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이 유독 오늘따라 깊고 짙었으며 수없이 많은 별들이 하늘에 수놓아져 있었다. 홀로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잠시 올려다본 하늘은 그랬다. 이런 날이면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곤 한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감성적으로 변하는 그런 날이 한번 쯤 있기 마련인걸.
오랜만에 돌아간 자취방 안은 들어섬과 동시에 서늘함을 느낄 정도로 가라앉은 공기만이 맴돌고 있었다. 한동안 청소를 하지못해 뽀얗게 내려앉은 신발장 위 먼지를 검지손가락으로 슬쩍,하고 한번 쓸어본다. 손가락에 눌러붙은 먼지를 대충 비벼 버리곤 허전한 신발장에 벗은 운동화 두짝을 넣고 집안에 들어서면 며칠 전 급히 뛰쳐나갈 때 어지럽게 늘어놓은 트레이닝 복과 티셔츠,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설거지를 하지 못해 밥풀이 눌러붙은 밥공기가 싱크대 안에 굴러 다니는 광경까지, 나 빼고는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가지런히 정돈된 책상 위 뒤집어진 액자를 들춰보았다.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속 너의 모습은 오늘따라 왜 그리 서글퍼보이는지 내가 알턱이 없었다. 그저 숨죽여 너의 사진을 끌어안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수밖에.
이제 어느 덧 네가 그렇게 떠난지도 1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런 세월이 지나가버렸다. 겨울이 지나 봄이오고,여름이 오고,가을이 오고,다시 또 이렇게 겨울이 왔다. 넌 비록 지금 내 곁을 떠나있지만 난 너를 아직 놓지 않았다. 다시 봄날은 찾아올것이다. 멀리 날아간 민들레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려 싹을 틔우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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