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신이다. 언제부터였는지도 잘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나는 귀신이었다. 모든 이가 두려워한다는 그런 존재. 아무도 날 볼 수 없고 내 말을 들을 수 없다. 그들은 날 만질 수 없으며 날 느낄 수도 없다. 그러니 난 언제나 혼자고, 외로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뭐, 그런 것 쯤은 익숙하더. 이젠 오히려 그런게 편하다. 18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으니, 그도 그럴 듯 싶다. 내가 귀신이 아니었을 때? 아, 그러니까 내가 이세상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을 때...글쎄, 그런 때는 아마도 나한테 없었다. 적어도 내 기억엔... 우리 집은 평범했다. 엄마 아빠는 매일 바쁘셔서 아침 일찍 나가시고 밤이 깊어서야 집에 들어오셨다. 아침에 눈을 떴을때 햇빛이 비추는 텅 빈 거실을 마주하는 건 내 하루의 시작이었고 학교 마치고 아무도 없는 집의 불을 키는건 나의 습관이었다. 그래, 까놓고 말하자면 나는 아마도 그들이 원하지 않았던 자식이었을 거다. 태어나서부터 사랑이란 걸 받아본 기억조차 없고 나에게 익숙한건 그저 그들의 냉담과 무관심이었다. 따뜻한 가족?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이고 계신 엄마와 아이스크림 열댓 개가 담긴 봉투를 들고 퇴근하신 아빠가 있는 저녁은 나에게는 너무도 먼 이야기였다. 그랬기에 난 언제나 마음이 고팠고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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