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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K가 있었다. 그리고 가해자 T가 있었다. K는 담담했다. 진술서를 반듯한 글씨로 빼곡히 채워가면서도 하얗게 질린 것인지 원래 피부인지
모를 멀건 얼굴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K의 앞에 마주앉은 박찬열은 연신 그의 표정을 살피며 해서는 안될 질문을 저도 모르게 툭
뱉어냈다.
"김준면씨, 저… 괜찮습니까?"
K의, 그러니까 김준면의 손이 거짓말처럼 뚝 멈추었다. 남자가
바지를 내렸고, 곧바로 나의 바지를 내렸습니다. 그다음에… 남자가 성기를… 한 뒤, 나의……. 곁눈질로 진술서를 훔쳐보던 박찬열이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강간을 당한 피해자 치고는 상당히 직설화법에 태연하고 담담했다. 그런 걸 형사님께서 왜 묻습니까? 김준면이 다시 질문했다. 동그랗고
순해보이던 눈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날카롭게 변했다. 그 불쾌하다는 듯한 눈빛에 박찬열은 입을 꾹 다물었다. 조용히 고개를 숙인 김준면이 다시
진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김준면의 경추가 도드라진 하얀 목의 어디즈음 붉게 달아오른 작은 멍울이 자리잡고
있었다.
"형사님은 그냥-,"
"……."
"나 강간한 범인만 잡아주시면
됩니다."
탁. 김준면이 볼펜은 내려놓았다. 수고하세요. 고개를 대충 주억인 김준면이 서를 나섰다. 남자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마른 다리가 절뚝였다. 다리가 불편한게 아닌 듯한 그 모습이 피해자 김준면과 가해자 T 만이 기억하는 그 날을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
박찬열은 시끄러운 서를 멍하니 쳐다보며 이 사건은
애초에 범인은 잡기는 힘든 사건이라고 문득 생각했다. 김준면은 범인을 정말로 잡고 싶은건지 모를 정도로 가해자의 관해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
알려주지 않았다. 키가 큰 중국인이였습니다. 눈매가 날카로웠구요. 그게 끝입니까? 네, 끝입니다. 박찬열은 김준면의 말에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김준면은 무감각한 시선으로 허공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호한 시선이 다시 박찬열을 향했다. 박찬열은 손에 들고있던 싸구려 볼펜을
책상에 대고 일정한 박자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일종의 사소한 습관이였다.
탁- 탁-.
"이런 식이면 범인 못 잡습니다.
김준면씨도 아시잖아요, 성폭행 뒤엔 샤워 하면 안된다는거. 근데 샤워도 하셨다면서요? 집에 가자마자, 깨끗하게. 범인 얼굴도 제대로 몰라서 몽타주도 못
그려요, 그건 아세요?"
"잡아주세요."
"……김준면씨, 제가 하고 싶은 말,"
"그 남자의 이름을
알아요."
탁탁, 박찬열의 손놀림이 멈추었다. 타오, 타오라고 했습니다. 박찬열은 책상위 널부러진 이면지에 '타오' 라는
글씨를 써가면서도 어쩐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김준면은 저에게 작은 단서를 하나씩 이야기 해주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타오라는 남자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무언가 맞물린다는 느낌이 없다는 뜻이였다. 쓰읍-. 박찬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정도면 잡을 수 있습니까? 김준면이
물었다. 아- 예,예에… 뭐,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박찬열이 대충 고개를 주억거렸다. 김준면은 성의 없는 박찬열의 대답에도 아랑곳 않고 고개를
꾸벅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린다니, 마치 범죄자가 아닌 잃어버린 누군가를 찾는 듯한 말투였다. 박찬열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겨들었다.
"저… 김준면씨!"
"네, 형사님."
"…진짜 범인을 찾는게
맞습니까?"
박찬열은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질문에 자신 역시 당황했다. 박찬열은 김준면이 입을 여는 그 짧은 찰나에
제멋대로인 입을 틀어막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김준면은 묽게 웃었다. 형사님,
"저는 지금 경찰서
안이에요."
"……."
"전 피해자구요. 저와 대화하는 당신은 형사에요."
"……."
"저는
일주일전 저녁 열한시경 저를 강간한 남자를 찾고 있습니다."
모를 멀건 얼굴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K의 앞에 마주앉은 박찬열은 연신 그의 표정을 살피며 해서는 안될 질문을 저도 모르게 툭
뱉어냈다.
"김준면씨, 저… 괜찮습니까?"
K의, 그러니까 김준면의 손이 거짓말처럼 뚝 멈추었다. 남자가
바지를 내렸고, 곧바로 나의 바지를 내렸습니다. 그다음에… 남자가 성기를… 한 뒤, 나의……. 곁눈질로 진술서를 훔쳐보던 박찬열이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강간을 당한 피해자 치고는 상당히 직설화법에 태연하고 담담했다. 그런 걸 형사님께서 왜 묻습니까? 김준면이 다시 질문했다. 동그랗고
순해보이던 눈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날카롭게 변했다. 그 불쾌하다는 듯한 눈빛에 박찬열은 입을 꾹 다물었다. 조용히 고개를 숙인 김준면이 다시
진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김준면의 경추가 도드라진 하얀 목의 어디즈음 붉게 달아오른 작은 멍울이 자리잡고
있었다.
"형사님은 그냥-,"
"……."
"나 강간한 범인만 잡아주시면
됩니다."
탁. 김준면이 볼펜은 내려놓았다. 수고하세요. 고개를 대충 주억인 김준면이 서를 나섰다. 남자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마른 다리가 절뚝였다. 다리가 불편한게 아닌 듯한 그 모습이 피해자 김준면과 가해자 T 만이 기억하는 그 날을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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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은 시끄러운 서를 멍하니 쳐다보며 이 사건은
애초에 범인은 잡기는 힘든 사건이라고 문득 생각했다. 김준면은 범인을 정말로 잡고 싶은건지 모를 정도로 가해자의 관해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
알려주지 않았다. 키가 큰 중국인이였습니다. 눈매가 날카로웠구요. 그게 끝입니까? 네, 끝입니다. 박찬열은 김준면의 말에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김준면은 무감각한 시선으로 허공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호한 시선이 다시 박찬열을 향했다. 박찬열은 손에 들고있던 싸구려 볼펜을
책상에 대고 일정한 박자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일종의 사소한 습관이였다.
탁- 탁-.
"이런 식이면 범인 못 잡습니다.
김준면씨도 아시잖아요, 성폭행 뒤엔 샤워 하면 안된다는거. 근데 샤워도 하셨다면서요? 집에 가자마자, 깨끗하게. 범인 얼굴도 제대로 몰라서 몽타주도 못
그려요, 그건 아세요?"
"잡아주세요."
"……김준면씨, 제가 하고 싶은 말,"
"그 남자의 이름을
알아요."
탁탁, 박찬열의 손놀림이 멈추었다. 타오, 타오라고 했습니다. 박찬열은 책상위 널부러진 이면지에 '타오' 라는
글씨를 써가면서도 어쩐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김준면은 저에게 작은 단서를 하나씩 이야기 해주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타오라는 남자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무언가 맞물린다는 느낌이 없다는 뜻이였다. 쓰읍-. 박찬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정도면 잡을 수 있습니까? 김준면이
물었다. 아- 예,예에… 뭐,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박찬열이 대충 고개를 주억거렸다. 김준면은 성의 없는 박찬열의 대답에도 아랑곳 않고 고개를
꾸벅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린다니, 마치 범죄자가 아닌 잃어버린 누군가를 찾는 듯한 말투였다. 박찬열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겨들었다.
"저… 김준면씨!"
"네, 형사님."
"…진짜 범인을 찾는게
맞습니까?"
박찬열은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질문에 자신 역시 당황했다. 박찬열은 김준면이 입을 여는 그 짧은 찰나에
제멋대로인 입을 틀어막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김준면은 묽게 웃었다. 형사님,
"저는 지금 경찰서
안이에요."
"……."
"전 피해자구요. 저와 대화하는 당신은 형사에요."
"……."
"저는
일주일전 저녁 열한시경 저를 강간한 남자를 찾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범인이 아닌 누구를… 누구를 찾고
있겠어요.
김준면이 다시 한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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