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깨지 못 할까 싶어 여러개 지정해 놓은 알람의 마지막 주자가 결국 7시 10분에 나를 일어나게 만들었다. 전날 친구가 쓴 글을 보며 늦게 잠이 들었던 터라 나는 무척이나 피곤한 상태였고 할 수만 있다면 학교도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있는 나였기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머리를 감으면서 오늘 날씨의 추위를 조금이나마 실감하면서 버스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행동을 빨리했다. 대충 벗어 의자에 걸쳐놓은 교복을 주섬주섬 끼워입고 늦은 것 아니냐며 재촉하는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왔다. 괜히 아빠에게,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나왔다며 투덜댔다. 아침을 먹지 않는 것을 무척이나 달가워 하지 않으시는 엄마를 위해 아니 사실은 11시만 되면 천둥이 쳐대는 내 배를 위해 꾸역꾸역 밥을 밀어넣었다. 혓바닥이 꺼끌꺼끌한게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이 때 쯤이면 나는 굉장히 자기 비관적이 된다. 무엇을 하다 일찍 잠에 들지 않았는가 자책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내가 참, 불만족스럽다. 나란 인간은 매일 후회만 하다가 매일 같은 패턴의 일상만 반복하다가 생을 마감할 것인가? 나는 바보같은 불나방이다. 화려하게 빛나는 이런 저런 불빛들을 호기심 넘치는 기운으로 바라보다 그것을 향해 한발 내딛는다. 다음은 쉽다. 그렇게 한참을 불빛으로 뛰어들다 정신을 차리고 벗어나려 애를 쓴다. 그리고는 얕은 한숨을 쉬며 다행이다, 이제 다시는 저 불빛으로 다가가지 않을 수 있게 됐어. 라며 자기 위안을 한다. 그러다 저 멀리 다른 불빛이 보이면 나는 또 그 불빛을 향해 뛰어든다. 휩쓸리는 것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그건 나의 의지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일이다. 하나의 불빛에 다가가다 돌아올 때 마다 나란 불나방의 몸에는 글쎄, 아무래도 지워지지 않는 흉터같은 것이 생긴다. 내가 다시는 그 불빛들로 뛰어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해도 나의 마음은 불빛에 뛰어들기 전의 상태로는 회귀할 수 없다. 지겹게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작은 유희들을 첨가하고 싶었던 걸까? 거창하게 써놓았지만 그 불빛들은 쉬이 꺼지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은 깨닫지 못한다, 자꾸만 그 불빛들로 손을 뻗으려 한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꼭두각시가 아닌가. 그러나 나는 이제 곧 나를 괴롭히고 갈등시키던 이 모든 것들을 물리치고 내가 가야할 길로 꾸준히 나아갈 것이다. 불나방은 결국 불빛에 데어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하겠지만, 나는 그 불나방의 사체를 한껏 비웃어주며 보란 듯 걸어갈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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