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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 전체글ll조회 190

 


저에겐 돌아갈 곳이 없다. 갓 성인이 되어 겨우 집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닝은 제 처지를 한탄했다. 그럼에도 어두운 숲의 미로를 헤매는 것이 지옥 보다 독한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단 나았다. 부모에게 맞아서 생긴 상처에서 나오는 피를 안간힘을 다해 막았다. 피비린내를 맡은 짐승에게 몸이 물어 뜯겨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걸어갔다. 초라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기에. 부모에게 맞아 죽을 바에야 차라리 짐승에게 몸을 물어 뜯기는 게 좋다고 생각을 바꾼 것이었다. 울음을 훔친 닝이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힘겹게 발을 내디뎠다.


숲은 그녀에게 다정하지 않았다. 죽은 이의 시체를 뜯어 먹으며 눈을 빛내는 까마귀. 자신을 노려보는 성난 부엉이와 올빼미. 간간이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음산하게 들리기도 했다. 이 숲은 외부인인 닝의 방문을 전혀 환영하고 있지 않았다.


“...”


가시 넝쿨에 찔린 다리는 상처로 엉망이었다. 애써 짐승을 피하고자 했던 짓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피비린내를 맡고 자신을 해하려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녀를 삼키고 있었다. 아픈 다리로 속도를 더 내었다. 힘이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원초적이고 단순한 것이기에.


기이한 붉은색의 꽃은 닝의 앞길을 막아섰다. 불청객의 방문은 일체 허락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문지기의 의지에 쉽게 나가떨어져갈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잡초 같은 하찮은 생명이라 할지라도 자신은 살고 싶었다. 닝은 다리와 같이 상처로 가득한 손으로 꽃의 줄기를 잡아당겼다.


으으..”


꽃 줄기가 질긴 탓에 몇 번을 끙끙거리며 당겼는지는 모른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잡아당기다 닝이 주저앉았다. 엉망인 손에는 짙은 초록의 줄기가 들려 있었다. 주위에 있는 붉은 꽃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은 회색빛으로 변했다. 빳빳이 고개를 들고 있던 모가지가 꺾였다. 그 기이한 광경에 입을 벌린 닝의 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저택이었다.


, 저기요!”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저택은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사람의 온기 대신 녹빛의 넝쿨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낡아빠진 문에 그려진 알 수 없는 문양에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칼로 난도질을 한 건지 잘 알아볼 수는 없었다. 까끌까끌한 문의 겉면을 손으로 쓸던 닝의 손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잡이가 잡혔다. 비장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닝이 살았던 허름한 집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저택의 웅장함에 닝은 숨을 들이켰다. 계단에까지 깔려 있는 붉은 카펫 위도 정리가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닝이 몰고 온 바람에 먼지가 쉽게 흩날렸다.

누구 안 계세요?”

강한 바람의 탓이었을까. 닝이 안에 발을 딛기가 무섭게 문은 저절로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금방이라도 암흑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에 닝이 눈물을 삼켰다.

높은 천장에 걸린 샹들리에의 모습도 처참했다. 오랜 시간 동안 방치가 되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끼익, 끼익. 소름 돋는 소리를 내는 샹들리에가 마치 그네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저러다가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 무서운 생각에 닝이 고개를 저었다. 다시 쳐다본 천장에 이곳저곳에는 거미줄이 걸려 있었다. 더러운 대리석 바닥에는 닝의 실루엣이 비치기는커녕 들쥐들의 비밀 장소가 된 지 오래인 듯싶었다.


계시나요-!”


이번에는 힘껏 소리를 지른 닝이었지만, 메아리처럼 그녀의 말이 울리기만 했다. 저택 주인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깨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짐승의 소리가 그녀의 불안함을 더욱 고조시키기만 했다. 곧장이라도 어둠에 먹혀버릴 듯했다.


닝은 우선 아래층을 둘러보기로 했다. 음사한 기운을 내뿜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도망치는 게 더 유리할 테니까. 조금씩, 천천히, 발을 옮겼다. 아까 들쥐들이 모습을 드러냈던 그 구멍까지 지나친다. 만약 주인이 있다면 이곳을 방치하는 것이 뻔하겠어. 어쩌면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며 닝은 문 앞에 선다.


“...칼 자국.”


초라한 행색의 닝이 작게 중얼거렸다. 도끼나 칼. 이 문도 위험한 무기들로 난도질 된 것처럼 보였다. 저택의 앞을 지키고 있는 그 거대한 문과 이 문에 새겨진 자국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알 수 없는 일을 상상하는 닝이 잠시 고민을 했다.


“..!”


삐걱대는 문을 열고 닝은 바로 자리에 주저앉는다. 자연스레 뒤로 내빼는 몸. 외마디의 짧은 비명이 저택에 잠시 울린다. 정체 모를 그 어두운 공간에는 사람의 뼈로 추정되는 것들이 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난 건지는 알 수 없다. 사람의 살점으로 보이는 것도 없다. 오직 뼈. 뼈만이 남아있다.


닝은 헛구역질을 하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곳에서 도망가야 할까? 그럼에도 그녀의 덜덜 떨리는 손끝에는 아직 삶을 갈구하는 비명이 들리는 듯했다. 겨우 지옥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쉽사리 생명을 포기하다니.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이곳은 주인이 없을 수도 있는 저택. 누군가 이 광경을 본다면 그녀에게 위험하게 바보 같은 일을 한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녀에게 지금으로써는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었다.


아래를 둘러본 닝은 결국 특별한 것을 찾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위로 올라가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았다. 만약에 주인이 위층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벌써부터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닝이 찢긴 치맛자락을 들고 위로 올라갔다.


어두워.”


모든 빛이 이곳을 비추고 있지 않는 듯했다. 밤이어서 그럴까. 몸의 한구석에서 의구심이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닝은 조심히 발을 옮겼다. 등이라도 하나 있었다면 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그 흔한 등불조차 보이지 않는다니.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이번에 그녀의 앞에 나타난 것은 녹슨 금속 장식이 덧붙여진 문이었다. 사람의 뼈가 발견되었던 그 방 문과는 다르게 거대한 것이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잠들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선택은 오로지 그녀의 몫.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닝이 잠시 망설이다 결국은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었다.


덜컹. 오랜 시간 동안 찾는 이 없었던 것을 알리는 문이 힘겹게 열렸다. 문 너머의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깨진 창문의 유리 조각은 푹신한 카펫 바닥에서 나뒹굴고, 갈기갈기 찢긴 커튼은 밤바람에 살랑였다. 테이블 위에서 쏟아진 와인은 바닥까지 적셨고, 들러붙어 이미 끈적거렸다. 벽에 걸린 초상화의 얼굴은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게 흉측히 망가져 있었다.


“...”


그리고 죽은 듯이 누워 있는 한 남자만 보였다.

닝은 숨을 죽이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죽은 걸까. 손가락을 그의 손등 위에 올렸다. 문의 손잡이를 만졌을 때처럼 얼음장처럼 차갑다는 감상이 전부였다.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창백한 얼굴색. 닝은 침대에 두 손을 맞대고 남자를 내려다봤다.


멀끔하게 정리된 눈썹. 길게 뻗은 속눈썹. 어깨를 조금 넘는 듯한 검은 머리칼.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는 그 남자에 홀린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이리도 그에게 눈길을 뺏길 수 없다고 닝은 생각했기에. 어디서 피어오르는 지도 모르는 아련함에 닝은 남자의 눈을 찌르려는 머리카락을 살짝 건드린다.


“...”


“...”


닝이 손으로 그를 건들기가 무섭게 남자가 조심히 눈을 떴다. 홀려버린 듯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닝. 그저 무서울 정도로 황홀했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깨진 창문의 한가운데에 아름답게 떠있는 보름달의 빛을 받는 남자의 모습에 눈을 떼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기에. 인상을 쓴 그 표정조차 연극의 주인공의 것인 마냥 아름다웠다.


, 누구야.”


경계로 가득 찬 눈동자를 머금은 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모양새였다.




불멸자인 캐와 필멸자인 닝이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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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앙 센세 ㅠㅠㅠㅠ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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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센세....너무..하앙적이야...ㅠ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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