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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igo_94 전체글ll조회 479l 1

언제까지 그렇게 지워대기만 할거야? 아흔 네번째 어머니가 짜증스레 미간을 좁혀보였다. 옆에서 들리는 핀잔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창백한 손은 여전히 푸른색의 지우개를 들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검은색 벽을 지우고 있었다. 아흔 네번째 어머니는 스물 일곱번째 어머니보다 달았고, 마흔 한번째 아버지보다 뜨거웠다. 소녀의 입에서 차가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누군가 한심하게 보여서도, 자신이 힘들어서도 아닌 어딘가에서부터 차오르는 광기, 영혼을 갉아먹고 남은 자리를 채워주는 , 희열에 내쉬어보인 한숨이였다

 

소녀는 머리카락 검정색인 올을 뽑아 녹이곤 지우개에 붙여버렸다. 지우개는 테가 검은 푸른 날개의 나비가 되어 그대로 소녀의 팔을 빛바래고 시든 꽃으로 감싸안았다. 소녀는 어느새 아흔 네번째 어머니가 은에 가득차 눈물을 흘리며 그분을 부르짖고, 기뻐하는 모습을 있었다. 어머니의 금빛 머리칼이 점점 꽃으로 덮여져갔다. 자신의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시들고 썩은 꽃이였다. 어머니는 희열에 가득차 몸을 가시덩굴로 감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아폴로에게서 도망가다 요정 소녀처럼, 어린 소녀의 모습을 어머니의 몸은 점점 덩굴이 되어갔다. 소녀는 그녀의 푸른빛 덩굴을 만들었다

 

소녀의 붉은 드레스가 희어졌다. 우유를 짜내던 젖소는 붉게 변했다. 알아보지도 못할만큼 작고 없던 꽃이 꽃이 만발한 신부의 꽃다발이 되었다. 피를 흘리며 몰살된 양들이 아름답고도 훙측한 모양새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두웠던 전등이 새카맣게 변하며, 주위는 밝아졌다

 

 

소녀는 죽기를 바랬다

 

소녀는 죽음을 원했다

 

 

소녀는 죽기를 바란다

 

 

하늘은 언제나 존재하지 못했다. 봄에는 허연 눈을 내려주었고, 가을에는 모든것을 앗아갔다. 아아, 나의 작고 아름다운 요정님. 어쩜 그리 친절하실 있을까! 친히 말종 인간을, 아름다운 대지를 마치 회색 시궁창의 쥐처럼 뛰어다니는 그들을 파멸의 길로 이끄시다니! 불멸의 쾌락을 느끼게 하는 축복을 내리시다니! 쥐들에게 하얀 신부드레스를 선물하시다니! 나의 친절하신 초록빛 요정님은 아름다우시기도 하지. 마지막까지 소녀를 도우려고 하시는 하시니 말이야

 

 

소녀는 자신이 없어지길 바랬다

 

소녀는 자신이 없어지길 바란다

 

 

소녀는 자신이 살았었기를 바란다

 

 

나는 지우는 아니야. 소녀의 작은 입술이 움직이자 그곳에서는 파랑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지우는 아니야, 채워넣는거야. 검은색이 가리고 있는 벗겨내, 안의 것이 보이게 뿐이야. 검은색 뒤에 있는 검은색으로 비워져있어서는 안될 부분을 채워나갈 뿐이야

 

 

 

너를 도와주는 시늉을 해줄 있단다, 핏빛의 소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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