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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뮬 전체글ll조회 1244l 7

현대물, 19에렌.



그 여러 세대가 한 복도 쓰는 그런 아파트나 빌라 옆집 청년 에렌. 대학생인 것 같은데 맨날 헐렁한 후드티+면바지, 츄리닝세트 이런 거 입고 돌아다님.


둘다 의도한 건 아닌데 엄청 마주치는 거 보고싶음. 에렌이 복도에서 멍하니 하늘 볼 때 닝이 출근한다든지, 쓰레기 버리러 나오는 시간이 비슷하다든지. 둘 다 하늘 보는 거 좋아해서 새벽이나 밤이나 아침이나 낮이나 잠깐 하늘 보러 나오면 옆집 사람도 나와있는 그런 경우도 많고.


에렌 되게 다루한 인상이면 좋겠음. 나른하고 세상만사 관심 없고 귀찮다는 느낌으로. 아르민 만나기 전 아카 에렌처럼. 그래서 닝이 처음 에렌 봤을 땐 키도 크고 몸도 좋고 잘생겼는데 뭔가 다가가기 힘든 인상이었을 것 같아. 인사해도 묵례 꾸벅하는 정도로 받아주고.


닝의 낙은 커피나 코코아 한 잔 머크컵에 따뜻하게 담아서 복도에서 하늘 보며 그거 마시는 건데, 이사하고 나서 보니까 옆집 청년도 자주 그러고 나와있는 거지. 에렌이 엄청 나른한 인상으로 하얀 막대 물고있길래 아 담배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면 콜라맛 막대사탕.


인상에 속았다고 어쩐지 담배 냄새가 안나더라 하면서 혼자 머쓱해하고..


처음에는 둘 다 좀 불편해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팍팍한 인생 유일한 낙인 하늘보기를 멈출수도 없어서 나오다가 보니 말 하나도 안 섞었는데 서로 같이 있을 때의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어버리는거지.



그러다 어느날 에렌 집에 미카사랑 아르민 놀러왔는데 에렌이 그 둘 문 앞에서 마중나와가지고 둘이랑 즐겁게 얘기하는 모습을 집에서 나오던 닝이 봐버리는거.


항상 무표정에 뭔가 멍해 보이고 공허해보이고 지루해보이고 나른해보이던 사람이 어린애처럼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놀리고 이런 모습 보면서 이유도 모르고 충격받을 것 같아. 그냥 멍하니 계속 웃는 에렌 보고 있으면 시선 느낀 에렌이 고개 돌려서 닝 쳐다보고는 가볍게 묵례로 인사하는데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던 중간이어서, 평소랑 다르게 웃음기가 남아있던거지.


그럼 여기서 닝은 자각도 못하고 반해버릴 것 같음.



그렇다고 해도 별다른 변화 없이 언제나와 같은 일상을 살고.. 그날로부터 좀 지난 어느 여름밤, 언제나처럼 밤하늘 보러 나가면 흰티에 회색 헐렁한 면바지 입고 머리 대충 질끈 묶은 에렌이 있겠지. 닝이 조심히 다가가서 먼저 말 걸어본다. 이거 마실래요? 하고 양손에 들고 있던 머그컵 중에 하나 내미는거지. 복숭아 아이스티 담겨있는 거.


둘이 마주쳐도 거의 얘기 안 한데다가 해도 보통은 옆집사람이 모를 것 같은 이 건물 정보만 간단하게 나눴는데 (오늘 단수래요 뭐 이런 거) 이렇게 말 걸어오니까 에렌 좀 놀랐다가도 꾸벅 인사하면서 고맙다고 잘 마시겠다고 하고 입 안에 있는 사탕 다 깨물어먹고 천천히 음료 마실것이다.


그 뒤로 더 대화하진 않고 그냥 둘이 천천히 다 마시고 컵 돌려주고 들어가는거지. 근데 그 이후로 점점 그게 일상이 되면 좋겠다. 에렌 더이상 막대사탕 안 물고 나와있고, 닝은 바깥에 에렌이 있다 싶으면 음료 두 잔 들고 밖으로 나가는게.


그러다가 소소하게 대화를 시작하면서 서로의 정보도 조금씩 알아가고. 에렌은 대학생이고, 그때 걔네는 소꿉친구고, 무슨 전공이고 그런 것들.


처음에는 머그컵이 비면 좀 이따가 금방 둘 다 들어갔는데, 이제는 머그컵이 비어도 둘이 한참 이야기 나눈다. 그러다가 가끔은 복도에서 새벽까지 남아있기도 하고.


그러다가는 서로 음식 좀 많이 하면 나눠준다든가, 생필품이 없는데 급하게 필요하면 좀 빌린다든가, 벌레 나와서 무서워하면 잡아준다든가, 집키 잃어버려서 열쇠공 올때까지 같이 문 밖에서 이야기 한다든가, 그러다가 친해져서 이제는 집 안에서 대화하기도 하고.. 그랬음 좋겠다.


닝은 에렌이 항상 머그컵 안에 있는 복숭아 아이스티 깔끔하게 다 마시니까 좋아하는 줄 알고 거의 맨날 그것만 따라서 줬는데 사실 에렌 누가 자기한테 복숭아 아이스티 권하면 인상 찌푸리고 입도 안 댈만큼 싫어했던 거 나중에 알게되는거지.


그러다가 어느날은 맨날 헐렁하고 편한 옷만 입고 돌아다니던 에렌이 각잡고 빼입고는 닝 앞에 나타나는데, 그 모습 보고 심장 쿵 떨어질 정도로 반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니까 에렌이 담담하게 사귀어달라고 고백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사귀고 나서는 네집 내집 구분 없이 그냥 거의 동거하듯이 사는 거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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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이건 진짜...너무...너무 갓썰이다... 센세 대박이에요 저 지금 심장에 모래알 굴러다니는 것 같아요... 간질간질해서 참을 수가 업써!!!ㅜㅜㅜㅜ 사랑함니다 사는 동안 건강하시고 많이 버세요ㅜㅜㅜ💕💕
3년 전
글쓴이
고마워요ㅠㅠㅠ 쓸 때 저도 엄청 몰입하고 설레면서 썼어요!! 좋게 봐주시니 제가 더더 고맙고 사랑합니당♥
3년 전
독자2
하아 갓갓이다 ㅠㅜ 센세 글에서 빛이 나요
3년 전
글쓴이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3
센세ㅜㅜㅜㅜ대박 진짜ㅜㅜㅠㅠ도키도키해유ㅠㅠㅠ
3년 전
글쓴이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4
악ㅠㅠㅠㅠㅠㅠㅠ도키도키ㅠㅠㅠ
3년 전
글쓴이
고마워♥♥
3년 전
독자5
진짜 개발린다 머리깸... 뇌절해주세요...
2년 전
글쓴이
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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