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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년을 잡아 당장 목을 쳐라! 

 

달리고 또 달렸다. 

죽을 힘을 다 해 달렸다. 

 

어머님은 말씀하셨다. 여인에게 조신은 덕목이라고. 

밖에 나가 놀고 싶은 날 잡아두시고 얌전히 앉아 자수를 놓고 붓을 들게 하셨다. 

지아비의 말을 잘 들으며 자손을 낳아 대를 이으라고. 

 

어머님 말씀만 들으며 지금껏 살아왔다. 

뜀박질은 멀리하고 아랫 것들과는 말도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님, 이렇게 역적으로 몰릴 것이면 왜 저를 그렇게 가둬두셨나요. 

하루 아침에 누군가의 모함으로 이렇게 무너질 정도로 나랏님에게 신뢰감 없는 집안이었는데. 

 

함안댁의 도움으로 그 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그 많은 눈들 중에 밟히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양반 여식의 몸으로 멀리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윽고 잡히고 만 나는 저항하다 어깨 부근에 칼로 깊게 찔렸다. 

 

아씨! 

 

갑자기 터져나오는 피에 놀란 나를 누군가 불렀다. 

우리 가에서 머무는 종놈이었다. 

 

예전에 부엌을 지나다가 들은 것 같다. 

너도 양반이었다고 그랬지, 무술을 아주 잘했었다고. 

우리집에 오기 전 너도 이런 기분이었니? 

그런데 너의 이름이 무엇이었더라. 

 

무술을 잘한다고 했던 종놈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그 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긴 치마를 붙잡고 그와 함께 도망쳤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고 옆구리에서 진득한 피가 묻어나왔다.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서양 식 주막으로 갔다. 

그러나 그 곳은 많은 미군들이 파란 눈으로 우릴 이상하게 쳐다보았고 알 수 없는 말로 수근거리기 바빴다. 

이 곳에도 우리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세상에 혼자가 된 것 같았다. 

 

주막을 빠져나와 점점 쳐지는 그의 몸을 붙들고 산 속으로 갔다. 

나무들을 조금 지나쳐 내가 자주 왔던 잔디밭이 드러났다. 

후들거리는 팔과 다리를 겨우 붙들고 올라갔다. 

 

평평한 곳에 그를 눕혀 새어나오는 피를 치마로 겨우 막으며 정신을 잃지 않게 계속 말을 걸었다. 

오늘 날씨가 참 좋지 않냐고, 집 근처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 거 처음 본다고, 피가 많이 나온다고, 근처에 우릴 도와줄 사람 없냐고, 우리 아버님이 정말 역적이었냐고. 

진땀을 빼는 날 보며 그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아씨는 땀을 흘려도 참 어여쁘십니다. 

 

그의 말이 점점 느려져갔다. 

 

그 때 밑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내가 가끔 아버님 심부름으로 들렸던 약방 부인이었다. 

 

이를 데리고 치료 좀 해주시오. 나와 떨어져있으면 우리 집안 사람인 지 모를 게요. 

나는 곧 잠잠해지면 함안댁을 찾아 안전한 곳에 숨도록 하겠소. 

부탁하오. 

 

그는 나와 함께 있겠다고 날 지키겠다고 했으나 점점 기력을 잃어갔고 약방 부인은 쳐진 그의 몸을 붙들고 내려갔다. 

 

드넓은 들판에 누워 한 숨을 돌렸다. 

날이 참 좋은 날이었다. 

하늘은 드높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이 곳에서는 듣기 좋은 풀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아픈 왼팔을 보았다. 

어깨 상처는 그를 붙드는 와중에 점점 벌어져 더 심한 상처가 되었고 왼팔은 온통 피로 물들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추운 것 같기도 하고 숨이 점점 가파져갔다. 

눈 앞의 시야는 어두워져가고 그렇게 나는 싸늘히 죽어갔다. 

 

그런데 너의 이름이 무엇이었더라. 

 

 

 

 

 

 

어제 꾼 저의 꿈에 msg 좀 첨가해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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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글 너무좋아요 작가님ㅜ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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