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아. 미안해 정말. 엄마가 이번건만 끝내면 바로 집으로 갈께.'
"아니야. 미안할게 뭐가있어- 엄마가 뭐 놀러갔나? 일하러갔지!"
'그래도 몇년만에 집에 오는건데.. 항상 미안해. 사랑해 우리딸-'
"나도 사랑해. 나 방금와서 피곤하다. 내일, 내일 통화해요 엄마. 잘자!"
그렇게 수컷을 놓치고 거의 반년만에 오는 서울 집에 도착하니 평소 엄마가 작업방으로 쓰는 곳의 문이 분홍색으로 곱게 칠해져 있더랜다. 엄마취향이 바꼈나? 의아한 마음에 문을열어보니 뜻밖에도 그곳엔 잔뜩 널부러져 있는 서류대신 난생 처음보는 공간이 있었다. 분홍색 벽지에 하얀침대, 내 사진이 놓여진 하얀 책상.
아...내 방이구나. 난생 처음 갖게 된 내 방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어려서부터 할머니 손에서 쭉 자라왔기 때문에 엄마와는 기억도 나지않는 애기 시절에 잠깐 같이 살곤 1년에 많아야 2번정도밖에는 보지 못했다. 늘 나를 위해 항상 바쁘게 일해와야했던 엄마는 어느정도 세월이 지나고 이제 직장에서 꽤 안정해진건지 엊그제 조심스레 내게 같이 살자는 전화를 해왔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나는 앞서 말했듯이 시골에서 벗어나길 정말 간절히 원했고, 굿타이밍으로 들어온 엄마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뭐, 덕분에 할무니는 그렇게 한번에 결정해 버린 내게 굉장히 많이 서운해 하신듯 보였지만...자주 찾아뵈면 되니까.
"워메- 계속 생각 나는그-"
막상 도착하니 엄마도 없고, 그렇다고 여기에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있기엔 집은 넓고. 오랜만에 감성에 젖나 싶었는데 문득 아까 놓친 그 사내만 생각 나는 거다! 진짜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딱 내스타일인데...그 동그란 눈하며 오똑한 코, 도톰한 입술, 한번쯤 어깨빵을 당해보고 싶은 넓디 넓은 직각어깨에 얼핏봐도 180은 되보이는 키까지. 허헝- 따라내릴걸!
안그래도 오랜만에 집에왔더니 내방까지 생겨 잔뜩 복잡한 마음에, 아까 낮에 본 사내가 계속 아른거려 더 심란해 졌다.
으어어어! 괴성을 지르며 기지개를 쫙 펴고 창 밖을 내다 보니 벌써 하늘이 어둑어둑해져있다. 오메- 구름이 빨리도 움직이네. 하긴, 요즘 쌀쌀해지긴했지? 추운날엔 아이스크림인데.. 늘 코가 시려올 때가 되면 내가 살던 시골에선 아이스께끼-하는 남성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크게 울려펴졌었다. 왜 항상 여름에 안오고 겨울에 오는지가 의문이었었는데, 생각해보니 겨울에 아이스크림이 땡긴다는 사실을 저 아저씨는 알고 있었나 보다. 그리하여 항상 저 소리가 울려퍼질때 나는 나보다 2살어린 옆집 코찔찔이 동생의 손을 잡고 사먹으러 갔었다, 물론 내가 5-6살 되던해부터는 시골에 슈퍼마켓이 생겨 그소리를 못듣게 되었지만.
아- 아이스크림 먹고싶다.
생각해보니 아까 오면서 보니까 아이스크림 가게 하나가 있었던 것 같은데.
"헿- 먹으러 가야지!"
시방 갑자기 흥이 돋는구만! 침대위에 쭈구리처럼 널부러져 있다가 스믈스믈 일어나서 아까 내팽겨쳐놓은 짐가방을 열었다. 누군가 말했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그래. 그 수컷은 이미 떠나갔으니 아이스크림으로 이 허전함을 달래야지. 잃은게 있으면 들어오는게 있는 법! 뭐입고 나가지? 저녁이니까 간단히 입고 나가야겠다.
그렇게 제일 편한 옷을 찾고 있는데 문득 가방속에서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커다란 남색 후드가 눈에 띄었다. 뭐지..? 내 옷중에 이렇게 큰 옷이 있었나? 친숙하긴한데..
"...아! 이장님네 첫째 머스마!"
생각났다. 저번에 이장님댁에 할무니가 직접 만든 식혜드리러 갔다가 몽구가 계속 들러붙는 바람에 옷에 다 쏟는 대참사가 일어났었는데, 그때 이장님께서 허허-몽구 저 개자슥이- 미안하다. OO아. 우리 첫째 옷이라도 입으련? 하며 주셨던 옷이었다. 사실 첫째아드님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일찍이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돈 벌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는데, 그분이 시골에 내려올 때마다 나는 엄마를 만나러 갔으니 마주칠래야 마주칠수가 없었다. 매일 다시 가져다드려야지,가져다드려야지 하다가 결국 끝내 못전해 드렸네.
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옷이지만 지금은 나한테 있잖아? 헿. 문득 아이스크림이 다시 생각나 급하게 후드티를 몸에 껴입는 나다.
.
.
.
"엌흨. 추워...추워!!!"
생각보다 더 쌀쌀한 날씨에 후드티 모자까지 쓰고 총총걸음으로 아이스크림집을 향해 걸어갔다. 어흐... 이 추운날씨에 아이스크림 하나 먹겠다고 별짓을 다하네. 확실히 윗지방이라 그런지 내가 살던 시골과는 비교도 안되게 추운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바로 이시대의 아이스크림 성애자인데- 원래 여름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맛있고, 겨울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더 맛있고, 감기걸렸을 때 먹는 아이스크림은 더더 맛있는 법이다. 암, 그렇고 말고!
"서울 강원 부터 경상도- 충청도 부터 전라도! 마!마! 뭐라카노!"
추위도 잊을 겸 TV에서 자주 나오던 사투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요거 부르는 아놈들 참말로 잘생겼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뭐시기 소년단이었는데.. 한번은 할메와 함께 TV로 그 머스마들 무대를 봤었는데 '아따- 요새 아놈들은 뭐라 씨부리는지 모르갓던디 요것들은 사투리를 써브네-'라며 어린놈들이 구수하게도 한다고 할메가 참 좋아했었다. 사실 나도 눈여겨 본 그룹이라 시골에선 제대로된 덕질을 할 수 없었기에 나중에 서울에서 살 기회가 온다면 꼭 덕질을 시전하리라하며 벼르고 있었었다. 근데 이제 할수있겠네!
더욱 기분이 좋아진 나는 내적 댄스를 추다가 흥이라는게 폭발한 듯이 어깨를 들썩이며 총총 아이스크림집을 향해 뛰어갔다.
까똑-
"읭? 엄만가?"
잠시 들리는 카톡소리에 잠시 멈춰 후드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엄마 지금 한창 바쁠텐데? 의아한 마음에 카톡 내용을 확인하려던 찰나에,
![[방탄소년단/탄소] 옴마, 이게 내가 바랬던 서울?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02514/8d9fd2274aba4c01c33b3048ba1b79b3.jpg)
"왁!!!!!!!!!!!!!!!!!!!!!!!!!!!!!!!!!!!!!!!!!!!!!!!!!!!!!!!!!!!!!!!!!!!!!!"
쿵-
![[방탄소년단/탄소] 옴마, 이게 내가 바랬던 서울?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02515/ec80dc4f69f283d56551880fdf99d1d6.png)
"앜!!!!!!!!!!!!!!!!!!!!!!!!!!!!!!!!!!!!!!!!!!!!!!!!!!!!!!!!!!!!!!!!!!!!!!!!!!!!!!!!!!!!!!!!!!!!!!!!!!!!!!!!!!!!!!!!!!!!!!!!!!!!"
순식간에 누군가 내뒤에서 무릎을 굽혀왔다. 그에 무방비 상태에 있던 내 무릎또한 자연스레 굽혀지게 되었고 그바람에 난 괴성의 목소리를 내며 핸드폰도 저 어딘가로 던져버리곤 맨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게 되었다. 아니,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려주실 분? 분명 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기쁜마음에 춤까지 춰가며 신나게 뛰어가던 중이었습니다만?ㅎ
![[방탄소년단/탄소] 옴마, 이게 내가 바랬던 서울?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02514/55d7bddf5ca71718472856d1c5748d04.gif)
"에헤헿ㅎ헿ㅎㅎ- 박지민 존나 놀랐지? 그러게 누가 나 버리고 먼저 가래!!이 개자식아!!!!!"
..박지민?개자식? 뒤에서 들리는 앳된 소년의 목소리에 나는 일어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멍청하게 그냥 듣고만 있었다. 상황파악이 덜 되었을 뿐더러 어느새 내가 '박지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둔갑해버게 된 상황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뭐지. 시골에선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상황에 서울애들은 원래 이러나 싶기도 하고 오죽하면 신종 삥뜯기인가. 라는 생각까지 미치게 된 나는, 혹여나 서울에서 양아치를 마주치게 되면 절대 기죽지말고 당당하게 나가라는 할메의 말이 떠올랐다. 시방, 내가 어딜 가서도 삥한번 안뜯겨보고 머리채 한번 안쥐어뜯겨본 사람인데 그래. 한번 해보자 이거여?
"시방 어떤 망할놈의 아놈이여!!!!!!!!호스로 뒤질나게 때려블랑께!!!!!!!!!!!!!!!!!!!!!!!!!!!!!!!!!!!!!!"
잔뜩 분개한 나는 씩씩거리며 말을 마침과 동시에 절하는 그자세 그대로 고개만 돌려 뒤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곳엔
![[방탄소년단/탄소] 옴마, 이게 내가 바랬던 서울?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02514/ec755ec24f2f602d00117d741f738ebe.gif)
"......아?"
아차. 내 두번째 데스티니가 될 남자가 서있었다.
.
.
.
허헣. 시작은 패기롭게 열었는데 막상 써보니 짧게짧게밖에 안올려지네요. 내 머리의 한계....
항상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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