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그만 받기를 설정한 글입니다
그 날따라 왠지 하늘이 유독 파랬다. 파랗고 파아랗게 드높은 하늘과 뭉그적거리는 구름들이 내 마음을 적셨다. 8월의 느지막한 여름이였지만 더위는 쉽게 가실 생각을 안했다. 여전히 매미소리는 방 안 가득 찼고 햇빛은 따가왔다. 오늘은 집에 있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어젯 밤에 읽던 책을 다시 폈다. 집어 읽은지 3초도 안되어 전화가 왔다. 아저씨. 그간 연락 한통 없이 내 속만 썩이더니 왜 이제서야 왔대.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발신인에 쓰여있는 그 이름 조차 보기 싫었다. 미웠다. 누가 우리 아저씨 아니랄까봐, 정말 지겹게도 핸드폰은 징징 울어댄다. 하도 거슬려서 배터리를 분리해버릴까 하던 찰나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이제야 받았네." "이제야 전화를 하네요?" "미안. 당분간 좀 바쁠거라 했잖아." "..." "잠깐만 나와봐. 바람 좀 쐬러 가자." "싫어요, 오늘은 집에 있을래요." "아이, 그러지 말고. 집 앞이야, 나와. 끊는다." 아휴. 매번 이런 식이다. 웃기게도 나는 또 다시 아저씰 만나러 나간다. 파아란 컨버스 끈을 고쳐매고 문을 열어 나가려던 순간, 내 눈에 어젯밤에 읽던 그 책이 밟혔다. 저 책 마저 읽어야 하는데. 나는 책을 손에 들고 걸음을 옮겼다. 으으, 날이 너무 더워. 손 부채질을 연신 해대며 나갔는데 아저씨가 보였다. "아, 진짜. 담배 좀 끊으라니깐요?" "미안해, 미안." 차에 올라탄 우리 둘은 목적지도 없이 막연히 출발했다. 아저씨든 나든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안해도 좋았다. 그렇게 우리 사이엔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몇 분이 흘렀을까. 창 밖엔 낯선 풍경들만이 가득했다. 처음보는 표지판, 사람들, 들판, 나무... 이렇게 계속 달리기만 할 셈인가. 먼저 말을 꺼내보고 싶은데 선뜻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 "저.." "먼저 말해봐." "아뇨. 아니에요." 이렇게 또 다시 정적. "...오늘 날씨 참 좋지?" "네." "그런데 그 손에 책은 뭐야? 아까부터 꼭 붙들고 있네." "아, 그냥 급하게 나오다 보니.." "어제 재미있게 읽었나보네." 아저씨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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