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소설은 저 꽃큰의 주관적인 해석으로 써진 글입니다.(하트)(별)
서울에 도착한 새 집은 고층 아파트였다. 난 내심 단독주택이길 바랐는데.. 사다리차로 이삿짐이 옮겨지는 걸 멍하니 보고 있는데 엄마가 내 팔을 툭툭 쳤다. 사다리차에서 눈을 떼지 않고 “왜”냐고 했더니 엄마가 돈 줄 테니 어슬렁거리지 말고 밖에 있다 오라셨다. 그때서야 고갤 돌려보니 웃고 있는 엄마 손에는 만원 두 장이 들려 있었다. 춥기도 하고 움직이기 싫었지만 돈을 받고 오빠를 불러 어디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파트 앞 벤치에 앉아 멍 때렸다.
“오빠”
“뭐”
“우리 뭐해?”
“하긴 뭘 해”
“그럼 계속 앉아만 있어? 추워죽겠는데?”
“왜 나한테 물어. 그럼 엄마한테 물어보던가”
“같이 쫓겨났잖아, 바보야..”
“아씨.. 엄마는 돈이라도 주던가! 추워죽겠고만 밖에서 뭐하라고!”
“줬는데?”
“..?”
“여기. 엄마가 나한테 주던데? 오빠한테 주면 혼자 다 먹을까봐 나 주셨나보네”
“야! 진즉 말했어야지!! 똥대가리야!!”
“뭐? 똥대가리?! 야!! 돈 안준다?!”
“니 때문에 추운데 계속 밖에 있었잖아!!”
“돈 있음 뭐 할 건데!!”
“내놔! 피씨방 갈거야! 아오, 이 똥대가리 진짜..”
“난 피씨방 싫거든!!”
“그럼 니는 딴 데 가던가!! 내꺼 내놔!”
“아! 이씨!! 나 두고 갈거야??!”
“그럼 따라 오던가!”
“피씨방 싫다고!! 야! 야, 정병은!!...이씨..치사한 놈 진짜..오빠면 다냐! 동생 내팽개치고!...난 어디가라고 진짜....그냥 따라갈까?..아, 싫어! 할 것도 없는데 가서 뭐해..정병은 지우개 같은 놈. 내 인생에서 지워져라 아오”
오빠란 놈은 혼자 피씨방에 가버렸고 혼자 남은 나는 오빠를 욕하면서 어디 갈지 고민했다. 벤치에 가만히 있는 것 보단 어디든 가보는 게 나을 거 같아 차타고 들어올 때 보였던 아파트 근처에 상가 건물들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파트 옆이라서 그런지 상가도 꽤 컸고 체인점도 많이 있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가게가 있었는데 삐까뻔쩍한 불빛의 가게들 사이로 은은한 조명에 나무로 장식되어 유독 눈에 띄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카페였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이기도 했고 다른 곳은 혼자서 오래 있기 부담스러울 거 같아 눈에 띈 그 카페로 발길을 옮겼다. 카페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Sourire d'un ange-수리에 드 랑쥬’ 라는 간판이 보였다.
“수리에 드 랑쥬..? 무슨 뜻이지..?”
-딸랑
“어서오세요~ 어머, 처음 보는 학생이네?”
“아, 네 안녕하세요.. 오늘 이사 와서요..하하”
“어머 그렇구나~ 뭐 줄까?”
“아..저.. 요거트 플랫치노 주세요.”
“음~ 귀엽게 생겼네~ 4500원이야~”
“여기요..!”
“응, 조금만 기다려~ 해서 갖다 줄게”
“네.. 감사합니다..”
가게에 들어가자 푸근한 미소의 아주머니가 반겨주셨고 나름 서울이라고 긴장한 탓인지 그런 아주머니의 태도에 당황해 서둘러 주문을 했다. 한 숨 돌린 다음 앉을 자리를 찾으려고 둘러보는데 역시 밖에서 봤던 분위기대로 카페 안에도 포근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평소에도 이런 분위기를 좋아해 더 두리번거렸다. 두리번거리면서 들어가다가 아늑해 보이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가게를 좀 더 자세히 구경하는데 가게에는 나 말고도 혼자 온 사람들이 있었다.
“역시.. 여기 분위기가 좋긴 좋은가보다. 혼자 온 사람들이 꽤 있네~ 오와 위에 넝쿨도 해놨네! 이쁘다.. 아, 그러고 보니 간판에 써진 뜻을 안 물어봤네! 무슨 뜻일까.. 수..수리..뭐였지.. 수리수리.....”
“수리에 드 랑쥬”
“아! 맞ㅇ...음모으히!! 깜짝이야...”
“주문한 음료 나왔습니다.”
“아, 아? 아,네..”
“맛있게 드세요.”
“네 감사합ㄴ...아!저기..”
“..네?”
“아주..머니는요?”
“엄마는 지금 카운터 봐서 제가 대신 갖다 드린 건데요.”
“아.. 아, 네 감사합니다.”
혼잣말 하면서 가게 구경하는데 갑자기 옆에 사람 소리가 들려서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난 당연히 아주머니가 갖다 주실 줄 알았는데 또래 남자아이가 와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음료를 받았고 남자애는 내가 이상한 소리를 내도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하고 뒤돌아갔다. 심장을 쓸어내리다가 카운터 쪽을 보니 아주머니가 다른 손님이랑 대화 중이셨고 옆에는 아까 그 남자애가 컵을 닦고 있었다. 엄마라는 거 보니까 아들이겠지.. 근데 아까 쟤가 뭐라 한 거 같았는데.. 수리에..수리에.. 아까 너무 놀란 탓에 저 남자애가 한 말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갑자기 나타나서 사람 놀래 키고 알려줄 거면 제대로 알려주던가.. 발음이 뭔가 영어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나중에 아주머니한테 다시 물어봐야겠다. 음료를 쭉 들이켜고 소파에 기대 천장을 바라봤다.
“우와.. 디테일 대박이다. 완전 예뻐.. 분위기도 아늑하고 여기 진짜 맘에 든다! 앞으로 자주 와야지~ 내 용돈 여기에 다 털리는 거 아닌 가 몰라.. 에이 몰라몰라~ 그래도 기분은 겁나 좋다!”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보며 혼자-’
“어? 엄마네..여보세요? 어 엄마!”
[이삿짐 센터 갔으니까 각자 짐정리 하게 오빠랑 이제 들어와~]
“아아 네 알았어요~ 오빠한테는 엄마가 얘기해요! 나 버리고 피씨방 갔어! 그치?? 혼내줘 진짜! 응~ 알았어, 지금 갈게요.”
전화를 끊고 고개 돌리다가 카운터 쪽을 스쳐봤는데 그 남자애랑 눈이 마주쳤다. 내가 훔쳐본 것도 아닌데 괜히 움찔해서 눈을 돌려버렸다. ‘내가 왜 눈을 돌렸지? 뭐 훔친 것도 아닌데! 으씨.. 쟤는 뭐 내 쪽을 쳐다보고 있어.. 깜짝 놀랐네..’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아무 일도 없던 척 내가 먹은 음료 컵을 들고 카운터로 갔다. 걸어가면서 카운터 쪽을 살짝 보니 아주머니는 포스기 앞에서 정산 중이셨고 그 옆에서 남자애는 뭔가를 적고 있는 듯 했다.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어머, 벌써 가? 학생? 좀 더 있다 가지~ 우리 아들이랑 또래 인거 같아서 같이 얘기해보고 싶었는데~”
“이제 짐 정리 하러 가야해서요~ 감사해요, 나중에 또 올게요! 음료수도 맛있고 카페 분위기가 진짜 맘에 들어요!”
“그래~?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로 했는데 많이들 좋아해주네! 우리 아들이 소질 있나봐. 오호호호~ 학생 이름이 어떻게 돼?”
“아.. 정이은 이요~”
“이은이! 이름도 귀엽네! 조심히 가~ 나중에 또 와야 돼!”
“네, 안녕히 계세요~”
카페 문을 열고나오니 찬바람이 훅 들어왔다. 12월은 이미 본격적인 겨울이라는 걸 티내고 싶은가보다. 찬바람에 닿자마자 손이 차가워지는 느낌에 얼른 주머니에 쑤셔 넣고 고개를 파묻어 완전 무장한 채로 걸어가다가 뒤돌아 카페 간판에 새겨진 이름을 다시 한 번 봤다. ‘수리에 드 랑쥬라..무슨 뜻인지 또 안 물어 봤네.. 다음에 오면 오자마자 물어봐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아래 카페 문 쪽을 보니 그 남자애랑 눈이 딱 마주쳤다. 깜짝이야.. 진짜 또 심장 분리되는 줄 알았네.. 아까도 그렇게 놀라 눈을 돌렸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돌리면 웃길거 같아 뒤로 몸을 돌려 계속 쳐다봤다. 나도 존심이 있지. 그렇게 몇 초가 지났을까.. 우린 유리를 사이에 두고 여전히 마주보고 있었다. 나보다 눈도 작은게 왜 자꾸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보고 있으니 저 남자애한테서 고양이 같은 모습이 보였다. 그나저나 왜 날 저 표정으로 쳐다보는 거야? 내가 맘에 안드나. 난 찬바람 다 맞으면서 쳐다보는게 춥기도 하고 쟤는 따뜻한 카페 안에서 아까처럼 시큰둥한 표정으로 계속 날 쳐다보는게 슬슬 짜증나려 해 살짝 째려보고는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해 우리는 늦은 밤까지 짐 정리를 했고 다 끝내지도 못한 채 다들 녹초가 돼서 잠이 들었다.
출처: Goodbye Summer-F(x)(엠버,루나,크리스탈) (Feat.디오) 좋은 노래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애정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