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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저물고 독기를 머금고 있던 묘지는 날 삼켰다. 아마 제사상에 바칠 영혼이 부족했나 보다. 어김없이 찾아온 새벽 세 시 일 분. 너의 생일을 반으로 쪼개고 그 속으로 나비를 넣어주려 한다. 안녕, 먹히지만 말아. 

 

 

이맘때였지, 아마. 마음 여린 척하지 말아, 미안한 척하지 말아. 너도 나도, 이거 모두 계획적인 만남 아니야? 실은 내가 가장 나쁜 아이인데 말이야. 그런 나를 감싸 안는 낯선 입김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던 나에게, 가끔은 자석보다 더 강한 끌림이 있다는 걸 일깨워주었어. 그게 아마 끝이었는지도 몰라. 결국 이렇게 우린 다시 시작되었으니까. 

 

밤이 깊어와. 네 생각 잠도 안 와. 맞아, 너는 정말 내 새벽이 되었어. 그런데 그거 알아? 나 딱히 네가 그립지만은 않아. 일기장이 있거든. 네 체취가 묻어있어, 이건 옛날의 너와 달라지지 않더라. 시계 속, 그 계절에 멈춘 나를 다시 어루만져 줘.  

 

달은 저물고 독기를 머금은 묘지는 빛의 향연 속으로 사라진 후. 바보 같은 건 알지만 난 아직 널 기다리는 것 같아. 걱정 마, 네 생각은 안 하니까. 

 

오늘이 마지막이야. 이제 커튼 칠게, 날 기억하지 않는 네게, 내가 혐오하는 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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