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의 몸 속에는 수많은 말, 이야기, 환상이 가득했으나 소년에게는 그것을 풀어낼 손과 혀가 없었다. 그래서 그것들은 소년이 죽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 채 고스란히 소년의 몸에 남겨졌다. 갑작스레 소년이 죽고 소년의 어미가 울부짖으며 그 마른 몸을 직접 갈랐을 때에, 소년의 흰 살 안에는 피 대신 샘물이 가득했고 뼈대 대신 고목이 자라 있었으며 근육 대신 비단실이 자리했고 장기 대신 꽃이 화하게 피어 있었다. 소년의 몸이 관 안에 가두어진 지 몇 년이 지나자, 그 주위의 메마른 대지는 푸릇한 풀잎이 무성한 초원이 되었다. 단단히 뿌리내린 나무들은 나이테가 뚜렷하여 마치 탄탄한 문맥과 같았으며 수많은 꽃송이는 밤이면 매끄러운 문장과 같은 달빛을 그 위로 흘려보냈다. 언어에 목마른 이들이 그 숲을 찾아 잠이 들면 막 싹튼 단어들이 바람에 실려와 그들의 귀를, 뇌를, 깊디깊은 곳에 숨죽여 살아가는 글을 향한 갈증을 건드렸다. 소년은 생존을 갈망하는 인간이 아닌 창조와 창의를 온 몸에 담은 언어의 씨앗이었다. 그리하여 소년을 품은 그 대지는 마침내 언어의 숲으로 불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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