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그녀가 여태껏 살아온 인생을 단어 하나로 표현하라 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누가 뭐라 해도 그녀는 지옥이라 불릴만한 삶을 살아왔고, 또한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홀로 외로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 때문이라고 보면 되었다. 그 비밀 하나 때문에 그녀는 많은 것을 잃었고, 또 포기해야만 했었기 때문에 모두 거기에서 그릇된 일이었고 그래서 그녀는 항상 자신이 불행하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그녀는 매일 자신을 속이다시피 하며 살아가고 있었고, 그만큼 제 주위 사람들도 속여야만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복을 억지로 꺼내다보니 정작 그녀 자신은 행복한지, 불행한지도 잊어버린 채 매일, 매일을 그저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행복하다고 생각해야만 했다. 결국엔 그녀 자신마저 속여가며 그렇게 ….
그리고 어느 날, 그녀 앞으로 발신인도 찍혀 있지 않은 단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없애줄 수 있다는 간단하지만 비밀스러운 내용만이 담긴 편지가.
*
“ 평범하네 …. ”
비밀을 없애줄 수 있다는 문구에 이끌려 편지 안에 적혀 있던 주소를 무작정 찾아온 그녀는 혹시라도 영화와 같이 어떠한 장치가 숨겨져 있을까 싶어 제 눈 앞에 있는 현관문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옆에 있는 집들의 현관문과 별다를 게 없어보이자, 지금껏 손에 꼭 쥔 채로 놓을 생각을 않던 편지로 시선을 다시 내리깔았다. 제 비밀을 없애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이라도 하듯 편지 안에 적혀 있던 것과는 달리 이 곳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도심 한복판에 있어도 그 누구 하나 전혀 의심하지 않을 높다란 아파트. 그리고 현관문이 주욱 나열되다시피 되어있는 복도 구조. 아파트 아래에서 보기에는 그 어느 하나 자신의 비밀을 없애줄 수 있다는 사람이 살고 있다거나, 그도 아니면 그럴만한 장치도 없어 보이는 평범한 곳이었다. 그것은 물론 위로 올라온 지금도 마찬가지였지만.
어쩌면 이 곳은 그녀가 그럴지도 모른다고 예상만 하고 따로 생각하려 들지 않은 결과를 내보이는 곳일 수도 있었다.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해지는 행운의 편지와 같은 맥락이거나, 그도 아니면 누구나가 한 번쯤은 혹할 법한 흔한 이야기로 쉬이 끌어들여 어쩌면 그녀가 지금 살고 있는 지옥보다 더한 곳을 느낄 수도 있게끔 해준다던가. 지나가던 사람들을 붙잡고 이 둘 중 어느 것이 제일 최악의 결과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 분명했다. 전자는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함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어내면 되는 것이지만, 후자는 어떤 방법으로 하여금 다시는 도망칠 수 없는 결과를 나아낼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다른 이들처럼 평범하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들과의 사고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 전자와 후자 모두 지금 당장으로써는 그녀에게는 최악의 결과라고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저 혼자 간직하고 있는 이 비밀 때문에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차피 이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나 죽는 것이나 둘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 어차피 모 아니면 도지. ”
모 아니면 도. 그 말을 반복적으로 되뇌이며 그녀는 편지를 들여다보다시피 하던 고개를 들어 현관문 옆에 비뚤어짐 하나 없이 자리잡고 있는 벨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새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옆에 있는 집들과는 달리 유독 깨끗한 벨이었다. 아직 눌러보지도 않고 저 혼자 섣불리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이걸 누르면 어쩌면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몰랐다. 굳게 마음을 다잡았는지 그녀는 자신에게 용기를 주려는듯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여준 뒤에 손을 들어 벨을 한 번 꾸욱 힘주어 눌렀다. 새 것이었을까, 누르기에는 약간은 뻑뻑했던 감이 손가락 끝에 남아있는 듯해 제 손을 쥐었다 펴며 그녀는 저 혼자 시끄럽게 울고 있는 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 번, 두 번. 여전히 벨은 저 혼자 외로이 울어대고 있었고 안에서는 그 누구 하나 나올 생각이 없는 건지 반응 하나 없었다. 그렇게 저 혼자 외로이 울던 벨이 제 쓰임을 다한 것마냥 울어대던 것을 멈추자 그녀는 그 짧은 시간 내에 실망감이라도 생긴 것인지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던지기 좋게끔 둥글게 구겨서는 현관문을 향해 던져버리고는 그 아랫부분을 있는 힘껏 발로 차기에 이르렀다. 너무 세게 찬 걸까, 혹여 누가 보기라도 했을까봐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음에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그런 자신이 어이가 없었는지 자조적인 미소를 입가에 매달았다. 그리고 그대로 현관문에서 등을 돌렸고, 등을 지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다시피 해 방금 전 현관문을 찼던 제 발을 물끄러미 노려보기 시작했다.
“ … 아파. ”
무엇이 아픈 것일까.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에 제 옆에 떨어져 있는 볼썽사납게 구겨진 편지를 흘긋 바라보던 그녀는 자꾸만 제 시야 끝에 계속해서 잡히는 편지에 짜증이 나 결국에는 손을 뻗어 그것을 다시 손에 쥐었다. 단 한 번. 그래, 아무리 미워도 제게 찾아온 단 한 번의 빛이었다. 매일을 어둠 속에 살고 있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제 스스로 찾아와준 단 한 번의 빛. 그러나 이것 또한 새로운 지옥을 맛보게 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만 살고 있던 사람에게 이미 어둠은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빛이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무서울 정도로 아무런 소리 없이 다가온 빛은 그 어떤 조그마한 틈새로라도 자신을 내비추었고 그것은 자연스레 이미 어둠 속에 익숙해진 그녀에게까지 와닿았다. 그리고 그 빛을 따라가기만 하면 언제든지 이 어둠을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마저 주기에 이르렀고, 그녀는 빛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방향을 따라 무작정 이 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없었다. 헛된 희망, 그리고 다시 어둠. 차라리 처음부터 자그마한 빛이라도 비춰주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그 어둠 속에서 빛이란 것을 모른 채로 살았을 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미 빛이란 것, 희망이란 것을 알아버렸기에 그녀는 다시 그 지독한 어둠 속으로 태연히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미 자신을 내비춰주는 빛을 한 번 봐버렸기 때문에 그 어둠 속에 들어간다 하다라도 다시 눈으로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 분명했다. 단, 모든 것이 혼자라는 전제 하에.
그러고보면 누군가 그랬었다. 비밀이란 아주 달콤한 것이라고. 누가 그랬었을까. 손가락을 이용해 손 안에서 편지를 여유롭게 굴리며 그녀는 저 나름대로 깊은 생각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당연히 기억날 리가 없었다. 어릴 적, 누군가가 해준 말을 여태까지 기억하고 있기에는 그녀의 기억력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고 이미 그 이야기는 처음 들었던 그 순간부터 그녀의 안에서 결론을 냈었기 때문이다.
비밀은 달콤하지 않았다. 아마 달콤하다고 말했던 그 누군가는 다른 이들도 아는 이야기를 저 혼자 비밀이라 자신하며 그것을 즐겼을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비밀은 달콤하다, 라는 문장 아래로 다른 이의 약점을 빌미 삼아 그것으로 무언가를 취했을 수도 있었다. 그럴 경우에는 아마 비밀이라 말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다른 이의 약점을 잡아 그것을 부리려 드는 것이었을 뿐이었기에. 그래, 어쩌면 그런 경우에 처해 있었다면 그녀 자신도 비밀이라 여기고 달콤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외로움. 이 비밀을 혼자 간직하고 있어야 하기에 지독한 외로움이 그녀를 항상 뒤따랐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매일, 매일을 선택의 기로에 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매번 그 선택을 하고 난 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를 하는 편이었지만.
“ 오늘 오실 줄은 몰랐는데. ”
한참을 그렇게 몽상이라도 하듯 제 세계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녀의 귓가로 다른 이의 목소리가 제정신을 차리라는 듯이 그녀를 사정없이 흔들어 깨웠고 그제서야 제 앞에 어둡게 그림자가 진 것을 발견한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멀대같이 큰 사람. 고개가 뒤로 꺾일 수도 있다, 싶을 정도로 한껏 젓히고 나서야 제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였고, 자세히 보려던 차에 막 지기 시작한 석양이 복도 난간을 통해 그의 얼굴을 감싸기라도 하려는 듯이 비춰주고 있어 바라보려는 눈이 시려왔다.
키만 크면 다인가, 갑작스런 짜증이 몰려오는 듯해 그녀는 주저앉다시피 하고 있던 자리에서 냉큼 일어나 제 엉덩이 부분을 손으로 털어내었다. 아무리 정신이 없었다 해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는 듣지를 못했으니 그녀 앞에 있는 이 남자는 아마 복도 정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복도를 천천히 걸어왔음이 분명했다.
“ 근데 왜 여기 계세요? 안에 안 들어가 계시고. ”
바보일까, 그도 아니면 단순히 멍청한걸까. 집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밖에 나와서 그녀를 맞이하고 있는데, 외부인인 그녀가 어떻게 안에 들어가서 이 남자를 반길 방법이 있을까. 저를 놀리려고 물어보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런 대답도 않으려던 그녀는 어쩌면 이 남자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서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겠구나, 싶어 단순한 표현 방법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어보였고 이에 남자는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세상 근심 하나 없어보이는 표정을 한 채 웃기 시작했다.
웃어? 여태 기다렸던 사람을 뭐로 만드는 건지, 얄미워 보일 정도로 해맑게 웃어보이는 남자가 또 짜증나기 그지없어 그녀가 뭐라 말이라도 하려 입을 열려는 찰나에 남자가 한 손을 들어 모기라도 쫓아내려는 듯이 그녀의 눈 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 안에 사람 있는데, 벨 눌러도 안 나와요? ”
벨 눌러서 나왔으면 내가 여기서 그 쪽을 만날 일도 없었죠.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겨우 삼켜내며 그녀는 혹여 자신이 섣불리 짜증이라도 낼까, 싶어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매단 채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여 보였다. 경련이 일었다. 평소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있어 차별을 두거나, 짜증을 내는 일이 별로 없던 그녀였음에도 참 신기하게 제 앞에 있는 이 남자의 얼굴만 봐도 절로 짜증이 밀려왔다. 분명 오늘 처음 본 사람임이 분명함에도 말이다. 어쩌면 딱 보기에도 그녀와 달리 행복하고 유해 보이는 삶을 산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괜한 시기심이 들어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 어떡하죠. 저도 열쇠를 안 가지고 나왔는데. ”
아니면 멍청해서 짜증이 난다던가. 입고 있는 두꺼운 자켓 주머니를 제 손가락으로 보란듯이 가리키길래 뭔가 싶어 유심히 바라보니 멍청히 웃으며 말하는 남자를 보고 그녀는 그렇게 단정 지어버렸다. 보는 사람이 절로 짜증이 나게 할 만큼 멍청한 남자였고, 그거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 괜찮으니까 걱정 말아요. 안에 사람 있으니까 나오라고 하면 돼요. ”
“ 아뇨, 전 이만 …. ”
그녀가 거절의 말을 내뱉으려 하자마자, 남자는 뒤돌아 갈 새도 없이 현관문 앞으로 성큼 걸어가 한 쪽 발을 뒤로 뺐다. 그리고는 조금 전 그녀가 발로 찼던 현관문 아랫부분을 말릴 새도 없이 발에 힘을 잔뜩 준 채로 차기 시작했고, 그러자 그녀가 발로 찼을 때와는 달리 현관문이 크게 울어대는 소리가 긴 복도를 되돌아 오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상관없이 남자는 연신 발을 뒤로 뺐다가 다시 앞으로 내어 현관문을 차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 때마다 현관문은 벨 소리에 버금갈 정도로 크게 울어대었다. 그렇게 남자가 제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몇 번을 찼을까, 그녀가 발로 한 번 찼을 때와는 달리 잠잠할 줄로만 알았던 현관문이 반응을 내보였다. 달칵, 하는 잠금쇠 푸는 소리와 함께 문이 조용히 열린 것이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 시끄러워. ”
기다란 팔이 뻗어나오더니 멍청한 남자를 현관문에서 떨어지게끔 거칠게 뒤로 밀어내고는 다시 문을 닫아버리려고 했다. 그래, 현관문을 다시.
“ 아, 형! 시, 아니. 손님 왔다니까? 나 말고 손님 먼저 봐봐, 어? ”
그래도 눈치가 제법 빠른 건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멍청한 행동을 하던 남자는 문을 닫으려는 틈새로 급하게 발을 밀어넣고는 랩이라도 하듯이 빠르게 속사포로 얘기를 했고, 이에 안에 있던 남자가 그녀에게로 온 신경을 빼앗긴 틈을 타 현관문을 발로 힘껏 차더니 더 이상 닫지도 못하게끔 부채라도 펼치듯 활짝 열어재꼈다. 그러자 현관문 안쪽에 서 있던 남자는 그녀의 눈 앞에 훤히 드러나게 되었고, 남자는 또 그게 마음에 안 드는지 눈에 보일 정도로 눈썹을 교묘히 움직여 미간을 찌푸리더니 슬며시 팔짱을 낀 채로 그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 … 너야? ”
“ 네? ”
“ 너냐고. ”
“ … 아닌데요? ”
뭔지는 몰라도 알았다고 대답하면 뺨이라도 맞을 듯한 분위기에 휩쓸려 그녀가 저도 모르게 아니라고 대답하자, 팔짱을 끼고 있던 남자가 손에 힘을 준 것인지 팔뚝에 드러난 힘줄이 선명히 보였다. 아,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그녀는 별다른 미련 없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비밀을 간직하고 살아가나, 비밀을 간직한 채 죽으나 지금의 그녀에게는 그게 그것이었다.
“ 비밀. ”
비밀. 그 단어에 그녀가 저도 모르게 눈에 띌 정도로 몸을 움찔하더니 모든 것을 놓을 준비를 한 채 감다시피 했던 눈을 떠 그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낸 남자를 올려다봤고, 남자는 그녀의 그런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 입가를 끌어올려 비웃는 것도, 그렇다고 기분 좋게 웃는 것도 아닌 묘한 미소를 내보였다.
“ 그거. ”
덩치에 비해 제법 조그만 입술을 오물거리듯이 말하는 남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그녀는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조금 전까지 촐싹대다시피 하던 멍청한 남자는 현관문 옆에 몸을 기댄 채로 서서 아무 말 않은 채 그런 둘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마치 손을 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아주 조용히 눈으로만 그 둘을 쫓으며.
“ … 지킬래. ”
“ … ”
“ 아니면 잊을래. ”
숨이라도 내쉬는 것처럼 그리 어렵지 않게 질문을 건넨 그는 그녀의 답을 기다려 주겠다는 것을 말해주듯이 팔짱 낀 것을 풀지 않은 채로 현관 쪽 벽에 몸을 기대고서는 그녀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그의 질문을 듣자마자 고개를 수그린 그녀는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한숨을 내쉬었다.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 어서 선택해요. 별빛씨. ”
아까 전의 멍청해 보이기만 했던 행동들은 다 거짓인 것처럼 첫인상이 멍청하기만 했던 남자는 차분한 목소리를 한 채 그녀를 재촉했고, 이에 별빛, 그녀는 그들이 어떻게 편지를 받은 그녀가 며칠이 걸릴 지는 몰라도 이 곳에 올 것이라 자신하고, 또 어떻게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는 지에 관해서는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기회를 놓칠 새라 말을 꺼내기에 앞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잊을래요. ”
매번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을 위해 선택을 해야만 했던 그녀였다. 비밀을 지키느냐, 마느냐. 그러나 오늘만은 난생 처음으로 그 문제가 다르게 다가왔다. 비밀을 지키느냐, 잊느냐. 그리고 그녀는 오늘도 여지없이 저 혼자 결정을 내리고 선택을 했다. 그 답이 평소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에 왠지 모를 짜릿함마저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 그녀였다.
“ 후회, 안 하지? ”
비록 처음에는 비밀을 없애줄 수 있다는 말에 혹해 여기까지 왔지만, 그들은 불확실한 말을 건넨 뒤에 잊게 해준다는 가능성 있는 말로 그녀를 다시 한 번 혹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물어오기까지 했다. 그녀 혼자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리고 선택을 할 때에는 그 누구도 물어보지 않았던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는 물음을.
“ … 후회 안 해요. ”
굳게 자신한 뒤 별빛은 고개를 들어 저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바라보고 있는 두 명의 남자를 번갈아 마주 바라보았고, 그녀의 시선을 받은 두 남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각자 한 손을 내밀었다. 선뜻 그 손을 잡지 못하고 별빛이 혼란스러워 하자, 두 남자는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듯이 마치 그 전에 약속이라도 한 것마냥 각자 그녀의 한 쪽 손만을 잡아 현관 안으로 끌어당겼다.
“ 어서와. ”
물음을 건넨 남자의 남자치고는 고운 미성과 멍청해 보였던 남자의 살짝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한 데 어울려 좋은 소리를 내며 그녀를 반기고 있었다. 오늘도 여지없이 자신을 위한 선택인지, 비밀을 위한 선택인지 모를 결정을 내린 그녀를.
그리고 현관 안에 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가까운 곳만을 두리번거리며 집 안을 살펴보는 그녀의 등 뒤에 선 두 남자는 여전히 이도저도 아니어서 묘해 보이기만 하는 미소를 지은 채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서로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 지옥에 온 걸 환영해. ”
길게 쓰거나, 짧게 나누어 쓰려고 끝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 중인 글이었는데 그냥 두면 잊혀질까 싶어서 프롤로그 형식으로 잠깐 써본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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