정말 헷갈릴지경에 다다랐다. 거울속의 '나'가 누구인지, 혹시나 '나'는 괴물인지. 심장이 빠르게 뛴다. 두 눈이 그득히 충혈된 눈으로 거울밖의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괴물은 입만 작게 오물거리며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런 거울속의 괴물을 바라보고있던 윤기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물컹하거나 소름끼치는 감각대신, 눈두덩이를 따뜻하게 감싸는 피부의 감촉이 옅은 담배냄새와 함께 전해져왔다.
" 눕자, "
태형이었다. 큼직한 손으로 윤기의 눈을 감싸쥔채 낮게 읊조린 목소리는 미끌거리고 역했던 온몸의 감각을 말려내듯 건조했다. 햇볕에 잘 마른 빨래의 냄새가 코 끝에 전해져오는것 같아 태형에게 몸을 맡긴채 걸음을 내딛는다.
" 옳지, "
시야가 차단된 세상이라는건 참 먹먹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만 남는다. 그 가운데 들리는것은 시계바늘소리, 슬럼가의 소음, 낡은 냉장고가 윙- 하며 얼음을 얼리는소리, 발바닥과 방바닥의 마찰음, 바로 뒤의 태형의 숨소리. 그 중에서도 태형의 숨소리는 온통 까만 세상과 이질적이게도 살아있는 느낌을 가지게했다. 땅속의 씨앗이 어둠을 뚫고 나와 햇볕을 만끽하듯, 안정감이 다시한번 온 몸을 휘감았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폐 속에 태형의 체취가 그득했다. 도취감을 초월한, 고통속의 얕은 안정감. 그것이 윤기의 몸을 가득 채워냈다. 한발한발 어둠속에 발을 내딛었더니 무릎끝에 이불의 폭신한 느낌이 와닿았다. 어둠속의 포근함. 느낄수있었다. 눈을 다시 떴을때, 눈앞의 괴물들은 없어져있을것이라는것을.
" 다왔어, 이제 누워도 돼. "
풀썩, 침대에 앉자 이불깊이 스며있는 마른내가 났다. 태형의 손을 끌어내리는 윤기. 조심스레 두 눈을 떴다. 눈 앞에는 늦은 오후의 노란 빛에 그득히 잠긴 태형이 있었다. 몽환스러운 그 분위기에 취해 태형의 얼굴에 손을 내뻗었다.
" 이제 괜찮아? "
" 응, 이제 안보여. "
허리를 굽혀 윤기에게 입을 짧게 맞춘 태형이 윤기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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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와버린 절 용서하세요 전 쓰레기입니다...........
후..... 제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나를위한결정을했는지...☆
오랜만에 들고온글이 전개라는없는 이런 똥글쓰레기라니..!
얼른 다음편가지고오겠습니다ㅠㅠ
저를 매우 욕하셔도좋아요
점점 연재가 제멋대로가 될것같은데 요즘 정말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있습니다ㅠㅠ
연재를 처음해봐서 뭘 어떤식으로 전개하고 여유분은 어느정도로 만들고 그런것에 정말 미숙했던것같아요
ㅠㅠ 독자님들 사랑은 아직도 잊지않았어요 사랑합니다.
나코틱 연재 안하는거아닙니다!!!ㅠㅠㅠㅠ쉰거예요ㅠㅠㅠㅠㅠ
♥내 사랑하는 암호닉분들ㅠㅠ♥
(호시기호시기해 융기쨔응 비리미 명치 유니크 복숭 22 독방 민트초코 태태매거진 슈가 깨끗한나라 TRG-42 에어컨 뷔뷔 스웩 자괴감 검은별 희 뷥슈가_ 강낭콩 이제봤니 칸쵸 소름 윰슙 슈가곰 뿌뿌 맥스봉 모카 애플민트 툐롱툐롱 큥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