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렇게 재미도 없을 거고, 일방적이면서 일반적인거라 기대는 하지마.
그러니까 나는 꽤 어렸을 때 부터 알고있었어, 내가 이쪽사람인거.
그래서 사춘기때 혼란이나 뭐 여러가지 많이 겪었지.
나 자신한테 자신감이나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고.
단 한명한테도 밝히지 않았고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해서 더 외롭고 힘겨웠다고 생각해.
거기다가, 나는 항상 짝사랑만 하는 쪽이라서..더 그랬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난 늘 짝사랑만 했어.
내 취향이자 호감을 갖는 기준이 낮은 편이라 여러사람한테 호감이 가기도 했고.
그래서 짝사랑한 애들을 손에 꼽으면 네다섯명쯤은 넘을껄ㅋㅋ
자, 그럼 그 아이들 중에 고르고 골라 한명 이야기해줄게.
이번에 내가 이야기 해줄 아이는 그 중에서 서너번째 아이야.
처음 본건 중학교3학년때야. 같은 반이었거든.
나는 앞에서 말했 듯이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꽤 낮았었어. 지금은 많이 높아졌지만.
어쨌든 그래서 나는 리더쉽있고, 꿈이 있고, 자신만만한? 그런 아이들을 주로 좋아했어.
그아이도 마찬가지였지. 걔는 계속 반장을 했던 모양이거든. 실제로 3학년때도 우리반 반장이 걔였으니까. 꿈도 꽤나 확실히 있었고.
거기다가 걔는 좀 완벽했어. 공부도 잘해, 체육도 잘해, 미술도 잘해, 음악도 잘해. 못하는 건 거의 없었지.
얼굴?
얼굴 이야기를 하기전에 먼저 말할게. 나도 솔직히 얼굴은 봐. 근데 그것 역시 기준이 낮다는 얘길 많이 들어.
물론, 내가 이쪽인걸 모르는 사람들에게 '쟤 이쁘지 않아?' 라는 식으로 묻고 '..너, 눈이 좀 많이 안좋구나'란 식으로 대화를 해서 말이야.
그 애때도 그랬어. 눈이 조금 작은 편이지만, 내 눈에는 그것도 이뻐보였는데, 같은 반 애들한테는 못생겼다고(장난도 좀 섞어서) 놀림을 받곤했거든.
그렇게 다른 애들의 말과 이야기로, 그아이의 나름 객관적인 외모를 말하자면 평범..정도되겠다.
내 외모는.. 내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어디가서 못생겼다는 소리보다 잘생겼다는 소리를 더 듣는 정도야.ㅎㅎ..
아, 글이 옆으로 빠졌다.
어쨌든 그애는 나를 몰랐고, 나도 그애를 몰랐어.
그애랑 나랑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됐어. 중학교 생활의 마지막 학년인 3학년의 시작에서.
그리고 급전개로 3학년의 마지막 쯤.
그아이와 나의 관계는 어느정도 되었을 것 같아?
..그냥 같은 반 아이인 정도 였어.
그아이는 늘 우리반 아이들부터 다른반 아이들까지, 친구들 사이에 둘러쌓여있었고,
나는 그아이가 있는 무리와는 별로 연이 없었을 뿐더러, 눈치라도 챌까, 내 마음이 드러날까 일부러 그쪽도 잘 안보려고 하다가, 힐끔힐끔 몰래 처다보기만했거든.
그래서 늘 나한테 먼저 말을 걸고 다가오는 건 그아이였지.
반장이니까 해야하는 뭐 의견 수렴이나 그런 것 때문에 말이야.
종종 좋아하는 애를 괴롭히고 싶단 마음에서 뿜어져나오는 장난은 몇번 걸었지만, 그냥 일주일에 한번 대화하면 많이하는 그런 사이.
그게 나랑 그아이의 사이였어. 그리고 나는 그 사이로 끝이 날줄 알았지.
아쉽고, 또 더 보고싶고, 마음이 쓰여도, 나는 어차피 고백하지도 않을 거였고, 내가 먼저다가갈 용기도 없었으니까.
근데 이게 웬일이야. 걔도 나랑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된거야.
우리학교는 중,고가 같이있었는데, 나도 그대로 올라가고 그아이도 그대로 올라간거지.
그걸 알고나서 나는 '그러면 복도에서 가끔 볼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어.
다가가지도, 고백하지도 못하지만 지켜보기만 하는게 어디냐고 말이야.
근데 이게 웬일이야222
그아이가 우리반인거야.
헐, 세상에나.
이번에는 친해질 수 있을까 싶었어. 한해가 지난 만큼, 나는 내마음을 억누르거나 감추는데에 조금더 요령이 늘었었으니까.
내가 다가가지는 못해도, 두번째 같은반이고 그아이가 또 반장일거라고 여겼으니, 그아이가 또 다가오면 전보다는 더 친해질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그아이는 정말 반장이 되었어. 또 말이야.
근데 이번에도 그아이가 있는 무리는, 내가 있는 무리가 아니었어.
그래도 내가 좀더 태도가 좋아진 탓인지, 그아이와의 접점이 좀 더 늘은 탓인지, 대화는 그 전해보다 더 많이했어.
한번은, 나랑 그아이가 체육시간에 내기를 했어. 1:1로 하는 거였는데, 5판 3선승으로 해서 아이스크림을 사는 거였지.
원래 이걸 했던건 그아이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었는데,
나랑 다른아이들이 아이스크림 내기로 경기를 하니 그아이도 하고싶었던 모양이야.
물론, 그아이와 난 그때까지도 '같은반 친구'란 타이틀이었으니까, 솔직히 경기를 할만한 이유는 없었어.
근데 내가 원래 경기를 했던 다른아이들이 그아이랑 같은 무리였고, 무엇보다 그아이는 다른 애들보다 체육을 너무 잘해서 다른 아이들이 내기를 안하겠다고 한거야.
그래서 그아이는 우리가 하는 내기 시합을 물끄러미 보다가, 시합이 끝난( 2:2였는데 우리팀이 이겼어ㅎㅎ) 나한테 다가와서
"OO아! 나랑 하자!" 라고 하는 거야. 내가 100% 질 시합이었고, 쓸데없이 튕기고싶었던 마음에 몇번은 "너 잘하잖아, 안해" 라고 웃으면서 거절했어.
근데 그아이가 계속 "2:1로 하자, 내가 1! 아니면 내가 핸디캡을 가지고.."라며 하자는거야.
자, 그럼 내가 무슨 선택을 했을까?
예상했을테지만, 나는 하겠다고 했어. 아니, 좋아하는 애를 어떻게 이겨내겠어.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날 보면서 계속 하자고하는데. 내가 하겠다고 했을때도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결과는.. 당연히 참패. 1:1에서 나는 완전히 졌어. 처참하게.
그래도 뭐, 당연하게 내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 그아이가 즐거워하기도 하고, 내 돈으로 그아이한테 먹을 걸 사주는 건 오히려 나도 좋았으니까.
또, 한번은 그아이 앞자리인 교탁쯤에서 내가 친구랑 장난치고 있을때였어
그때 장난치다가, 그아이도 어쩌다보니 나랑 내친구의 대화에 끼게됬는데, 나한테 갑자기 불쑥 그러는거야.
"아, 이거 마실래?"라면서 그 편의점에서 파는 커피(아메리카노)가 반쯤 남은 병을 내밀었어.
내가 거절할리는 없잖아? 당연히 넙죽 받아먹었지.
나도 커피는 잘 먹는 편인데, 그아이가 준 그 커피는 나한테도 좀 썼어. 그러고보니 평소에도 커피를 자주마시는게, 커피를 좋아하는구나 했지.
원샷으로 먹고나니 내친구가 "야, 너 그걸 다먹냐"라고 하는거야.
아뿔싸, 다먹으라던거 아니였나? 하며 그아이를 봤는데, 그아이가 "아냐, 괜찮아" 라고 말했었어.
근데 그모습이 그냥..아휴, 그냥 좋더라.
어쨌든 그후에 나는 그거 보답하겠답시고, 그아이가 한참 바쁘고 힘들어하는 시험기간에 바나나우유를 사줬어.
그아이는 바나나우유 좋아한다면서 기뻐했지. 근데 그아이는 나한테 커피를 준 걸 모르더라. 하긴, 어쩌면 모를만도하니까.
그렇게 이래저래 일이 있고, 한해가 다 갔어. 한해동안 변화는 꽤 많았어.
그애를 만나고 두해가 흐른거잖아? 확실히, 전보다 사이가 좋았어. 농담따먹기도 종종하고, 눈을 마주치면 장난스러운 인사를 하기도 했으니까.
그건 아마도, 내가 변한게 큰 영향을 끼쳤을 꺼라고 생각해.
좋아하는 마음은 꾹 눌른채로 나름 계속 살갑게 굴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변한것처럼, 그아이에게도 변화가 생겼어.
남친이 생겼더라고. 나는 처음에 그냥 친군줄 알았는데, 점심시간마다 함께 웃고있고, 장난치는 걸 보고 알아차렸지.
남자애는 좀 불량하긴 하지만 나쁜애같지는 않았어. 뭐, 나쁜애였어도 내가 어떻게 할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나쁜애 같지 않아서 나름 마음이 더 편했고..그냥, 그냥 그랬어.
근데 가끔 점심시간에 돌아다니고, 그런 걸 보면 마음 한켠이 짠하긴 하더라.
한번은 그아이가 쓰고다니던..그, 해드셋 같이 생겼는데 털이 달려서 겨울에 하고다니는거. 그거를 그애 남자친구한테 씌워주고 노는거야.
하하하하하...그래, 너만 좋으면 난 됐다. 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지켜보다가, 옆에서 떠들고있는 친구들한테 괜히 장난을 걸었지.
근데 몇일이 안지나서일까, 그아이가 다른아이랑 자리를 바꿔서 내 뒷자리에 앉아있었어.
난 그냥 딴짓을 하고있었는데, 갑자기 내 뒷통수에서부터 그 귀마개(?)같은 게 씌워지는거야.
뒤를 돌아보니까 그애가 헤헤헤 웃으며 날 보고있었어.
..이녀석이? 란 마음에, 광대를 억지로 내리며 딱밤을 때리려고 손을 뻗었고, 그애는 나한테 하트를 보면서 "헤헤, 사랑해"라고 하더라.
난 어쩔수 없는 녀석이라니까. 라는 느낌으로 피식 웃으면서 다시 앞으로 몸을 돌렸지.
속으로는 조금 많이 좋아하고있었지만.
그리고, 그렇게, 그해는 지났어.
그 관계는 딱히 변하지 않았고, 종종 보면 인사하는 정도였어.
나는 짝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겨도, 전에 짝사랑했던 사람을 보면 좀 많이 신경쓰이고 그러는데, 그래서 그애도 많이 신경쓰였지.
그래도 그아이는 늘 즐거워보였고, 그냥 그렇게 지나갔어.
그렇게 내 짝사랑 썰은 끝!
재미없었지? 시시하지? 기대하지 말라고 했었잖아ㅋㅋ
썰을 누군가한테 푼거는 처음인데, 쓸데없이 늘어뜨린데다가 횡설수설 썼구나 싶네.
다들 읽느라 수고많았어. 읽어줘서 고마워. 그럼 뿅!
+) 음..그리고 이 뒤에건 내가 개인적으로 해주고싶었던 말들인데, 그냥 추가로 더 써놓을게. 오글거릴거야ㅋㅋ
그러므로 연한색깔로 해놓을게.
이 글을 보고있을리가 절대 없는 그아이에게,
너에게 난 그냥 친구였겠지. 단짝도 아닌 그냥 친구. 당연히 내가 널 좋아했던 건 꿈에도 모를거야, 그렇지?
난 모르는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어. 고백할 용기가 없는 것도 있지만, 나는 널 이쪽으로 끌어들이고싶지않았으니까. 알리고싶지도않았으니까.
그래서 난 지금 잘된거라고 생각해. 뭐..그래도, 조금 많이 친해져서, 친구란 이름으로라도 옆에있고싶긴했어.
아니, 그랬으면 더 욕심이 생겼을까. 어쨌든, 친구로라도 옆에 있을 수 없어 해주지 못했던 말들 몇가지 더 해주고 이만 쓸게.
공부 열심히하고, 무리하지말고, 성적 안나왔다고 슬퍼하지말고, 혼자서 울지말고, 몸잘챙기고, 남자친구랑 잘지내고..운동한답시고 다치지마.
꼭 네가 원하는 학교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중에, 동창회같은 곳에서 훨씬 나아진 모습의 나와, 지금처럼 밝고 당당한 너로 만나서 인사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행복해야해. 진짜로, 정말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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