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앞에 서 있는
나는 흉기를 든 비겁자였고
잔인함 앞에서도 태연한
두 손을 붉음으로 물들여도
쉽사리 잠드는 위선자였다
흐르는 것을 닦지도 못하고 지내온 세월에
웃음 뒤에는 헤아릴 수 없는 지침만이 남겨진
몸을 돌려 떠나가는 그대에게
내 몸뚱아리를 가져가라 외치지도 못하는
그대 앞에 서 있는 나는
눈을 감아 눈물을 감추는 비겁자로
이별 앞에 그저 웃는 위선자로
그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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