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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온유] Mr. 시그널 (Signal) | 인스티즈

 

  

 

BGM. 닥터 후 OST 中 Martha's Theme

 

   

   

   Mr. 시그널 (Signal)
                                W. 별여울
  

   

  른 햇볕 냄새가 코 끝을 간질였다. 나무 틈새로 스며든 따스한 햇빛이 어깨 위로 떨어져내렸고 차려입은 옷 구석구석으로 열기가 차올랐다. 길지 못한 속눈썹이 아래서 가만가만 스치는 것이 느껴져 눈을 느리게 꿈벅이다가도 이내 그마저도 사그라드는 것이. 찬연한 여름날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듯 해 괜히 웃음이 나기도 했다. 굳게 다물린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기 시작하자 그 것은 끊임없이 나의 입가를 비집고 틀어나와 청량하게 산 안을 가득채워, 아침잠이 유독 많았던 새들을 깨우고야 만다.  

산의 잠이라는 건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깊고도 넓은 것이라서, 긴 꿈 속에서 깨어난 그들은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곳곳의 나무들은 움츠려져 있던 가지들을 넓게 빼어낸 뒤 좌우로 흔들어보였고, 정상에서 잠에 빠져있던 구름은 솜사탕 같은 제 아이들을 아래로 내려보냈다. 빼곡히 자리잡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며 준비를 하는 새들과, 음울한 울음소리로 그 안을 메우는 짐승들의 향연은 흡사 판타지 영화를 연상시켰다.  

나무길을 거쳐 발걸음을 내딛자, 그 아래로 놓인 낙엽들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밟혔다. 사박사박. 귓가에 메아리치는 소리는 햇볕을 저만큼이나 닮아 말갛고 하얬다.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 미처 다물지 못한 입이 우스울 만도 하련만 그들은 나를 자연스럽게 맞아주고 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서 낙엽 소리를 듣다, 어깨죽지를 툭툭 건드리는 나뭇가지에 놀라 화들짝 어깨를 움츠렸다. 동그래진 눈에 어디선가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나뭇가지는 신경쓰지 않는 듯 가지 끝을 들어 발 밑을 가리켰다. 느릿느릿한 그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주억거리자 톡톡 날카롭고 가시같기도 한 것이 컨버스화를 옭아매었다.  

엄마야!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에 놀라 뒤로 엉거주춤 몇걸음 물러나자 아래서 풀잎들이 고개를 숙여 내게 인사를 건냈다. 새벽 이슬에 한차례 샤워를 끝낸 뒤 꽃단장을 하고 있었던건지 모여앉은 풀잎의 끝에는 투명한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어, 어어. 당황한 탓에 안면근육이 굳어진 것 같아 손을 들어 뺨을 쓸어내리는데 순간, 목덜미 뒤로 차가운 손바닥이 느껴졌다. 그 것은 이내 상냥한 손길이 되어 부드럽게 목덜미를 움켜쥐더니 다소 부산스러운 소리와 함께 내려가 흐트러진 카라를 정리해주었다.  

   

" 놀라지 마. 인사하는 거거든. "  

" 그 정도는 저도 알거든요? "  

" 아는 사람이 일행도 놓치고 멍하니 서서 구경이나 하고 그러나? "  

" 누가 놓쳤데요. 그 쪽이 혼자 걸어간거지. "  

   

눈 하나 깜짝 않고 손을 내려 어깨선을 정리해준 그가 고개를 돌려 나와 마주했다. 현대식 복장을 한 나와는 다르게 제대로 갖춰진 그의 복장은 범상치 않은 그의 생김새를 더 단정하게 보이도록 했다. 어쩌면 이 풍경에 더 어울리는 복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에게서 몇걸음 물러나는데 그의 입술이 묘하게 비틀어진다. 남자답기도 하고, 물렁물렁한 것처럼 새하얗기도 한 인상이 참 기묘한 남자였다. 도톰한 아랫입술과 동그란 코 끝. 그리고 그 끝과는 다르게 수려하게 뻗은 곡선의 콧대는 언제보아도 신기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짙은 미간뼈와 그 옆에 자리잡은 눈은 가느다랗게 찢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무서운 인상은 아니었다. 눈을 마주한지 얼마나 지났을지 속으로 천천히 시간을 되짚었다. 잔잔한 파동을 가진 남자의 눈동자가 마주한 채 묘한 느낌을 풍겼다. 이제 남자가 떨어져나가겠다고 느낄 즈음. 곧게 펴진 채 나를 응시하던 눈동자가 이내 가볍게 휘어지더니 반달이 되어 나를 비췄다. 어째 묘하게 가슴 한쪽이 간질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멍하니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남자가 오물거리던 입술을 열어 내게 말을 건냈다.  

   

" 예쁘네. "  

" …뭐라고요? "  

" 옷가짐새 좀 평소에 바르게 하고 다녀. "  

" …. "  

" 그래야지 이 못난이 얼굴이 조금이라도 더 예뻐보이지 않겠어? "  

   

못난이를 강조하며 아프지 않게 볼을 꼬집어낸 남자는 뭉툭한 손으로 뺨을 매만지더니 환히 웃었다. 이 볼따구 좀 봐. 아직 젖살도 안 빠져서…. 혼자 뭘 그렇게 중얼거리는지 한참을 무어라 읊어대던 남자는 머쓱한 듯 내 뺨에서 손을 떨어트리더니 늘어트린 코트 끝에 손바닥을 문질러 닦아냈다. 그냥 흘려들어. 뒷머리를 매만지며 그가 내뱉은 말에 내가 불퉁히 입술을 내밀자 썰면 한 접시는 나오겠다며 소리내어 웃었다. 담백한 웃음소리가 찬연히 부서져내려 풀잎들에게로 흩어졌다.  

   

 

 남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내게 흔한 이름 하나조차 알려주지 않았고, 사는 곳은 물론, 자신이 어떤 사유로 이 곳까지 오게되었는지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어딘가 순진한 듯 보여도 속은 알 수 없는 것이 그였고, 사람들의 의문이 점차 짙어질 때 즈음 홀연히 행방을 감추는 것이 그였다. 나이가 몇이냐고 묻는 내 물음에도 태연히 먹을만큼 먹었다며 웃는 것도 그렇고, 이름이 뭐냐고 물어도 기억도 못할거라며 어물쩍 넘어가는 것도 그렇고.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남자는 어디하나 성한 곳 없는, 이상한 어른이었다. 사실 그가 어른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성장한 존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와의 짧은 여정을 떠올려보면 그는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닌 듯 다양한 세기에 걸쳐 많은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간혹 늙은이같은 말을 툭툭 내뱉기도 했고, 아이들을 보는 게 몸에 배인 사람처럼 우는 아기들을 잘 달래주기도 했다. 회색의 단정한 피코트를 걸친 채로 다니기도 하고, 의도를 알 수 없는 앤틱풍의 정장을 입고 다니기도 하던 그를 사람들은 모두 '특이한 남자'라고만 통용시켰고, 그 역시 마음에 든다는 듯이 그들에게 '특이한 남자'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태클을 걸지 않았다.

단순히 '남자'라고만 치우쳐 기억하는 것은 이내 뇌리에 남지 않고 사라져버린다. 그 것은 당연한 이치와도 같았고, 이와 같듯 남자가 홀연히 사라져버렸을 때 모두들 그를 잊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범한 생활을 지속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며 내게 열쇠를 쥐어주고간 남자를 기다리는 건. 이 마을에서 나 뿐만이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

 

" 어디로 갈거에요? "

 

 설레임에 가득찬 듯 눈을 반짝이자 남자가 살풋 웃었다. 글쎄. 기계 한쪽에 걸터앉아 입에 물린 사탕 막대를 짓이기던 남자는 흐트러진 옷가짐새를 정갈히 정리하더니 바닥을 빼곡히 수놓은 자갈들 중 하나를 주워 햇볕 아래로 비추었다. 이거 봐. 회색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다 순간적으로 눈을 찌르는 강한 빛에 눈가를 찡그렸다. 미간을 모아 두 손으로 빛을 차단하자 옆에서 멀뚱하니 남자의 탄식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던 자갈은 이내 손바닥을 뒤집어 아래로 향하는 남자를 따라 제 고향으로 돌아갔고, 찬란한 빛에 헤엄치듯 간헐적으로 들려오던 시냇물 소리도 멎었다. 숨 막히는 정적에 목이 답답하다고 느낄 즈음, 손을 올려 끝까지 잠궈진 단추 하나를 톡 떨궈냈다. 그런 내 움직임에도 멍하니 내 얼굴을 바라보던 남자가 쓰게 웃었다. 미안. 손을 들어 머리를 헝클어틀이며 막대 끝을 짓씹는 모습이 단정한 남자 이미지와는 조금 달라보인다고 생각했던 그 밤. 그는 그렇게 자취를 감췄다.

 

*

 

 그가 사라진 뒤 마을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몇년 간 물러가지도 않고 지독하게 사람들을 괴롭혀대던 각종 재해들도 멎고, 있는 듯 없는 듯 이어지던 범죄들도 그 모습을 점차 숨기기 시작했다. 마치 그를 따라 악재들이 다 물러간 것만 같이 그 것들은 그가 사라진 뒤부터 멎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를 없던 사람 취급하는 냥, 그에 관련된 모든 행사와 장소들을 엄폐했고 그의 행적은 이제 내 손에 쥐여진 열쇠에만 새겨져 있을 뿐 더 이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마을의 지도자들이 그를 의식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모두들 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해리포터 속에서 사람들이 볼드모트의 이름이 불리기를 두려워하는 마냥,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새 악마가 되어있었다.

소문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 사람들의 숨통을 죄였다. 그들은 스스로 만든 소문에 제 발목이 잡혀 바깥에 나가는 것조차 하지 못한 채 몇날 며칠을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살아야만 했다. 남자에 대한 소문은 끊일 생각을 않았다. 누구도 앞에서 그의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았지만 밤이 되고 달이 저물어 새벽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간간이 그에 대한 소문을 퍼트리고는 했다. 무언가를 훔쳤다는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해서 큰죄를 지어 야반도주를 했다는 것까지. 그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고, 그 기세는 나날이 불어나 좀처럼 사그라들지를 않았다. 누구 하나 나서서 제지하는 사람도 없고, 사람들이 앞에서 이야기하질 않으니 증거를 잡고자해도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끊임없이 사라지는 아이들을 유괴범으로부터 구해낸 그는 애정결핍에 시달려 아이들을 납치해 데리고 사는 영악한 남자가 되어있었고, 농사 일을 도우며 산을 돌보던 모습 대신 산사태를 일으켜 아래 농가들을 짓뭉게버린 질 나쁜 사람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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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여러번 읽어보았지만 머랄까 정확히 이해가 되지않네요 머리가안좋은...ㅠㅜㅜㅜㅜㅜㅜㅜ 그래도 분위기는...b
9년 전
독자2
뭐랄까..기묘한 이방인..같은 진기네요..분위기bb..해석판?혹은 외전이라도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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