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마의를 대충 팔에 끼워넣고 휴지조각만 든 서류가방을 고쳐잡았다. 아침식사는 당연히 패스. 느글거리는 속을 붙잡고 현관 앞 전신 거울 앞에 섰다. 퀭한 얼굴하며 눈 밑에 옅게 자리잡은 다크서클, 하얗게 턴 입술하며 평소보다 창백한 낯빛까지. 머리가 더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가는 길에 숙취음료이라도 마셔야지. 근데 그거 빈 속에 마셔도 괜찮으려나. 한 달 전 입사 환영회 다음 날에도 이렇게까지 몸 상태가 젬병이진 않았던 것 같은데. 후ㅡ, 길게 한숨을 쉬자 전 날 먹었던 알코올 냄새가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아 헛구역질이 났다. 매일 왁스로 멋을 냈던 머리도 오늘은 왁스는 커녕 손질도 하지 않아 푸스스했다. 하지만 자연스레 흩어지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큰 맘 먹고 장만한 알마니 구두를 조심스레 신고 얼마 전 장만한 스마트폰을 꺼냈다. 8:08am, 장대리로부터 카톡이 와있었지만 어차피 좀 있다 만날 거니까 귀찮아서 씹었다. 흘러내린 목도리 자락을 다시 어깨로 말아올리고 문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꽃샘추위때문인지 찬 바람이 훅 끼쳐들었다. 몸은 차가워졌지만 지끈거렸던 머리가 한층 맑아진 껏 같았다. 하지만 미식거리는 속은 그대로 였다. 삐릭, 하고 맑은 소리와 함께 뒤에서 닫힌 문이 자동으로 잠겼다. 또각 또각. 계단층과 구둣굽이 맞부딪히는 마찰음이 내 상황과는 다르게 제법 흥겨웠다.
우리 집에서 크게 오른쪽으로 꺽어지는 커브길을 돌면 오픈한 지 얼마안된 패밀리마트가 있다. 물론 난 한 번도 가보진 못했고. 자주 가던 슈퍼는 회사 방향과 정 반대방향이라 결국 편의점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끙, 슈퍼보다 편의점이 몇백원은 더 비쌀텐데. 하지만 내 상황이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이 아니다는 것은 누구보다 내 자신이 제일 잘 알기에 그냥 자기위안을 하며 편의점 쪽으로 걸어갔다. 서류가방을 붙잡은 왼손이 차다. 주머니 속에 파묻힌 오른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서류가방을 든 채로 왼손을 입김으로 녹였다. 뿌연 입김이 어른거린다. 정처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편의점에 다다랐다. 편의점 출입문 손잡이를 잡고 당겼다. 역시 오랜 시간 찬 바람을 맞아 내 손바닥 체온보다 더 차가웠다.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했다. 딸랑딸랑,하고 무거운 아침과 맞지 않는 귀여운 편의점 방울 소리가 귓가에 울리었다. 바깥과 다르게 따스한 히터 특유의 온기가 얼굴에 끼쳐왔다.
"어서오세요."
아침이라 그런지 방울 소리에 반사적으로 나를 향해 무미건조한 인사를 내뱉은 알바가 카운터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지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손가락을 화려하게 움직였다. 앳되 보이는데 대학생인가, 고등학생이 이 시간에 알바를 할 리는 없고. 세상 만사 귀찮아뵈는 알바의 태도에 나도 그냥 인사를 씹었다. 사실 나는 인사를 먼저 하는 타입이지 인사를 받는 타입은 아니었다. 저런 무심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헐 저도 제가 이렇게 일찍 올지는 몰랐어요; 봐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6
드디어 나온 첫 대사.. 그리고 일찍 오다보니 짧은 내용ㅜㅜ죗옹합니다..
2편엔 좀 나아지겠......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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