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혀진 커튼사이로 햇빛이 들어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다.
친구들과 공원으로 놀러가자던 말이 생각남과 동시에
자신의 머리맡에 놓아뒀던 알람시계의 시곗바늘을 쳐다봤다.
하지만 없는 시계.
역시나 시계는 방바닥을 뒹굴고있었고
건전지는 문앞까지 굴러가 있었다.
망할.
약속시간은 11시였건만 지금 시각은 11시이다.
뭐, 머리안감아도 상관은 없겠지 그래.
김성규의 이미지는 깔쌈한 댄디보이 그런 이미지니까, 뭐.
그래. 정말 평소대로, 진짜 평소대로 입고(치장한다는 의미포함.)
밖으로 나간 시간은 11시 15분.
핸드폰은 줄기차게 벨소리를 노래하고 있었다.
그래 간다고 가.
택시를 잡은 시각 11시 10분.
요새 기면증이 많이 심하다.
심지어 걷다가도 잠이 들 지경.
택시를 타고 바로 곯아떨어졌는지 택시기사가 흔들어 깨운후에야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시각은 11시 30분. 그만큼 잔건가.
대학을 입학한 이후에 긴장이 풀린 나머지
고교시절 못잤던 잠을 틈틈히 자는 것같기도하다.
약속장소에 내리자 욕하면서 기다리던 친구들이 보이고
고등학교때 짝사랑 했던ㅡ사실은 지금도ㅡ박세나도 보이고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자 그럼 김성규도 왔으니까 가자! "
고등학교때도 친했지만 같은 대학교에 진학하고
더 친해진 이호원의 말에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공원을 한참 얘기를 하면서 걷자 호수에 위치한 분수대가 나타났고
이내 기다렸다는 듯이 물을 뿜어 대었다.
난간 가까이서 보자 시원하게 물을 뿜어대는게 내 잠들도 사라지는 느낌이었고
이상하게 아까부터 지끈거리던 머리도 잠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성규야! "
"어,어? "
박세나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다.
몸은 아슬아슬하게 난간에 걸쳐있었고
다리의 힘은 풀려있었다.
까딱하면 물에 빠질수 있었던 그런 상황.
너 물에 빠질뻔했어.어디아픈거아니야? 라는 박세나의 물음에
그저 아무것도아니라며 묵비권만을 행사할 뿐이었다.
싱겁기는 하면서 세나는
잠와서 그랬다고 하면, 아마 까르르 웃어 넘기는게 쪽팔릴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머리가 다시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지끈거린지는 모르겠지만
공원와서부터 이상하게 관자놀이를 꾹 누르는 기분나쁜 두통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어, 잉어다! "
"어디어디, 헐 진짜다. "
"우와 신기해. "
평소에 물고기를 잘 못보는 탓일까
물고기를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오랫동안 주시중이었다.
이내 다른 친구들은 호숫가를 벗어났고
나 혼자만이 호수근처에 있었다.
이내 분수가 멈추고 자리를 떠나려 하자
세상이 까맣게 되고 몸에 힘이 빠졌다.
잠이 드는 건가 싶기도 하고
머리는 점점 아파왔다.
그리고 이내 풍덩 하고 몸이 물속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은 얕겠지 하고 잠에서 돌아온 정신이 든채로 몸의 힘을 뺏지만
물속으로 여전히 계속 가라앉을뿐이고
그대로 나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
눈을 뜨자 보이는건 갈색 천장.
오랫동안 잔건지 몸은 개운했다.
정신은 말짱했고 기면증은 곧 없어질것같이 그만큼 개운했다.
드르륵-.
미닫이문이 열리고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여자아이가 물수건을 들고 들어오다 걸음을 멈추었다.
"일어났어요? "
"네,네? "
"다행이에요! 5일을 주무셨어요. "
"정말요? 근데 여긴 어디…. "
"누워계세요. 여긴 한양에 설중마을이에요. 몸다친곳은 다 치료는 했어요.
한양? 설중마을? 이건 뭐 개뼈다귀 뜯어먹는 소리도 아니고.
여긴무슨 곳이야 진짜.
"지금 몇일이에요? "
"임오 7년 7월 28일이요. 좀 쉬세요! 우현오라버니가 와서 이렇게 앉아서 얘기하는거 보시면 저 다그치실지
도 몰라요.
임오7년? 무슨 망할 임오... 임오군란 돋네요 아가씨.
벙쪄있자 뭔말인지 이해못했다는 것을 알아듣고는 가만히 바라본다.
"여기 무슨나라에요? "
"헤에- 물에 빠져서 기억을 잃은건가? 조선이잖아요! "
오마이갓.
//이거슨 노랭냄비님과 같이쓰는 릴소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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