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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듀 전체글ll조회 1198
9시에 얘기하자고 쪽지를 남겨뒀고, 나는 8시부터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공부가 안될 걸 안 나는 천천히 어떻게 얘기를 해야할 지 생각했다. 
좀 더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래도 끝만큼은 그냥 솔직하게 말해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더 이상 걔가 상처받을까봐, 내가 나쁜년이 될까봐 얘기를, 핑계를 꾸며내고 싶지 않았다.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 편이 너에게도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편이 너에게 나은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더 이상 너를 위한다는 핑계로 내 선택을 합리화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그래 나를 위해서다. 내 마음이 편해졌으면 해서.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불쾌한 두근거림은 계속되었고 마치 첫 도둑질 직전의 아이처럼, 혹은 그 직후처럼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것처럼 꿍꿍대고 손이 떨렸다. 
무엇이 두려워서 이럴까? 라고 생각해봤지만 답은 없었다. 벌써 너에게 세번째 이별을 고하는 거였지만 가장 떨렸다. 
그만큼 진심이니까 그랬다. 그리고 정말 끝내고 싶었다. 


더 솔직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너와의 연애는 정말 별로였다. 힘들었다. 
너를 안심시켜줘야하는 것도, 너가 받을 상처를 생각하며 솔직하지 못해야 했던 것도. 
너는 내가 너를 서서히 좋아하게 될 즈음에 나는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자기만 혼자 나를 많이 좋아한다며,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내 마음을 그런식으로 치부해버렸다. 


그래,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보다 네가 더 많이 좋아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기분이 나빴다.
속상했다가 짜증났다가 오기가 생겼다. 
너를 계속 옆에 두면 나도 너를 너만큼 많이 좋아하게 될꺼고, 그럼 너도 나도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랑 나는 맞지 않았고, 좋아하던 마음도 결국 더 모호해져갔다. 
오기로 이어간 주제에 또 너를 상처주기는 싫었다. 
너는 아픔이 많은 아이였다. 
이런 관계로 진전되기 전에 나한테 고민상담을 하면서 다 털어놨던 넌데, 내가 모를 리 없잖아. 너무 잘 알았지. 


내가 너에 대해 답답하게 느꼈던 행동들이나 습관, 사고방식들이 다는 아니지만 그 상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뭐라 할 수 없었다.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때문인걸 알면서도 답답해하는 내가 죄책감이 들었다. 
 

너는 나를 많이 좋아했다. 
눈에 보일 만큼 많이.
나는 너에게 그만큼 보답하고 싶었다. 
널 치유해주고 싶었다. 


너에게 친절하게 대했다. 
너를 안심시켜줬다. 


너를 좋아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분명 네 눈을 보면 두근거리고, 함께 있으면 좋았다. 

근데 분명한건 난 힘들었고 불편해졌다. 
마치 의무처럼 느껴졌다.
지금도 너가 앞으로 더욱 마음의 문을 닫고 상처를 끌어안고있게되진 않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차라리 친구였으면 좋았을텐데, 여자친구로써는 해줄 수 없다. 
그냥 내가 걔의 사람이 아니었던거다. 그런거다.

내가 괜히 시작했나보다. 오만하게.

걔가 안타까웠지만 걔의 마음에 안드는 부분까지 감싸안기엔 그만큼의 그런 종류의 애정은 부족했다. 
카톡은 이어지지 않고, 대화에서는 할 말이 없었고, 답답하고 별로였다. 
친구였을땐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누군가를 '진짜' 좋아하면 뭐든게 다 예뻐보이고 멋져보이고 귀여워보이고 그런다던데, 
그래 그렇게 따지면 난 너를 '진짜' 좋아하진 않았나보다. 


의미없는 말이나 행동에도 삐지고, 혼자 앞서나가고, 비련의 여주인공을 자처하고, 
하루종일 이유도 말 안해주고 하루종일 말없이 못 본척 하는게 다반사고. 

그냥 답답했다 정말. 
나한테 화도 한번 못내고 그냥 혼자 꾸역꾸역 삼키기만 했으니. 
나는 차라리 화를 내주길 바랬는데.

생각해보니까 그때, 새벽까지 통화했었던 날. 
그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그때는 새벽까지 할 말이 많을 만큼 서로 대화가 이어졌다. 
뭐 결국엔 카톡도 문자도 재미없어지고 그렇게 됐지만. 
그냥 소소한 말에는 반응도 안해주고 그냥 넘어가서 주제가 바뀌고, 하는말은 항상 두가지. 
보고싶다 아니면 밥 먹었어요? 지겨웠고 답답했다. 


이젠 끝이다. 
이젠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할 수 있고, 걔 때문에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억지로 걔를 더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척 하지 않아도 된다. 


시원하기만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원하다. 후련하기도 하고. 
걔가 더 움츠러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해줄 수 있는게 없고 해줄 자격도 없다. 
그릇이 안되었던 거지.


잘가 즐거웠고, 고마웠고, 미안했어. 꼭 다시 친구로 지내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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