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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전체글ll조회 1238

죄송합니다...

하 그냥 연락하지 말아주세요. 더이상.. 진심으로 이쯤에서 연락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미안합니다...

좋은 말 할 때 연락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좋은 추억 만들어주신 반면 난 실망만 줘서 미안합니다.








그녀와 그렇게 끝나고...



난 내가 살아온 인생이 그다지 길지 않다고 느끼지만, 여기 인티 입장에선 아마 상당히 아재일 거야.

내가 아재라고 느끼게 된 건, 어느 순간부터 영화나 드라마, 만화의 주인공들이 나보다 어려지게 되면서지.

그래도 그 남녀 주인공들은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을 해왔지만, 이 바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내게 그럴 시간은 없었다고 봐야겠다.


어릴 적,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공부따윈 하지 않았어.

그러다 군 전역 이후 이런 일 저런 일 이것저것 온갖 잡일들을 하다가(이때 일도 정말 말하자면 끝이 없는데,

다 줄이고 한 마디 하자면... 공부 열심히 하길 바라. 이 글을 보는 친구들은...;;; 진짜 힘들어.)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어.

수많은 성공신화들이나 만화주인공처럼, 그렇게 열심히 빡 하고 빡 성공했으면 좋았겠지만,

성공은 하지 못했어.


정말 열심히 했다고는 생각해. 여러 소설 주인공이나 영화 주인공들, 그 이상으로도 열심히 한 것 같아.

하지만 그들만큼의 성공은 이루지 못했지.


어차피 나이도 많아서, 그냥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지방대로 갔어.


다행히 수학 하나만은 100점이 나왔는데, 그 덕에 내가 다녔던 학원에선 날 수학질의응답조교 알바로 써주었어.

학생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그 모습이 그 사람들 눈에 들었었나봐.


그러다 우연히 수학과외를 맡게 되었고, (요즘은 인서울 명문대생도 과외자리 어렵던데, 내겐 정말 행운 같은 일이었지.)

내가 맡은 학생들의 수학실력은 기적처럼 오르게 되었어.

아마 학원에서 열심히 수학질의응답조교알바도 했었고, 또 공부를 잘하진 못해도 우직하게 열심히는 했던 덕분일까나.



난 학력 컴플렉스가 심해. 대단히. 아주 많이.

원래는 없었는데, 이쪽 사교육 계열에서 일하게 된 후 정말 심해진 거 같아.


처음, 수학질의응답 알바를 하던 때부터 나 빼고는 죄다 초고학력 명문대였어. (sky밑은 누구도 존재하지 않음.)

인서울조차 안되는 나는 그들 간의 대화에 끼지 못했어.


과외를 할 때도, 학력으론 전혀 어필할 방법이 없어서 수능성적표 수학영역과, 학원에서 일하던 흔적들, 그리고

내게 배우고 성적이 급상승한 애들을 보여줘야했지.


지금은 아예 애들 가르칠 때 내 학력을 자학개그 소재로 써먹을 정도...


여튼 난 학력이 안 되다보니, 정말 애들 성적을 올리기 위한 방법. 잘 가르치기 위한 방법 등을

아득바득 연구하고 애들 가르칠 때 진짜 온 정성을 다해서 가르치다보니 애들의 성적은 어마어마하게 올랐어.

그러자 내 몸값 또한 같이 상당히 오르게 되었어.


난 사실 수능공부를 더 해서 더 좋은 대학을 가고 싶었어.

하지만 나이를 먹고, 또 내가 버는 돈이 내 기대 이상으로 올라가자 그냥 그만 두었어.

어차피 내 나이 되니까 학력보다는, [무슨 일 하세요?]를 더 묻고, 또 돈 많이 벌면 지장 없더라고...



그렇게 살던 중,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그녀를 보게 되었고, 호감을 가지게 되었어.

호감을 가지게 된 계기는 간단해.

당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그 커뮤니티 게시판도 화제였는데, 내가 거기에 말을 좀 잘못해서

나도 여혐으로 여성분들에게 몰려 대단히 비난을 받고 있었거든...


난 정말 여혐이 아닌데... 억울한 것도 있고 열심히 변명해보았지만 먹히지 않았어.

내가 말을 뭔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었거든.


여자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그녀가 날 옹호해 주었어.

[아, 글을 저렇게 써서 오해 받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원래 그런 의도가 아닌게 이해가 간다.]

[남자가 그래도 여자의 입장을 그렇게 이해한다는 게 쉬운게 아닌데, 난 오히려 아재 씨가 대단한 것 같다.]등의 이야기였어.


정말 감동했지. 누구길래 이렇게 따뜻한 마음씨와 깊은 생각, 넓은 시야를 가졌을까...


그 후 그녀에게 호감이 생겨 그녀가 그 커뮤니티에서 썼던 글들을 찾아보게 되었어.


그리고 난 그 이후 더더욱 그녀에게 반하게 되었어.

그녀들이 쓴 글들로 유추해 볼 때, 그녀는 내 생각보다 상당히 어린 나이였지만

큰 시련과 아픔을 겪었어. 그래서 성숙해진 것처럼 보였고,

또 많이 고독한 것처럼 보였어. 


깊은 생각. 아픔. 외로움. 그리고 약간은 매니악한 취향들. 그런 것들이 그녀의 글들에 묻어났지.

그리고 그 커뮤니티에선 꽤나 이례적이게도, 사랑에 대한 열망이 상당히 강한 걸로 느껴졌어.

그녀의 취향, 음악, 영화, 소설 등등 모든 것은 전부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귀결되어 있었거든.

사랑이 있는 음악, 사랑이 있는 영화, 사랑이 있는 소설 등등을 좋아했어.


그녀가 쓴 글들을 보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대화 한 번 나눈 적이 없었지만 난 그녀가 좋아지기 시작했어.



그러다 결국 난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만나보고 싶단 쪽지를 보냈고,

당연하지만 만날 수 없었어; (아니 당연히 아무리 외로운 여자라 하더라도 그 어떤 여자가

얼굴도 모르고 대화 한 번 해본 적 없는 아재가 호감 있다고, 좋다고 만나자고 하는데 OK 콜. 만나요~ 를 할까?)


정말 만나고 싶었던 나는 좌절했지만, 당연한 결과이겠거니 하고 수긍했어.

그렇지... 알지도 못하는 나이 많은 아재가 뜬금없이 만나자는데 어떤 파릇한 여대생이 [넹 만나요~]를 하겠어.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쪽지가 왔다고 해서 보는데... 헐? 이게 웬일?! 그녀가 만나고 싶단 표명을 한 것 아니겠어?!


난 너무나 기쁘고 놀라서 그 시간이 새벽이었는데 바로 톡을 날렸어.

그녀는 아직은 좀 무서운 것이라던가, 날 아직은 믿을 수 없음이 남아 있었던지, 톡 아이디가 아니라 

오픈쳇방 주소를 남겨줬지만

바로 들어갔지.


다행히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잠을 자지 않고 있었더라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어.

그러면서 내게 신신당부를 하더라고.


외모 절대 기대하지 말라고.

그러니 사진 같은 것 절대 줄 수도 없고, 그런 거 있지도 않다고.


나 역시 몇 번이고 알았다고, 걱정 마시라 했어.

애초에 얼굴 보고 좋아한 것도 아니고, 글들 작성한 걸 보고 좋아했다고.

내게 그런 댓글들 남겨주었을 때부터 난 당신이 호감이었다고.



그렇게 만날 날짜를 정하고,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 두근거리며 마음을 다잡고 있었어.


정말 개못생긴 추녀가 온다 하더라도 나의 마음을 전하리라.

안심시키리라. 난 당신이 정말 좋다고.

그래. 맞아. 난 어차피 외모 많이 안 보잖아? 내면이 중요하지.

(실제로 내가 나이를 먹고보니, 아름다운 외면이란 젊음과 청춘이 가면 없어져버릴 것들이란 걸

깨달아서 50대 60대가 되어서도 아름다울 내면을 많이 보게 되더라.)


이런 생각들을 하며 기다리다가

그녀를 보았을 때,


난 숨이 멎는 줄 알았어.


진짜 내 인생 그런 여신은 본 적이 없었거든...

어이가 없을 정도...


진짜 이 사람이 맞나? 싶었었지...



다만 걸렸던 한 가지는, 커뮤니티에서 글 쓸 때의 그 따뜻하고 상냥했던 이미지는 좀 없었어.

외모 때문일까? 굉장히 도도하고 시크한 이미지... 아니, 실제로 그랬어. 외모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정말로 도도하고 시크했어. 애교라던가 따뜻함, 상냥함 이런 건 전혀 없었고

마치 이미지가 [훗, 난 팔짱끼고 가만 있을 테니 알아서 날 즐겁게 해보던가 매력어필을 해봐.]였거든.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느낀 것과 행동들도 다소 달랐고 (너무나 도도 시크함;;)

난 예상치 못한 이 엄청난 상황에 어버버하면서도 나름 분위기를 알아서 이끌어가야했어...


내가 계획하고 온 것은, 못생긴 외모 때문에 자신감 없어 하는 그녀를, 웃고 다독이면서 

그녀의 자신감을 채워주고, 외모가 이상할 지라도 따뜻하게 그녀를 감싸고 그녀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그런 걸 할 생각으로 왔거든...


근데 이게... 완전 다 틀어져 버린 거야. 그녀는 나와 눈도 거의 마주치지 않고, 나를 잘 보지도 않았고

대화들에도 시큰둥 했으며, 내가 오히려 그녀를 다독이며 자신감 없어하는 모습을 내 호감으로 채워주려 했는데

이미 그녀의 자신감? 이런 건 이미 거의 하늘 꼭대기에 있는 듯했어... 완전 모든 게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지...


그 첫 데이트를 대체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은 기억 나.


난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그녀에게 무슨 회사 상사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허리를 숙여가며 인사했고..;;; -_-;;;

그녀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손만 살짝 까딱였어. (이걸 동시에 해서 서로 어색하게 헤어졌음;;)



아니 세상에... 이런 경우가 있다니...

그리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오픈쳇방이 아니라 카톡 아뒤를 받아서 그녀의 프사들을 보게 되었는데.


사진이 없긴 개뿔...

......;;;; 정말 많더라;;;


그리고... 와...

이거 불맠 안 달아도 괜찮겠지? 바다를 주로 놀러간 모양인데

그 바다에서 찍은 사진들은 몸매까지 무슨...;;; 진짜 한국인에게선 보기 힘들고 서양인에게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몸매가... -_-;;;

그리고 그 수많은 프사들 중, 제일 아래... 가장 옛날에 찍은 사진...

그 프사는...


대한민국 거의 정점에 위치한 sky 중 하나의 과잠을 입고 있는 프사였어.


컭...



하지만 시간을 다시 돌려서, 그녀와 헤어진 이후로 돌아가자. (그녀의 진짜 톡 아이디와 전화번호를 받게 된 건 한참 나중 일이야.)

두근두근하며 그녀와 카톡을 했고...

난 정말 설레며 에프터가 있길 기대하고 있었지.


그렇게 두근거리며 그녀가 과연 에프터를 할까말까 두근두근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는 이렇게 말했어.


미안하다고. 내가 만날 수 없을 상대 같다고.



......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지만,

그래도 납득은 빠르게 되더라.


하긴, 나 같은 사람과 놀 레벨은 애초에 아니었지.

그 외로움과 고독도 어쩌면 눈이 까마득하게 높아서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어차피 못 만날 거, 그냥 친구로라도 지내자고 해볼까?


아냐. 여태까지 저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질척대던 사람이 한둘이었겠어?

그래. 그냥 쿨하게 받아들이고 끝내자. 애초에 내 상대가 아니었어.

그래도 살면서, 내가 이런 소설 같은 경험도 다 해보네. 이런 건 진짜 소설에서나 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런 희귀한 경험을 내가 살면서 또 해볼 수 있을까? 그래. 이런 좋은 경험 한 걸로 만족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난 그녀에게 알았다고, 그래도 이런 좋은 추억 남겨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내가 먼저 그 오픈쳇방을 나와버렸다. 이제 그녀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내 인생 정말 재미없었지만, (대다수 대한민국 내 또래 남자들이 이런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거다.

여자들은 잘 모르겠고...;;) 그래도 정말 이렇게 소설 같은 경험 하나 한 걸로 난 만족하고 또 이런 추억 만들어준

그녀에게 고맙다고 느꼈지.


그리고 그렇게 며칠을 보내다가...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니 다음 편에 계속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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