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안 좋았다.
우중중하게 흐려 곧 비올 것 같은 날씨도 마음에 안들었고
얼마안가 떨어지는 빗방울에 우산없는 내 빈손이 짜증스러웠다. 더군다나 입고있는 흰 블라우스 때문에 바쁜 와중에 뛰지 못하는 것 역시 짜증이었다.
해외에서 온 바이어와의 미팅에 늦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 장대같은 소나기를 맞고 갈 수도 없다.
하필이면 주변에 우산파는 곳이 없는 건 또 뭐람..
"저.."
뒤에 카페에서 사람이 나왔다. 사실 진짜 카페에서 나온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까 카페에 들어갔을 때 양복이 비싼거라 스치듯 봤던 기억이 난다.
좋은 인상은 아니고 오히려 사납게 생긴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수줍음이 보였다.
"우산 쓰실래요..?"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어울리지 않게 뒷통수를 긁적이면서 하는 말이 약간 귀여웠다.
어짜피 바쁜 상황이고...이 남자랑 다시 볼 것도 아니고 그린라이트건 뭐건 상관없이 우선은 지금 내 상황이 중요했다.
낚아 채듯이 우산을 받아들고 성의 없는 감사를 표하고 바로 장대 빗속으로 뛰어갔다.
"조심히가세요!"
빗소리에 묻혀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웃게되더라.
생각보다 더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