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순간부터인가 연애와 썸 몇 번을 겪다 보니 생긴건지 이성을 대할때에 있어서의 눈치가 생겼다. 그래서 나는 나와 있을때의 네 표정을 보면 좋은지, 내키진 않지만 나랑 함께라서 하는건지, 아님 맘에 들지 않는지 정도는 캐치할 수 있더라. 그래서 나를 사랑스럽게 그리고 귀엽게 바라보는 네 눈빛을 느꼈고 그게 정말 좋았다. 글쎄 그런데 너 스스로가 핸드폰 메모장에 끄적인 그 몇 줄이 내 생각을 며칠째 어지럽히는 중. 정답은 나도 안다. 네가 화장실을 간 사이 우연히 그 핸드폰 메모를 본 난 그 자리에서 복잡한 생각을 하며 묘한 표정으로 앉아있을게 아니라 네게 그 화면을 내밀며 이게 무슨 소리냐고 다그쳤어야했다. 다그치고, 소리치고, 그리고 끝냈어야했다. 갓 시작된 우리 관계를 내 손으로 끊어냈어야 했다. 며칠 새에 부쩍 늘어난 너의 애정표현에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답장을 하려 하다가도 문득 그 생각이 나면 나는 우울해진다. 나에게는 단어와 조사 하나마저도 예쁘게 쓰려고 한다는 넌데 왜, 네 친구들마저 나 때문에 변한 네가 어색하다며 손사래 치던 정도였는데 도대체 왜, 무엇이 그렇게 문제였길래 그 화면에는 소름돋을정도로 다르게 느껴지는 네가 있었을까 내가 평소 싫어하는 어휘를 잔뜩 써가며 평소 네가 말하던 것과 다른것들을 말했던걸까 긴 인생은 아니다만 지금껏 살면서 나름 험한 꼴 많이 보며 자랐다 생각했는데 그런 난데도 왜 네 문장들이 너무 충격이었던걸까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 너를 떠나고 싶지 않다 내가 본 그날의 또다른 너는 이제 나타나지 않을거라고 믿고 싶다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털어봤자 결국 온갖 욕설과 함께 헤어지라는 얘기만 와르르 쏟아질 게 뻔하기에 나는 열심히, 혼자, 감당해내보려고 한다. 새삼 느끼는 건데 내 그릇 별로 크지 않더라 조금이라도 더 차오른다면 와장창 깨질 것 같지만 그래도 나는 오롯이 견뎌내려고 한다 나는 겁쟁이다 듣고싶은것만 듣고 보고싶은것만 듣는다 내 손으로 나의 귀와 눈을 막는다 다른 것은 네게 바라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딱 하나 부탁한다면 여기서 내가 더 이상 나를 망치지 않고 너를 계속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그거 하나.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하는 겁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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