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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든 늦게 오는 것이 무섭다던 아버지의 말이 떠오른다. 그리하여 늦게 온 막내동생은 우리에게 죄가 되었는가? 아버지는 막내동생 현이가 자신을 닮아 우렁차다며 기뻐했다. 현이는 아버지처럼 세상에 났다. 병상에 누워 손을 자근자근 눌러보며 아이구, 아빠다. 우르르, 까꿍.을 반복하던 아버지의 얼굴은 우리에겐 한 번도 보이지 않던 얼굴이었다. 우리에겐 손을 들어 얼굴에 열꽃을 피게 했다면 현이에겐 보드럽고 다정한 손길을 남기었다. 현이가 누구 자식인줄은 아시고…. 아버지와 현이는 비슷했다. 또래에 비해 덩치가 컸고, 가리는 것도 많고, 이도 나지 않았고 쪼글쪼글하고, 빨갛고, 마르고, 작고…. 다만 아버지는 현이와 달리 환영받지 못했을 뿐. 현이는 아버지처럼 세상에 났다. 

 

 현이의 생모는 현이를 낳자마자 죽었고

 아버지는 현이의 손을 만지고 난 지 49일만에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는 누구도 울지 않았다. 어머니는 평소의 시무룩한 모습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해당화처럼 허리를 당당히 펴시고 손님들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건네시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한 번도 동창모임에 데려가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부인이었지만 한 번도 아내대접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의 동기들은 어머니를 보시곤 아버지의 장례식까지 주관할, 깊은 사이의 여자가 있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눈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곱고 똑똑하지 못한 어머니는 아버지의 사진을 뒤로한채 방긋방긋 웃었다. 어머니에게 흰 소복은 늘 입던 옷인양 어울렸다. 

 아버지의 풍모를 동경했던 많은 조문객들이 애도를 표했으나 다들 아버지에게 쓸 눈물은 없다는 듯 위로금과 향을 꽂고 매몰차게 돌아섰다. 육개장이라도 대접하고 싶었으나 제삿밥을 반기는 이는 없었다. 아버지를 추모하는 조용한 분위기속에서 갓 난 현이만이 피붙이를 찾아 배냇짓을 하고 우렁차게 울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버지 품에서만 자랐으니 다른 이의 품을 알리가 만무했다. 다 큰 장정들은 관을 드는 법은 알았으나 아이를 안는 법은 몰랐다. 단단한 팔근육 속에서 아이는 도리질을 했고 다른 이들을 대신하듯 엉엉 서럽게 울었다. 아이의 눈물이 고마웠다. 

 장례식이 끝나고서야, 어머니는 현이를 안아 볼 수 있었다.  어머니는 현이의 소식을 듣자마자 못 키울 것처럼 손을 내저었으나, 이내 아이를 안아보고 생각을 바꾼 듯 했다. 배냇짓을 하고, 무섭게 커 버린 세 아들들과는 달리 애교도 잘 피우고, 무엇보다 자신의 손길을 바랐기 때문이었을테다. 취미가 꽃꽂이에 십자수였던 노인은 아이돌보기로 종목을 바꾸었다. 어머니는 현이에게서 멀어지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허리도 안 좋은 분이 꼭꼭 포대기로 아이를 안고 다녔고, 아이가 미음에 질려 도리질을 치면 꿀이라도 타 끝까지 먹이는 분이었다. 처음 현이가 우리 집에 와 젖을 찾을 때, 자신의 옷을 헤쳐 빈젖을 물리기까지 하였다. 현이는 어머니에게 어떤 젊음을 선사한 셈이었다. 어머니는 현이를 안아보며 자신의 화려한 처녓적을 돌아보았고 우리를 키울 때의 당신을 복기해도 보는 것 같았다. 아버지처럼 어머니도 점점 현이를 닮아갔다. 나는 점점 더 현이가 두렵고 무서워졌다. 

현이는 생기가 많은 아이였다. 부풀어 터질만큼 열기와 희망으로 가득 찬 아이였고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싶었다. 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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