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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할 수 있는 게 오로지 특정 악기 실기라고만 생각했다. 
고교 자퇴 후 학사 준비하러 바다 건너서까지 부모님 도움받아서 왔는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요즘은 흔한 최선의 노력도 하지 않고 
계속 진로 방향을 정하는 데에서 방황만 하고 있다. 
이렇게 방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 한다. 
어떻게 해서든 음악으로 유학을 오리라 선언했었고 부모님에게 힘든 결정을 요구했었다. 
이 나라까지 와서 결과도 내지 못 하고 내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타고난 재능도 그를 극복할 노력도 없는지를 깨닫고 방황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 
짐을 싸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할까봐, 그게 두려워 괜찮은 척만 한다. 
한 때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가를 어필하면서 
자아도취했는지를 알기에 주변 지인들에게 내 좋지 않은 상황을 애써 감춘다.
남에게 솔직하지 못 하니 나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 한다. 


극심한 외로움이 뼈에 사무쳐 아무리 잠을 청한다 한들, 
도무지 잠이 들지 않는 날이 허다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은근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안다.
실기 준비에 집중하려고 어학원에 가지 않은지 벌써 두 달째. 
어학원을 다닐 때에도 딱히 연락할 외국인 친구를 사귀지도 않았다.
현지 언어로 이야기할 순간이 없다. 
생필품을 살 때 마트 직원과 대화를 하는 상상을 하지만,
거기까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할 자신도 없을 뿐더러,
그들이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자신도 없다.
말을 못 알아 들었을 때 다시 물어볼 용기도 없다.
그로 인해 언젠가부터 현지에 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늘지 않는다는 걸 체감한다.
나도 차라리 친화력이 굉장해서 여기저기 말 걸고 다니면 좋을 텐데 
이게 정말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이해하는데도, 
나의 틀을 깨지 못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상태에서 빨리 명을 다할 궁리만 할 뿐이다. 


어쩔 때는 글쓰는 일을 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책을 즐겨 읽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쩔 때는 정치와 역사, 철학 등의 학문을 공부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공부를 썩 잘한다거나 
그 특정 학문에 대해서 엄청난 열의를 갖고 탐구했느냐 하면그것 또한 아니다. 


나는 현재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말 쉬웠던 질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다.
매일 그저 허한 마음을 달래며 잘난 사람들의 때깔 좋은 모습을 본다. 
다들 얼마나 치열하게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지 알 때에는 자신이 없어진다. 
나는 그렇게 살 자신이 없는데….
불과 일 이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나의 적성을 잘 알고 
나를 잘 이해하고 
앞으로의 십 년 계획이 있고
최선이 아닌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정말 그 때에는 자신이 있었고 
이런 나로 인해 힘을 얻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 때엔 행복했고, 내가 자랑스러웠다. 
나의 주장이 있었고, 눈에 빛이 있었다. 


요즈음에는 밤에 미친 듯이 외롭고 눈물만 몇 시간 내내 흘리기도 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고 미루면서 자기 비난과 자기 학대만 반복한다. 
내가 여기서 지금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간혹 심적으로 힘들어 담배를 제대로 피워본 적은 없으나 간절한 때가 있다. 
약에 취해 이 세상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도 있다. 
화려한 클럽에 가서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다 잊고 몸을 맡기고 싶기도, 
원나잇이든 무엇이든 몸을 탐하는 무자비한 섹스를 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나는 결코 하지 않는다. 
항상 나에겐 두려움이라는 존재가 실행이라는 목적지로 가는 걸음을 저지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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