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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667

하나하키 1

울컥, 쿨럭.

작은 방, 단정하게 생긴 한 남자가 가슴께를 부여잡고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헛구역질만 되풀이하던 찰나,

남자의 입에서 연녹색 꽃이 떨어졌다.

백합을 닮았다.

검게 썩어들어간 암술과 수술, 처량하게 말린 꽃잎 가장자리.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침대 옆에 주저앉고, 베개를 끌어와 얼굴을 묻었다.

메스꺼운 속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지겹게도, 매일 꽃을 토한다.

아무리 많은 꽃을 뱉어도 알아주지 않을 너를 위해서.

힘이 빠진다.


하나하키 2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는

꼭 네 생각이 났다.

이불을 말아 끌어안고 뒤척이면

보고 싶고, 듣고 싶고.

안아보고 싶고…….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을 감아도

걷잡을 수 없이 속이 답답해진다.


아무도 몰라야 할 사랑,

알려져선 안 될 사랑.


다시 구역질을 시작한다.

붉게 물든 눅눅한 꽃이 하얀 시트 위로 떨어졌다.

한 송이, 두 송이.


하나하키 3

초인종이 울렸다.


" 누구세요. "

" 김한빈! "

" 지원이 형? "

" 문 열어줘. "


눈이 번쩍 뜨였다.


" 형? 이 밤에 무슨 일로…. "


헤헤,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는 너는.

그래, 딱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


" 갑자기 비가 와서. "


익숙하게 나를 제친다,

내가 좋아하는 웃음을 지으며.


" 수건은 찬장 안에 있고요, "

" 한두 번 와보냐, 큰 티셔츠 있으면 그거나 줘. "


* * *


소파에 드러누운 네 머리맡에 앉았다.

같은 샴푸 향, 기분이 좋았다.


" 오, 김한빈. 머리도 말려주냐. "

" 그러니까 눕지 말고 앉으세요. "

" 한빈이가 앉으라면 앉아야지. "


너는 리모콘을 몇 번 눌러 영화를 틀고,

바닥으로 내려가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 연인 같다.


" 야. 우리, 신혼부부같지 않냐? "

" 응? 그러면 내가 남편이네요. "

" 한빈이는 당연히 예쁜 부인이지. "

" 에이, 예쁘기는. "

" 거울 보여줘? 진짜 예쁜데. "


설렜다, 장난인 걸 알면서도.

가슴께가 저려왔다.

많이, 아팠다.


하나하키 4

다리를 베고 누운 네 눈가에 손을 흔들어보았다.

미동이 없다, 잠이 들었나.


부드러운 머리칼에서는 좋은 향이 났다.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았다.

단 둘이, 같은 공간에 있다니.


꿈 같아서, 눈을 뜨기 싫었다.

아무도 없을 것 같아서.


정말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설마, 꿈일까.

토기가 올라왔다.


" 우욱, "


입을 막고 가슴을 쳐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숨이 거칠어질 때쯤,

입을 막은 손바닥에 무언가 닿았다.

작은 꽃.

한 번도 본 적 없는, 예쁜 연분홍색이었다.

한참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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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분위기나 필체가 되게 아련한데 이뻐요......부럽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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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ㅠ와! 분위기ㅠㅠㅠbgm도 좋아여ㅠ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브금이랑글이랑너무잘맞아서소름돋았어요.....짱짱인것같아요ㅠㅠㅠㅠ아련한거진짜제일좋아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거써주시면감사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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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으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옛날 글을...! 고마워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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