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사장님 김한빈 비서로 일하는 썰 02
엄마한테 첫 출근부터 너무 힘들었다고 어제 떼써서 그런지 엄마가 또 불고기를 아침으로 챙겨놓으셨다.
혼자서 불고기로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고 있는데 집안이 조용한게 왠지 직장인이 된것이 실감이나 기분이 새롭다. 이게 바로 커리어우먼의 아침인가?
부모님은 쿨쿨 자고 계시고 내 동생 지은이는 벌써 나갔는지 인기척도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까만구두를 챙겨신고, 옷차림새를 깔끔히 정돈한 뒤 현관을 나서는 모습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 현실은 현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에게는 번듯한 사장님이 자기를 좋아해줘서 안달이 났는데 우리 사장님은 만난지 하루만에 이건요! 저건요! 하면서 화내고 승질내고......
날 잡아먹지 못해 안달났는지 뭔 승질을 왜 그렇게 내는거야!
"현실을 직시하자. ㅇㅇㅇ! 드라마는 드라마지 쓸데없이 들뜨지마. 오늘도 힘내서 화이팅!"
까칠한 사장님 김한빈 비서로 일하는 썰 02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새로 온 사장님 비서시죠?"
"아휴,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제 아버지 뻘이신데. 어제부터 사장님 비서로 일하게 됐어요. 잘부탁드려요"
"처자가 싹싹하고 곱네. 열심히 일해요."
"에이, 뭘요! 오늘도 수고하세요~"
오늘도 경비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처음보단 훨씬 자연스럽게 27층을 눌렀다. 아, 맞다맞다. 업무보고 가져가야지! 또 한바탕 혼날뻔했네.
[띵- 26층 입니다]
"아, ㅇㅇ씨 왔어요? 자, 이게 지금까지 사장님 결제하실 서류들이구. 앞으로는 바로 27층 올라가도 돼요. 비서실 생겼으니까, 필요한 업무들 다 바로 27층 올려보낼거에요."
"아, 감사합니다. "
"전화올때마다 잘 체크해두고 항상 스케쥴만 잘 체크해두면 별 무리 없을거에요. 그럼 수고해요."
"네, 비서실장님! 안녕히계세요"
또각또각-
계단으로 사장실로 올라가는데 굽 높은 구두가 불편하다. 역시 멋내는건 힘들다니깐.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고는 사장실까지 마저 올라갔다.
27층에 올라와 내 자리에 짐정리를 하고보니, 벌써 9시가 다된 시간에 얼른 사장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저, 사장님. 오늘 일정 말씀해드리겠습니다."
"들어와요."
"오늘 결제하실 서류들이구요. 오늘은 저녁에 H그룹에서 주최하는 호텔완공식에 참석하시면 됩니다."
"그 외에는?"
"오늘은 딱히 다른 일정은 잡혀있는게 없습니다."
"알았어. 나가보지"
"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어제보다 훨씬 잘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해하며 혼자 자축한다는게 너무 세게 뒤돌았나보다. 돌아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발목을 삐끗해버렸다
아.....아프다는 소리도 못내고 애써 태연한척 종종걸음으로 나왔다. 사장님이 보기 전에 얼른 나가야 된다는 생각에 후다닥 빠져나오고나서 보니 꽤 심하게 삐끗한것 같다.
요리조리 봐도 벌써 부어오르고 있는듯한 발목. 살짝만 손대도 욱신거리는 통증이 심하다. 오늘따라 운수가 좋더라 했네. 이게뭐야...
짜증나는 마음에 구두를 벗어던졌다가 다시 급하게 도로 신었다.
맘빈기업같은 대기업에서 맨발로 있을수도 없는 노릇. 이 구두를 신고 다시 하루종일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해진다.
까칠한 사장님 김한빈 비서로 일하는 썰 02
오늘따라 손님은 왜 이리도 많은지. 원래 여긴 손님이 이렇게 많나? 벌써 세번째다.
일어나서 인사하고, 차 내어가고, 나가실 때 다시 인사드리고. 벌써 발목은 욱신거리다 못해 무감각해질 정도.
그래도 오기가 있지. 사장실 안에 들어갈 때는 죽어도 안아픈척! 도도하게 걸어다니느라 더 죽을맛이다.
근데 내가 이 몸을 이끌고 차 내어가면 사장님은
[차 냈으면 얼른 나가보지] 이런 말 밖에 안해주고. 좀더 예쁘게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투덜거리면서 마지막 손님을 보낸 뒤 자리에 앉아 사장님 욕을 적기도 몇분. 사장실 문이 열리고 사장님이 나오셨디.
"아, 외출하세요?"
"나 잠깐 나갔다올테니 결제받으러 오는 서류들은 나 없다고 하고 다 받아둬."
"네,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하마터면 노트에 욕 써놓은거 들킬뻔했잖아. 휴, 십년감수했네. 그나저나 이제부턴 뭘 해야하나.
고민이 무색하게 사장님이 나가신뒤에도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각 부서에서 사장님께 받으러오는 결제를 정리하고. 사장님께 오는 전화를 일일히 메모해두고, 찾아오시는 손님분들께 사장님이 안 계신다고 전해드리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벌써 해가 지고 어둑해졌는데도 사장님은 돌아오지 않으셨다.
이따 아홉시에 H그룹 행사에 참석하셔야하는데... 벌서 8시반이 지나고있었다. 초조한 마음에 발만 동동구르고 있던 찰나에 사장님이 돌아오셨다.
"아, 사장님. 오셨습니까. 지금까지 올라온 결제들은 일단 정리해두었으니, 내일 결제하시고 또, G그룹 비서실에서 전화가왔는데... 사장님?"
사장님이 자리를 비워둔 동안 정리해둔 업무보고를 급한마음에 빨리 전하고 있는데, 사장님은 관심없다는듯 들은채도 안하시고 사장실로 들어가셨다.
"들어오지."
"저기, 사장님. 빨리 업무보고 들으시고 9시에 H회사 행사에..."
"두번 말해야되나? 빨리 들어오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내가 들어서자 사장님은 말없이 문을 닫으시더니 날 자리에 앉히셨다. 난 지금 바빠죽겠는데 이 사람은 뭐가 이리도 여유로운지, 초조해죽겠다.
그나저나 사장실은 소파도 비싼걸로 들여놓는지 앉자마자 푹신푹신한 느낌이 마치 침대에 누운것같다.
"사장님, 이럴시간이 없는데요. 9시에"
"혹시 말,못하나?"
"네?"
"뻔히 아픈거 다 보이는데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쉬면돼지. 굳이 바득바득 남아있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아....."
"앞으론 아프면 아프다고,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해 미련하게 버티지말고."
"...."
"괜히 사람신경쓰이게 하지말란말이야"
내 발을 들고 척!봐도 비싸보이는 운동화를 신겨주시는데 아마도 사장님은 이미 다 눈치채고 계셨나보다. 나름대로 아닌척하고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하루종일 구두만 신고다녔던 발에 꼭 맞는 운동화가 들어가니 살것같은 기분이다. 내 발, 오늘 진짜 힘들었구나...
하지만 이건 너무 비싸보이고, 또...지금 이상황이 난 도무지 이해가 되질않았다. 왜? 도대체 왜 사장님이 지금 내 발을 걱정하고 계시는거지?
"이런거 받을 수 없습니다. 너무 비싸고 또, 제 실책으로 생긴 사곤데..."
"안 비싸, 그냥 받지"
"그래도 안됩니다. 괜히 걱정끼쳐드렸네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좀 받아주면 안 되나?"
"...."
"오늘은 이거신고 퇴근해. 시간이 너무 늦었군."
"하지만 아홉시에 H그룹 행사가!..."
"나 혼자 갈테니 퇴근해. 그 발로 어딜 또 가겠다는건가."
혼자 남겨진 사장실에서 한숨을 푹 쉬고 따라나갈 생각으로 가방을 챙기고 나섰더니 왠 모르는 사람이 사장실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 지시받고 왔습니다. 댁까지 모셔다드리라는 지시입니다."
괜찮다고 기어이 사양해도 사장님이 신신당부했다며 안 탈시에는 자신이 더 혼난다고 부득부득 날 차에 집어넣는 기사님.
결국 포기하고 난생 처음보는 외제차 뒷자석에 올라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이 상황을 곱씹어 생각해보았다.
퇴근하라는 말만 남기고 뒤돌아가는 사장님의 뒷모습. 그 모습이 어제의 뒷모습과는 왠지 다르게 다가왔다.
내가 생각한만큼 까칠한사람은 아닌듯한 느낌. 의외로 자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뒷자석에 홀로앉아 운동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슬며시 좋아지는 기분. 내가 신경쓰지 못한부분까지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그게 누구라도 일단 기분좋은 일이다.
어쩌면 내일부턴 이 회사생활이 힘들기만하지는 않을수도. 마치 든든한 빽이 생긴 느낌?
분홍색 운동화가 왠지 기분좋다. 사장님이 남기고 간 미소가 왠지 기분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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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후~ 제가 다시 돌아왔어요! 여러분도 이제 한빈이 마음을 좀 아시겠나요?~
잘 표현하지 못한는 한빈이를 이해해주세요ㅠㅠㅠㅠ♥ 차내고 빨리나가라고 한것두 여러분 다리아플까봐 그런거랍니다!
그나저나 같이 설레해주셔서 감사합니당...이렇게 댓글달아주시면 맘빈기업은 너무 좋아요..☞☜ 여러분께 심장어택
그럼 여러분도 오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