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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캄캄한 방 속에서 보이는 거라고는 야광으로 빛나는 시계바늘 뿐이었다. 째깍째깍 울리는 시계의 초침소리가 일정했다. 눈을 몇번 깜빡이자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다른 것들도 보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니 창문과 전신거울이 보였다. 작게 열린 창문 틈 새로 바람이 들어와 나의 머리카락을 흐뜨려 놓았다. 거울속의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얼핏 웃는 듯 해 보였다. 몸을 일으킬까.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얌전히 누워있기로 했다. 다시 시계를 보았다. 새벽 한시 오십분이었다. 시계바늘이 꼭 웃는 모습처럼 나를 향해 있었다. 나도 시계를 향해 마주 웃어 주었다.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꼭 웃어주고 싶었다.


내가 왜 잠에서 깼더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때, 다시금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아, 맞아. 전화가 왔었지. 아니, 문자인가? 손을 뻗어 옆을 더듬으니 충전잭이 꽂혀있는 핸드폰이 잡혔다. 꽂혀있던 잭을 뽑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화면에 크게 [읽지 않은 메시지 2통]이 쓰여져 있었다. 홀드를 풀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발신자는 다름아닌 X. 전 남자친구였다.



[자?]

[연락해서 미안. 자라.]



이미 잠은 다 깨워놓고. 짜증이 일었다. 이미 헤어진지 한 달이 넘어가는데 뭐 하자는 건지. 이 남자가 찌질하고 한심해서 한숨이 났다. 바람에 커튼이 펄럭였다.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충전은 이미 완료 되어 있어서 더 이상 할 필요는 없었다. 핸드폰을 아예 끌까 생각했지만, 내일 아침 울릴 알람을 생각하니 그러진 못했다.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꾹 감았다. 양 한마리, 양 두마리.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할 생각을 하니 머리마저 지끈지끈 아파왔다. 바르게 뉘여있던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결국 벽쪽으로 돌아 누웠다. 어릴 때 부터 항상 함께였던 곰인형이 품 안으로 들어왔다. 보송보송한 털에 얼굴을 부비니 조금 잠이 오는 것 같기도 했다.


다시금 바람에 커튼이 펄럭이는 소리가 났다. 곧 잠잠해진 방은 다시 시계의 초침소리만 들렸다. 잔뜩 힘을 줬던 눈에 힘을 빼고 온 몸에 긴장을 푼 상태로 돌아갔다. 빤지 얼마 안 돼서 보드라운 이불이 다리에 스쳤다. 노곤함이 다시금 밀려왔다. 느릿느릿, 잠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잠이라는 호수 속에 발을 담궜다, 뺐다, 장난질을 치다가 풍덩. 빠졌다. 


다시 알람이 울린다. 눈을 뜨니 어슴푸레한 햇살이 방을 비추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네시 사십분이다. 새벽녘 보았던 시계의 웃는 모습이 아니다. 하루의 시작이었다.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이불을 걷었다. 따듯함 속에 익숙해져 있던 몸이 추위에 바르르 떨었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하자, 그 새 또 몇 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발신자는 역시 X였다.



[내가 술을 마셨어. 네 생각 많이난다. 내 걱정 많이 해줬는데.]

[취해서 연락한 거야. 잊어라.]

[보고싶다.]

[미안.]



뭐 하자는 걸까. 답장 해 줄까 말까. 한참 생각을 하다 탁탁, 몇 자의 문자만 남기고 씻기 위해 방을 나섰다.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맑다. 아직 꺼지지 않은 핸드폰의 액정에는, 내가 보낸 문자만 덩그러니 띄어져 있었다.



[지랄한다.]



쏴아아. 샤워 소리가 경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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