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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신인 전체글ll조회 1031l 1
줄리안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올 거면... 올 거였으면, 내가 너네 집 앞에서 손등이 닳아 없어지도록 문을 두드렸을 때 왔었어야지." 

 

 

 

 

 

 

 

"그것도 안 되면, 연락조차 되지 않는 너를 기다리겠다고, 다 무너져가는 자취방에 월세까지 올려가며 꿋꿋이 남아있기로 결심했을 때 왔었어야지." 

 

 

 

 

 

"만약 그마저도 안 되면, 니가 사는 벨기에로 찾아가겠다고 무작정 설거지 알바 했다가 동상에 걸려 커플링마저 잘라내기 전에 왔었어야지!!!!!!" 

 

 

 

 

 

 

 

 

감정이 북받쳐 오르며, 우리가 헤어졌던 날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때는 바로 2학년 겨울방학이었다. 나는 방학을 맞아 줄리안과 썰매장에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그 날, 왠일인지 줄리안과 연락이 닿질 않았다.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줄리안의 자취방으로 달려갔었고, 줄리안의 방 문 앞에서 "줄리안!"을 연신 불러대 보았지만, 

 

 

 

 

 

 

 

 

문 너머에서는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줄리안을 믿었었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가 버릴 그런 애가 아닐 것이라고, 난 굳게 믿으며, 매일 밤마다 그 아이의 자취방을 찾아가 손에 멍이 들도록 문을 두드렸었다. 

 

 

 

 

 

그리고, 하루빨리 개강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었다. 

 

 

 

 

 

하지만, 개강 총회에도, 심지어 전공 수업때도 그 아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과 사무실로 달려가 그 아이의 행방을 물었다. 

 

 

 

 

 

"줄리안 퀸타르트라는 학생, 왜 계속 출석을 안 하는 거에요?" 

 

 

 

 

 

그 때 들려온 조교의 대답은, 내 마음을 산산조각으로 찢어놓았다. 

 

 

 

 

 

" 그 학생, 개강 하루 전 날에 전화로 제적 신청 들어왔어요. 교환학생 과정 포기하겠다고." 

 

 

 

 

 

하지만, 나는 차마 줄리안이 떠나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건물 재건축을 하고 싶으니 자취방에서 나가달라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에도, 자취방의 월세를 올려 주는 방법으로 버티며, 

 

 

줄리안을 기다렸었다. 

 

 

 

 

 

그러다 나는 무작정 줄리안의 나라를 찾아가기로 결심했었다. 내 친구도, 내 동생도 기겁을 했던 일이었지만, 내 결심을 바꿀 순 없었다. 

 

 

 

나는 휴학계를 내며 닥치는 대로 모든 알바를 했었다. 커피숍 알바, 레스토랑 알바, 심지어는 주방 알바까지도. 

 

 

 

그러던 어느 날, 내 왼손이 이상하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겨울이라 그렇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병원에 가 본 결과 동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냉정하게 말했다. 

 

 

 

"아가씨는 동상이고, 치료하려면 그 반지는 잘라야 해." 

 

"안 돼요. 이 반지는..." 

 

"아가씨 그러다가 손가락까지 자르고 싶어?" 

 

 

 

결국 눈물을 머금고 난 너와의 커플링을 잘라냈었다.  

 

그리고, 무참히 잘리는 커플링을 내 두 눈으로 응시하며 난 다짐했었다. 

 

더이상 너같은 놈한테 매달리지 않겠다고. 

 

 

 

나는 다음 학기에 바로 복학을 신청했고, 독하게 공부에만 매진하며 남들에게는 꿈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W그룹에 당당히 수석으로 입사했다. 

 

 

 

회사에 들어간 뒤에도 깔끔한 일처리로 많은 사람들의 신임을 얻었고, 그러다 회장님의 눈에 들어 3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비서실장의 자리에까지 올랐었다. 

 

 

 

그리고 나는, 만약 너를 다시 만나더라도 흔들리지 않기로 굳게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다짐은 너의 등장으로 인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애써 흔들리는 마음을 가라앉힌 채 줄리안을 쏘아보며 말했다. 

 

 

 

"이제, 됐어?" 

 

"그래, 생각해보니 너 말대로 경복궁도 가고, 피카디리 극장도 가고, 남산타워도 가는 게 좋겠다." 

 

"그러면 너에 대한 기억들, 마지막으로 싹 다 지워버릴 수 있을 거 같거든." 

 

줄리안은 멍하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있어? 니가 가고 싶던 데, 지금 가자." 

 

"안 따라오고 뭐해?" 

 

그렇게 내가 거칠게 문 손잡이를 돌리려던 순간, 

 

 

 

 

줄리안이 나를 뒤에서 껴안아오며 말했다. 

 

 

"미안해." 

 

"진심으로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로 너의 감정들을 전부 풀어줄 수 없어서 미안해." 

 

그리고, 줄리안은 자신의 이야기를 해 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너를 두고 벨기에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줄리안의 시점) 

 

커피숍에서 눈썰매장 이야기를 하는 너를 보니 내 마음이 덩달아즐거워 지는 것만 같았다. 그 때, 갑자기 내 전화기로 국제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나는 너에게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는 깊은 한숨소리와 함께 한동안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다가, 조금씩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아버지의 비서였다. 

 

"도련님." 

 

"지금부터 제 말 잘 들으십시오." 

 

"어젯 밤 9시경, 회장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전화기를 든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서는 이런 내 상황을 모른다는 듯이 계속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회장님이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유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줄리안, 내 맏아들아. 현재 내가 경영하는 S그룹은 안타깝게도내부 산업 스파이 문제로 혼선을 겪는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너를 두고 떠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아득하고, 또 그저 미안하기만 하구나. 하지만, 부디 이 고난을 이겨내고 S그룹을 살려다오. 부탁한다.' " 

 

"유언 전문이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의 모든 생활, 당장 정리하고 벨기에로 오십시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머리가 핑 돌면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믿고 싶지 않았다. 

 

한국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니가 있는 곳인데. 

내가 어떻게 너를 두고 갈 수 있겠어. 

안 돼, 이대로 떠날 수가 없어. 

 

나는 너의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뭐에 쓰인 듯 내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가 보니, 나의 모든 세간살림들을 회사 사람들이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난 반드시 떠나야만 한다는 것을. 

 

그 다음 날, 나는 바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나는 널 잊을 수가 없었다. 후계자 수업을 받을 때도, 산업 스파이를 잡아낼 때도, 난 그저 너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마침내, S그룹의 위기는 내가 30살이 되었을 때야 전부 없앨 수 있었고, 나는 그제서야 너에 대한 행방을 이곳저곳에 묻고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해에, 나는 네가 W그룹의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너와 다시 시작하겠다는 일념으로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여주의 시점) 

 

"그런... 일이 있었던 거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커다란 이야기였다. 네가 교환학생이던 시절에도, 난 너를 그냥 집안이 좋은 아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괜히 미안해졌다. 

 

나는 거칠게 열려던 문고리를 부드럽게 열었다. 그리고, 줄리안을 내 차까지 안내한 다음, 조수석에 태우고 나서 안전벨트까지 매어준 후에야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가, 너를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아직도, 내가 좋다면-" 

 

"남산타워...다시 가지 않을래?" 

 

 

줄리안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아, 이제 이 아이는 나에게 정이 떨어진 거구나. 하고. 

 

 

 

그런데, 줄리안이 갑자기 안전벨트를 풀더니,  

 

운전석에 앉아있는 나의 얼굴을 잡고, 

 

키스를 해 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해왔다. 

 

 

 

"보고 싶었어, OOO." 

 

 

그렇게 차 안에서만 30분을 있다가, 우리는 드디어 남산타워로 향하기 시작했다. 

 

남산타워에 도착한 우리는, 11년 전 그 때처럼, 다시 자물쇠를 걸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곳에는 놀랍게도 우리가 걸었던 자물쇠가 있었고, 또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그 자물쇠에- 

 

 

 

 

아기자기한 반지 하나가 실로 묶인 채 매달려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왼손 약지에 끼워보았고, 반지는 마치 신데렐라의 발에 유리구두가 꼭 맞았던 것 처럼, 내 손가락에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놀란 표정으로 줄리안을 응시했고, 줄리안은 반지가 끼워진 내 왼손을 잡아오며 말했다. 

 

"사실 한국에 들어오면 너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어." 

 

 

 

 

"아직도 난 네가 좋아. 너를 사랑해. 그러니까-" 

 

 

 

 

 

"나랑, 결혼해 줄래?" 

 

 

 

 

당연하지. 나도 널 사랑하는데.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않는거지? 

 

앞으로도 우여곡절이 많겠지만, 

 

그래도 우리, 꼭 오래오래 행복하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랑해. 

 

줄리안. 

 

 

 

 

 

 

 

 

P.s) 네에! 드디어 쓰니의 빙의글이 끝을 맺었네요. 

재밌게 보셨나요? 

3편 안에 많은 내용을 넣기 위해 전개가 너무 급하긴 했 

지만, 그래도 독자님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 부탁드려요! 

부족한 제 빙의글을 사랑해 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Delicious 02편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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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결말이 아련하고 여운이 남네요~ 잘 읽었습니다
9년 전
독자2
아 여주 불쌍하면서도 잘되서 다행히 내요ㅠㅠㅠ
9년 전
독자3
너무 재밌게 잘읽었어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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