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렇게 사랑받아 본 적이 없었어
고등학생이라 제약되는것도 많았고 나보다 한살 많은 너를 2년간 좋아해주는 동안 많은걸 잃었어
내가 했던 사랑방식은 진짜 틀려먹었다는 거 알았는데 그래도 포기 못했어
남들이 권태기다, 뭐다 떠드는것도 우스웠어. 우린 1년6개월이 권태기 였거든
일방적으로 퍼부어주는 사랑에 질릴만도 했겠지, 나한테 돌아오는건 1도 없는거 알면서 억지로 붙잡아두고 싶었어
차라리 빨리 끝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까
사귀면서 단 하루도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은 적 없었어, 모든 건 오빠 먼저 였고 그 다음이 나였어
어린 나이에도 몸을 달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내줬어 그게 나쁜거라는 걸 몰랐거든
몸이 너무 아파서 정말 하기 싫던 날, 그날도 뺨을 맞았었지?
흔히하던 달달한 스킨십도 어느 새 사라져버렸을때쯤 뭔가 이상한 걸 느꼈어
난 너 하나 보려고 학교,친구 다 제껴두고 뛰어가는데 넌 왜 클럽을 가? 왜 낯선 여자랑 술을 마셔?
그래도 참아냈어 억지로 화도내고 울기도 하면서 다 이겨내려고 했어
네가 나랑 헤어지자 하고 사창가에 놀러갔을때도, 그걸 자랑하듯 말할때도 혼자 울기만 했어.
너네 집 앞이 정겨워
가장 많이 기다렸던 게 언제일까, 한파주의보 내려진 아침날 너가 찜질방 가고 싶단 말에 아침부터 도시락싸서 그 앞으로 갔어
5시간이 되도록 나오지 않았어 바보같이 카페에 들어갈 생각도 못했나몰라
온몸이 꽁꽁 얼어서 키패드가 쳐지지 않을때쯤 넌 귀찮다는 듯이 머리를 긁으며 나왔지
그래도 투정은 못부렸어 다만 도시락이 식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어
아직도 기억해 오빠가 나한테 손을 대던 때
그땐 오빠도 학생이었으니까 이해해야하는걸까? 난 그거때문에 하루하루가 괴로웠어
머리카락이 빠지고 자해를 하고 밤새도록 잠 한번 발 뻗고 잔 적이 없었어
아직 내 팔엔 상처가 가득해. 그걸 보고 오빠는 그랬지, 더럽다고 중2병이냐고
나 그때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 여자애였어, 그냥 첫사랑인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자애였어 내가 버틸수있는 범위 밖의 것이었어
네게 팔을 맞았던 날은 몸이 불덩이 같이 뜨거웠었어 팔이 딱딱하게 굳어서 부었었거든. 아빠한테는 죄송하지만 부딪혔다고 했어
하루에 한 번 꼴로 맞았던거 같아. 뺨은 기본이고 어쩔때는 발로 얼굴을 걷어차기도 했지 그냥 주먹질은 아무것도 아녔어
날 때린 이유는 뭐였어? 아직도 궁금해
오빠가 때리는 게 멈춰질때 쯤 행복해질 수 있나 생각했어
아니더라
20살이 된 오빠는 내가 귀찮은 벌레라도 된 것 마냥 무시하고 놀러다녔지 매일 아침 오빠한테 찾아가고 매일 학교가 끝나고 오빠한테 달려갔는데
오빠를 못 본 날이 더많았어
어쩌다 네게 짜증을 내거나 투정을 부리면 넌 화를 냈어. 날 내쫓았고, 집으로 들어가버렸어 이유는 상관없었지, 넌 그냥 내가 짜증을 내는게 싫었던거니까
그리고 제발 용서해달라고 나와달라고 휴대폰이 뜨거워지도록 빌은 뒤에야 넌 나와줬어
내 앞에서 이 여자 예뻐, 너도 이렇게 좀 해봐. 라는 말 듣고도 아무렇지 않았어 그건 차라리 말 뿐이니까
적어도 때리진 않았으니까
난 진짜 바보야
그거 다 알면서도 밤늦게 하는 보이스톡에서 오빠 나 사랑해? 라고 물었으니까
마지못해 응 사랑해 라고 대답하던 말 하나로 2년을 함께 해왔어
함께가 맞긴 한가 모르겠네 난 너 뒷꽁무니 쫓아 막 뛰었는데 눈 떠보면 넌 저 멀리 있었어
우리가 늘 그렇진 않았겠지 분명 남들같은 예쁜 추억도 있고, 좋은 기억도 많았어
근데 내가 왜 허무한 줄 알아?
그게 그냥 네 변덕이었단 걸 깨달아서 그래
넌 그저 그날 기분이 좋았고, 함께 놀 친구가 없었고,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었고, 돈이 있었고 모든 박자가 맞기 때문에
나하고 추억을 만들어준거였어
맞잖아
너 대학생 되고서 한달간 돈이 하나도 없었지 아니, 있어도 나에게 쓰지 않은거였지 그동안 너와 놀때 쓴 돈만 몇십만원일까
하나도 아깝지않아 사실
너 생일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파티를 열어줬다는 사실이 내 통장에 잔고가 없다는 걸 전부 잊게 만들 정도였어
내 생일엔 어쨌더라? 편지 못쓰는 네게 편지한통만 써달라고 찡찡댔다가 헤어질뻔 했지
글쎄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우유뷰단하고 줏대라고는 한톨도 없는 게다가 자기 본능대로 움직이는 너랑
같이 첫 남자친구라는 걸 놓지 못하는 미련가득한 내가 만나서 이렇게 된걸까
너가 나한테 그랬잖아
솔직히 널 사랑하게 되는 일은 로또 당첨보다 힘들거라고
충격은 안받았어
다 알고 있었다니까? 거의 일년전부터
그래도 나 좋다고 끌고 온거니까 충격은 안받았는데
돌아보니 내인생에 남은게 하나도 없더라
너 사랑을 갈구 하는데 써버린 시간들이 나한텐 어쩌면 내인생을 좌우하게 될 가장 영향있는 시기였는데
너가 멀쩡히 성적맞춰 대학가는 걸 보고 나도 그럼 되겠구나 했는데
난 쌓아온게 하나도 없었어
가진거라곤 미용 자격증 몇개에 지방대나 들어갈 성적이었어
넌 나한테서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나있는데 너까지 가버리면 나한테 남는게 뭘까 하는 상실감이 컸을지도 몰라
그래서 인정했잖아
알겠다고
이제 진짜 그만하자고
넌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알겠다고 했고
돌아보니까 난 진짜 한심했어 진짜 바보같았고 널 만나기 전날로 되돌아간다면 네 부름에 나가지 않았을거야
너랑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억지였어
그냥 누가 묻는다면 억지스러운 연애였다고 말할만큼 억지였어
2개월도 아니고 2년을 그렇게 해오니까
사람이 이렇게까지 망가질수있구나 느꼈어
인간관계도, 내 앞길도, 가정도, 성격도, 외모도, 사소한것 하나하나가 가깝게 닿는다
너랑 사귀는 동안 얻은게 뭘까 묻는다면 하나 있어.
167에55나갔던 날 돼지라고 창피하다며 먹은것도 뺏으려들고 내 앞에서 맛있게 밥을 먹던 너 때문에 48키로 까지 뺐다는거야
덕분에 거식증이 걸려 고생 꽤나 했는데 그것도 이제야 기억이난다
정작 넌 지금 비만인데 말야
후회를 하는 건 아니야 너랑 헤어진건 누가봐도 참 잘한 일이야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지나면 너랑 했던 기억들도 서서히 사그라들겠지 남들이 다 그런다니까
근데 그럼 난 수능이겠다
뭘 위해 살았던건지 내가 지금 뭘하는건지
사는게 의미가 있는건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멀리멀리 떠나라 너는
떠나서 네 주제에 맞는 여자를 만나서 똑같이 아파봐
그리고 멍청한 그 머리로 멍청한 인생 살아가길 바랄게
나도 자라긴 했어 이딴 걸로 자살하고 싶고 이젠 안그래
지금부터라도 공부해야지 수능에 걸고 적어도 네가 간 그 대학보단 좋은 곳에 갈거야
너보다 높은 사람이 될거고
정말로 날 사랑해줄 남자를 만날거야
그리고나서 널 마주치면 그때는 낮은 힐만 신어도 나보다 작은 너 앞에서
뾰족구두 신고 엄청 예뻐져서 남자친구 옆에 끼고 웃어줄게
넌 그동안 얼마나 잘살았냐고 비웃어줄게
이거 나 열아홉살때 썼던 글인데 발견하니까 느낌이 새롭다 ㅎㅎㅎ
저때 참 힘들었는데, 모든 건 지나가는 법이야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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