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일상의 어느 날 맞이하게 된 가상현실 게임 속 세계.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던 화창한 봄날의 꽃내음 가득한 바람과 햇살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절망에 찬 비명과 울부짖음으로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접속하자마자 이게 무슨 일이람.
상황 파악도 전에 벌어진 잔혹한 핏빛 축제에 넋이 나가 멀거니 서 있는 내 눈 앞에, 띠링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헬프 시스템이 떴다.
[System : 메인 퀘스트 발동!
'함께라면 두렵지 않아(1)' - 공략 캐릭터를 만나 호감도를 쌓고 동료로 합류하세요!
즐거운 동아리 활동 중 갑자기 나타난 괴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학교. 당신은 코 앞까지 닥쳐온 감염자들을 피해 빠르게 피신해야 합니다.
서둘러 도망가며 앞으로의 여정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어줄 당신의 동료를 찾아봅시다!
성공 시 보상 : 동료들과의 신뢰도 상승, 100 포인트, 인벤토리 1칸 확장권, 힌트 3개, 업적 '우리의 시작은 아포칼립스에서' 달성.
실패 시 : 배드 엔딩 컬렉션 No.1 '쓸쓸한 작별인사' 수집, 업적 '시작부터 개죽음' 달성
※ 메인 퀘스트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두근★두근하게 연애만 하면 안될까? 뭐 이렇게 본격적인 좀비 아포칼립스물인건데…? 하이틴 시뮬레이션이라며! 그 전에 일단 플레이어 설정은? 집안 배경은 뭔데? 이 몸의 친구 관계는? 설마 게임 속의 나 왕따라는 설정이야?
[System :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살아서 만나야 연애를 하던지 X스를 하던지 하죠. 당신은 현재 고등학생입니다. 하이틴 맞잖아요? 설정들은 퀘스트를 진행하며 차차 밝혀지는 시스템이니 지금 재촉해도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자, 얼른 뛰세요!]
……태클 걸 곳이 넘쳐나지만 일단 당장 퀘스트를 수행하러 가지 않으면 저 이상한 죽음 업적을 달성하게 될 것 같으니 굳어있던 다리를 움직였다. 시작부터 죽어서 다시 시작이라니, 너무 쪽팔리잖아.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난무한 복도를 달리며 눈물을 삼켰다. 메인 퀘스트만 잘 따라가면 그 안에서 뭐든지 가능한 높은 자유도라 그래서 해보기로 한 게임인데…… 속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며! 너희들이 캐릭터로 나오는 거니까 재미있을 거라며!
켄마, 왜 이런 게임을 추천해줬어… 코우시, 왜 나한테 사기쳤어……
특유의 무심하고 냉랭한 코즈메 켄마의 얼굴과 상쾌하게 웃는 스가와라 코우시의 얼굴이 투명도 35%로 교차되어 눈 앞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일단 여길 벗어나자. 그리고 공략 캐릭터들 중 아무나 좀 만나서 퀘스트 깨자.
로그아웃 한 뒤에 내게 이 게임을 추천해준 이들을 응징해 줄 것을 다짐하며, 다리에 불 붙은 것처럼 튀어나갔다.
그렇게 나의 게임 속 1일차가 시작되었다.
쉿, 잘 찾아봐.
너의 해피 엔딩은 어디에 있니?
게임과 현실을 넘나들며 전부 공략해 보렴.
네가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쌓여가는 데이터가 우리에게 큰 기쁨이 될 거야.
사랑하는 나의 플레이어.
부디 게임의 끝까지 다다르길 바라.
그리고……
☆ Enjoy your play ☆
★ 시뮬레이션 처음입니당ㅎㅎ 잘 부탁드려요!
★ 시뮬 설정상 불글이 자주 등장할 예정입니다!
★ 이 시뮬레이션은 20%의 추리와 20%의 스릴러와 20%의 피폐와 20%의 달달함과 20%의 읏흥함으로 이루어진 아포칼립스 게임 시뮬레이션입니다!
플레이어를 움직여 게임을 클리어합시다!
★ 게임 시뮬의 난이도는 그럭저럭, 현실의 난이도는 꽤 높습니다!
도전 정신 강한 플레이어를 모집합니다ㅎ
★ 게임의 엔딩과 현실의 엔딩, 당신은 둘 모두를 해피 엔딩으로 끝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