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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 제목 미정 | 인스티즈

김종인X도경수

제목 미정.

w. 카디의 개

 

 

강제전학이라고 했다.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너는 작은 체구를 가졌으나,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자기 소개를 할 때,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 준다면 어떨까, 그 목소리로 나를 보며 웃고, 운다면?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생각을 끝내자 너에게 더욱 다가가고 싶었고, 더욱 가지고 싶었다.

물론 불순한 이유였다. 니가 나를 믿고 의지한다면 끝난 게임이니까. 하지만 걸리는 것이 있다면 니가 강제전학을 왔다는 점이였다.

사람을 때려서 강제전학을 왔다기엔 겉으로 보이는 네 피부는 새하얗고 부드러워 보였고, 작은 생채기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도경수, 강제전학. 이 두개 말곤 너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웃긴 말일지는 몰라도 너는 지구 같았다.

학자들은 우리가 지구의 표면만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처럼 너의 이름과 강제전학을 왔다는 너란 지구의 지각 부분만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맨틀과 외핵을 뚫고 들어가 너의 내핵을 알아낸다면, 실제 지구의 내핵에 접근을 성공한 학자들 보다 더한 쾌감을 느낄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정복감과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생각은 너를 처음 본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이였다.

드라마나 여느 소설처럼 내 옆에 니가 앉는 상상을 해보았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런 일은 일어 나지 않았다.

난 2분단 셋째 줄, 넌 1분단 첫째 줄이였으니까. 그러나 널 보기엔 이 위치가, 이 자리가 더 나을 것 같았다.

그저 고개만 살짝 옆으로 돌리면 니 뒷 모습이 보였고, 너의 얼굴은 티비에 비쳐 내 눈앞에서 알짱거릴테지. 아무렴 상관없었다.

의자에 가방을 조심히 걸어두는 너를 관찰했다. 빨간색과 검은색 실의 조화가 꽤 어울리는 소원팔찌를 너는 오른쪽 손목에 차고 있었다.

팔찌가 걸려있는 손목은 희고 얇았다. 저 손목을 휘어잡으면 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놀랄까 아니면 무덤덤하게 쳐다볼까.

너의 모든 반응 하나 하나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너와 가까워질 기회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침 조례가 끝나자 다들 우르르 도경수에게로 몰려들었다. 어색한 듯 혀를 내밀어 입술을 슬쩍 핥는 도경수는 위험했다.

문득 두려워졌다. 너에게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아니, 그래도 상관 없었다. 두려움이 스쳐지나가기 무섭게 결론을 내린 내가 우스웠다.

갯벌 처럼 너에게서 나오려 하면 오히려 더 깊숙히 끌려 들어 갈 것 같았다. 차라리 그러느니 아예 푹 빠지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수도.

너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쉬는 시간이 끝났다. 1교시는 수학이였다. 지지리도 재미없는 수학이지만 좋은 점은 자리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였다.

책과 간단한 필기도구.. 라기엔 샤프 한 자루를 들고 도경수의 옆자리로 털레털레 걸어가 대충 책상에 책과 샤프를 내려 놓은 뒤,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당황한 듯 눈이 커지는 너를 보니 웃음이 터졌다.

"안녕, 김종인이야."

"안녕."

"말 아껴? 왜 그렇게 말이 짧아."

"신경 쓰지마."

아예 대화를 차단하는 너였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엎드려 너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곤 잠이 들었나보다.

누가 흔들어 깨우는 느낌에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일어나보니 도경수가 날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잘 자더라."

"뭐?"

"너 코도 골았는데, 몰랐어?"

자는데 내가 내 잠버릇을 어떻게 알아. 은근 귀여운 면이 있었다. 그 귀여운 점에 현혹된 것이 문제였긴 해도.

 

 

 

 

하하 안녕하세요, 카디의 개 입니다. 갑자기 삘 받아서 쓴 카디지만 반응이 좋으면 더 연재할게요. 그럼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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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신알신하고가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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