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 응답, ㅎㄹㅏ!”
아, 평화로워라.
“제ㄴ장, 긴급ㅌ, ㅊ,!”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조종석 21년 동안 잡은 거면 오래 있었지.
“--, 응답ㅎ, 명령이ㄷ, 본부로 귀, 환”
시끄러운 잡음만 들리는 무전기를 벗어 던져버렸다.
당장이라도 밑으로 추락할 듯 흔들리는 기체 너머에는 평화로운 하늘의 광경이 펼쳐졌다.
전투기 조종사였던 어머니를 따라 처음으로 비행을 했을 때와 같이 보랏빛으로 물든 새벽의 고요함을 품은 하늘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고요한 하늘 사이로 검정색 기체들이 떠올랐다. 작은 전투기 한 대 격추시키기 위해 우르르 몰려온 적들을 보고 있자니 그저 웃음만 나왔다.
이렇게 몰려와주면 나야 고맙지.
마지막으로 내 파트너에게 한마디 하고자 무전기를 다시 귀에 꽂았다. 계속 말을 하고 있었던 듯 잔뜩 갈라진 목소리 사이로 흐느끼는 아카아시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닝 제발 그만해...”
유일하게 남은 나의 동료, 내 목숨을 내던지는 이 작전을 실행시키기까지 정말 많이 망설였지만.
“...안녕. 아카아시.”
그 말을 끝으로 무전기를 뒷좌석 쪽으로 던져버리고 다시 조종간을 잡았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조종간을 서서히 당기고, 화포망 속을 뚫고 급강하하는 나에게 당황한 적의 전투기들이 나를 우르르 따라오며 점점 포위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나를 포위한 저들의 한가운데에서 기체와 함께 폭탄을 폭파시키기만 하면 되는거야.
죽을 때가 가까워져서 그런가? 땅과 최대한 가까워지며 내 생에 가장 낮은 고도까지 내려와도 공포보다는 미친 듯이 짜릿한 감정만이 전해져 올 뿐이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목숨을 건 드라이브라니, 누군가의 차분한 호통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혼나는 건 조금 이따가 한번에 하자구요’
적들이 거의 나를 따라잡았을 때 다시 기체를 급상승시키며 미친 듯이 올라갔다. 적들이 쏘는 화포를 뚫고 점점 하늘로, 하늘로, 마하 7, 마하 8. 마하 8.5, 마하 9. 기체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온갖 위험 버튼이 울릴 때 쯤 무심코 바라본 하늘은, 언젠가 동료들이 모두 함께 비행했었던 하늘은, 언제나처럼.
다시 한번 더 너희와 하늘을 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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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방금 탑건 보고 왔어요ㅎㅎㅎㅎ
단편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보고 싶은 장면들이 몇 개 있어서 시뮬로 돌릴래오 에 언제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