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크게 다퉜다. 너무 힘든데. 힘들었는데.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다 자기 인생이 있고 입장이 있고. 생각이 있다. 아마 내가. 내 입장에서 이렇게 힘들어 하듯이. 쨋든 우리는 결국 모두 힘들고 외롭다는 것. 이유가 뭘까. 어려운 질문이지만 하나 꼽을 수 있는 건 엄마아빠가 그렇듯이 우리 남매들도 서로 다른 점이 많기 때문이다. 비슷하지 않은 점이 꽤 많다. 서로 생각도 생김새도 성격도 취향도 취미도 특기도. 나는 엄마를 이해해주지 못했다. 엄마가 나에게 그랬듯이. 엄마가 잘못한 게 있다면 엄마라는 위치이다. 남에 대해선 나이를, 성별을 구분짓고 다르게 생각, 대하지 말고 똑같이 존중해 주라고 했는데. 부모님에게는 적용을 못 시켰었다. 엄마는 아기를 처음 낳아보았다. 엄마에게 당당하게 대드는 사람. 아이가 생겼다. 자식이긴하지만 엄마는 자식을 대하는데 어렵고 힘듦을 느꼈던 것 같다. 엄마 뜻대로 안하고, 자기의 모든 욕구와 심정을 엄마에게 이해받고 들어주기를, 자식의 권위로써, 대드는 나, 아이였던 것이다. 내 상처를 받아주고 이해해주기를, 말도 안하면서 먼저 물어봐주기를 들어주기를 바랐다. 소심하고 자존심만 센 나는 속으로만 바랐고 속으로만 눈치를 줬을 뿐이다. 엄마는 엄마의 성격이 있다. 솔직하고 직설적이고 까탈스럽고 감싸기보다는 지적을 더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당연한 것일지 모르지만 먼저 얘기하지 않으면 내 속을, 바람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엄마가 내 방에 들어오면, 무언가 말하고 물을 때면 차갑고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는 나에게 애증이지만 정말 많이 나랑 닮았다. 어렸을 때 괴롭힘이나 놀림을 많이 당했던 거, 감성이 풍부한 거, 신앙심이 있는 거, 여행을 유독 많이 좋아한다는 거, 언어와 문자를 좋아한다는 거, 엄마의 엄마에게서 칭찬을 많이 듣거나 살가움을 받지 못했던 거 지적이나 미운 말을 더 많이 들었던 거 엄마의 엄마도 내 엄마와 비슷했고 엄마도 나처럼 외로움을 느꼈던 거, 학창시절에 놀기를 더 좋아했던 거, 체육을 잘 하는 거, 기억력이 좋았고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 정치를 싫어하고 사랑받기를 유독 좋아한다는 거, 다툼을 싫어한다는 거. 아무튼 찾아보면 더 많을 게 분명하다. 지금도 큰 부분들이 비슷하니까. 그런 엄마가 외로움 속에 크고 사회에 나가게 되었고 얼떨결에 애를 갖게 되어 결혼을 하게 됐다. 지금의 언니 나이에. 아주 정반대의 사람과. 그리고 나와 동생들을 줄줄이 낳았다. 남편과 남편의 남동생과 방 두 칸 십 오, 칠 평 정도 되는 집에서 같이 살았다. 엄마 나이대의 친한 친구가 없었고 우리만을 키웠고 가게일도 봐주고. 가끔 아빠랑 다투기도 하고. 사실 이런 부면, 이 때의 일들에 대해선 나의 이해력이 부족하다. 이 일들은 정말 엄마가 돼 봐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일들이다. 어느새 우리는 크는 줄 모르게 다 컸는데 엄마는 힘들어도 울 수 없고 우리는 온갖 서운함과 불평들을 엄마에게 눈 똑 바로 뜨고 대들며 토로한다. 엄마도 서럽고 외롭고 힘들다. 현재까지도 집안 일 온갖 다하고 반찬 음식 밥 만들기 많은 손.빨래 개기 설거지 청소 매일 일년 다 하는데 우리는 당연하다 생각하고 좀 도와주면 도와줬다 생각하고 인정을 바라고. 다툴 땐 해준게 없다고 화낸다. 엄마는 내 사람이고 나랑 비슷한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약하고 후회도 하는 일반 사람이다. 그런데도 우리모두를 케어해 주길 바라는 건 엄마이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슈퍼맨이다. 그래도 내 마음 한 켠엔 아직도 서럽고 서운하다고. 이해를 하려 하지않는 고집이 남아있다.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엄마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고 비슷한 삶을 살아왔고 애를 낳고 키워 보는 것도 처음이고 바쁜 집안 일들이 정말 많고 엄마자신과 우리 모두를 다 케어하기에는 몸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고 눈을 똑바로 뜨고 모든 욕구를 요구하고 강요하며, 바라는 사람 아이가 대든다는 것. 그 모든 걸 겪어왔단 것. 엄마도 엄마의 삶이 있는 일반 사람이라는 것. 엄마도 외롭고 힘들다는 것. 아픔을 토로할 사람도 울 수도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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