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2/4740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전체 게시물 알림
공지사항 실제연애 애니/2D 로맨스 SF/판타지 단편/수필 BL GL 개그/유머 실화 게임 미스테리/공포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137
나는 어디로든지 떠나고 싶었다. 나의 손에 정해진 현실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정해진 나의 현실로 부터. 언제부터 내 삶이 이렇게 피폐해지기 시작했나. 언제부터 내 삶의 주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부모님이 되었나. 아무리 대가리룰 굴려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어떤 변명을 대고, 부모님을 탓할바에는 모든 것이 내 잘못이었다고 탓하는 것이 나았다. 내가 잘못해서 부모님이 원하는 좋은 대학을 못 갔고.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재수라는 넓은 바다에 한 마리의 고등어처럼 헤엄을 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았다. 혈육이라는 이름 하에,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나를 낳아준 부모님을 원망할 바에는 나를 원망하는 것이 더 나았다.

나는 너무나도 두려웠다. 성적도 중간에, 대학은 내가 가고 싶은 과가 있는 아무 대학이라도 좋았다. 장학생으로 대학에 붙었음에도 나의 부모는 내가 그 대학을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 당연하겠지. 내가 생각하는 딸의 수준은 2~3등급인데 4~5등급의 수준의 대학을 간다고 하니. 그 어느 부모가 만족을 하겠는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의견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어째서? 나는 이제 두 발을 뻗고 자기만 하면 되는데. 부모는 나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심지어 등록금을 내주지 않겠다며 온갖 어린애가 하는 앙탈에 앙탈은 다 부리기 시작했다. 나는 두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부모가 하는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재수를 하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모두 다 놀란 표정을 했다.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힘을 내라고 말했다. 그 말에 눈물이 틈새없이 나올 것 같았지만 목이 막히는 고통을 참으며 삼켰다. 재수를 하는 것은 소수에게 밖에 말하지 않았는데 어느 밑 독에 물이 새기 시작했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안면을 트고 지내던 사람들이 내게 재수를 하냐며 하나둘씩 물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그 어느 배우보다 더 배우같은 배우였다.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그 누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느냐. 멀쩡히 대학 가는 사람한테. 사람들은 그런 내 밀을 들으며 그치 아니지? 라며 웃었다. 그래서 말을 안 한 거야 내가. 너네가 걔가 재수를 한다고? 걔 성적 존나 안 좋잖아. 하면서 내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그 것이 너무나도 무서워서. 친한 사람들은 내게 그런 식으로 말했다. 야 진짜 니 대학 못 가면 나한테 뒤진다. 나에게 힘을 주는 말 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안겨준 농담의 무게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를 응원해주는 주위 사람들을 위해. 나는 괜찮아. 하나도 힘들지 않아. 재수도 할만해.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것도 아닌 나를 위해 응원해주는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내가 겪어보지도 못한 일들과 자극적인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나 보다 앞서 걷고있는 그들은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것들을 배워와 나에게 배움을 주었고, 나는 그것에 도취되어 빠져나오지를 못했다.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나에게 한 번도 손찌검을 하지 않은 아버지에게 뺨을 맞았다. 덤으로 너 뭐하는 다니는 새끼냐는 욕도 들었다. 나는 몸 속 깊은 곳에서 분노라는 열이 내 모든 구멍을 타고 흘러나왔으나 짓눌렀다. 열심히 하겠다는 거짓말로 위장하며 짓눌렀다. 나는 방 한 칸짜리의 우주에 들어와 한참을 생각했다. 억울함의 눈물이 삐져나오려고 했지만, 쥐뿔만한 자존심이 존재해 울 수가 없었다.

어디로도 나갈 수 없고, 탈출할 구멍조차도 없는 우주는 아주 고요했다. 너무나도 고요해서 토기가 밀려올 것만 같았다. 정신이 피폐해져갔다.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나날이 없었다. 억울함의 눈물이 삐져나왔다. 그래도 나는 펜을 쥐고 써내려가야만 했다. 비가 내려 습한 방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창 밖이라고 해봤자 집들과 집으로 둘러쌓인 벽이였다. 잠을 자지 못한 눈이 풀려 제 자리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만두고 싶었다. 이 펜을 놓고, 어디로든지 떠나고 싶었다.

나는 어디로든지 떠나고 싶었다. 재수라는 이 넓은 바다에, 한 마리의 고등어가 된 나는 많은 물고기들을 만났다. 그 중에는 나와 같은 고등어도 있었고, 도미도 있었고, 문어도 있었다. 그 중에 제일 뛰어난 녀석들이 있었는데 그 녀석들은 바로 고래였다. 그 녀석들은 자신의 몸과 크기에 비례하듯이 지식과 성적이 너무나도 좋았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했던가. 나는 도저히 그 녀석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10시간, 아니 10시간이 넘는 수 많은 시간들을 공부에 투자하면서도 그들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펜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나를 바라보는 수 많은 사람들과 그 정점에 서있는 나의 부모. 언제쯤 이 좆같고, 지리멸렬한 여정이 끝이 날까. 정신이 더욱 더 피폐해진다. 죽고싶다.

* * *

이 글은 제가 1달 정도,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방에 틀어박혀 재수 공부만 했었던 6월 초쯤의 이야기입니다. 그건 지금도 여전하지만, 그래도 한 달 전보다는 많이 풀려서 다행이네요. 그 때, 정말로 정신이 피폐해져 있었을 때 저도 모르게 정신없이 써내려갔던 글입니다. 

물론, 저의 몇주 전 모습과 같이 피폐해지고, 슬럼프를 느낄 분들이 있으시겠지만 모두 힘을 내 수능을 잘 보도록 합시다. 모두 화이팅이에요.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05.19 23:33 l 조회 452 l 하하버스
2/22 1
02.22 02:33 l 조회 192 l 연필
차라리 여름이 난로 같았다면
08.10 10:46 l 조회 406 l 추천 3 l 예찬
생각보다 꽤 허무한
06.16 22:33 l 조회 210 l 추천 1 l -이별준비 중_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06.15 01:14 l 조회 248 l 추천 1 l -이별준비 중_
감사합니다 18
01.24 05:00 l 조회 1480 l 추천 3 l 신시벨
종종 쓴 단상들
01.11 00:25 l 조회 302 l 불명
[…] 4
12.20 07:13 l 조회 376 l 추천 3 l 신시벨
사랑의 탐구자
11.27 19:01 l 조회 246 l 추천 2 l
​우리 사랑한 시간이 같은데 저물어가는 시간은 다르다니요 6
11.01 18:01 l 조회 565 l 추천 3 l 신시벨
소년과 어른1
10.01 01:25 l 조회 336 l 추천 2 l 핑크고구마
마지막 인사
09.22 20:23 l 조회 285 l 밀크티
[…] 시간의 부작용
07.19 04:59 l 조회 584 l 추천 5 l 신시벨
조용한 고백 2
06.17 13:56 l 조회 441 l 추천 2 l 신시벨
무지개 빛 바다, 너의 눈
06.17 06:10 l 조회 412 l 추천 4 l 신시벨
카데바
06.04 03:59 l 조회 533 l 추천 4 l 신시벨
안 아프게 죽기 2화
05.15 15:04 l 조회 895 l 준자
안 아프게 죽기
05.15 14:07 l 조회 1226 l 추천 4 l 준자
포도나무 2
04.27 06:09 l 조회 621 l 추천 4 l 신시벨
상실의 온도 2
04.17 01:18 l 조회 648 l 추천 1 l 신시벨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