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것에만 비중을 뒀어
뒤에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것보다
앞에 있는 누군가를 제치고 나가야 된다는 마음과 말들을
손 안에 뭉쳐져있던 모래알갱이들이 손에서 빠져나와 흐트러지는 것처럼
내 안에 웅크러져 있던 순간들이 빠져나와
짓물렸던 내 누런 악몽들에게 속삭였지
그 속삭임에 내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어
자신의 발이 또 다른 자신의 발의 앞을 가로막는 것도 모르는 채
그렇게 걷다
걷다
걷다
뛰고
뛰었어
결국 난 어떤 것도 흉지지 않은 평지에서 넘어졌지
난 그제서야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흉터와 거뭇한 재로 뒤덮인 내 발을 보았어
그리고 난
내 발을 껴안아 소리내어 울었어
흉진 곳이 쓰라려서
깨끗하던 발이 거뭇해져서가 아니였어
누군가 말을 걸어도
손을 내밀어도
아무런 미동도 없던
녹슨 내 마음이 그제서야 삐걱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