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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투 전체글ll조회 731l 1

 

 

 

 

 

 

 


06

 

 

 

 

 

 

몇 명의 손님을 상대하고 나서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침대에 기대어 앉았다. 금방이라도 눈을 감고 잠이 들 것 같았지만 깨어나려고 애썼다. 침대 위에 두었던 서류 봉투를 열고 서류들을 꺼냈다. 다시 한 번 여자의 사진을 훑어보았다. 정말로 사창가로 갔으려나. 예쁘장한 얼굴이 꽤 인기가 많았을 법 하다. 만약 사창가에 있다면 제 발로 걸어 들어갔을까,아니면 억지로 끌려갔을까. 인신매매로 납치당해 팔려오는 여자도 적지 않았다. 한참 사진을 내려다보다 바닥에 내려놓았다. 어디 있는 거야.

 

 


서류는 회장의 가족관계,내연녀와 딸의 다툼,딸이 사라지기 일주일 전부터의 기록,지금까지의 프로젝트 과정과 성취율,프로젝트의 참여원들이 찾아보았던 지역과 세부적인 지명과 같은 세세한 내용들로 빽빽히 차있었다. 대강 훑어본 결과 정부인은 내연녀를 모르고 있다. 그 말은 제 남편의 딸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다는 의미였다. 서류는 딸과 어머니의 관계와 다툼으로 인한 가출인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읽으며 가십 잡지냐며 비웃었다. 딸과 어머니가 어떤 사이였고 어떻게 집을 나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서든 찾아내기만 하면 됐다.

 

 


나는 습관적으로 미간 사이를 검지 손가락을 세워 톡톡 쳤다.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어떻게 해야 박찬열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박아넣을 수 있으려나. 사실 나는 여자를 찾으나 찾지 못하나 상관 없었다. 내 가족도 아니었을 뿐더러 사진으로만 마주한 사람을 열심히 찾아줄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그저 찬열에게 제 이미지를 깊게 새겨넣을 궁리를 하기에도 충분히 바빴다.

 

 

 


감겨오는 눈을 천천히 깜빡거리며 머리를 굴리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일단은 자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내일은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으니. 굿나잇. 나는 여자에게 나른한 인사를 건네며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잠이 쏟아지듯 몰려왔다. 금방 까무룩 정신을 놓아버렸다.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골목은 생각보다 찼다. 시린 공기가 옷깃 사이를 파고든다. 그새 기온이 또 뚝 떨어졌나 보다. 주체할 수 없는 한기에 저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물며 걸었다. 호텔에 들어오고 나서야 그것을 깨닫고 힘을 풀었다. 턱이 욱신거렸다. 아,치아 어디인가가 아려오던 것을 잊고 있었다. 한동안 전혀 아프지도,신경 쓰이지도 않더니 다시금 제 잇몸을 파고들며 괴롭게했다. 입을 크게 벌려 턱 관절을 풀며 이제 갓 청소를 시작해 사람이 거의 없는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조용하던 작은 밀실에 육중한 기계음이 울리며 커다란 쇳덩이가 천천히 떠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20층,빨간 글씨가 새겨지고 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왔다. 찬 공기가 가득찬 복도 끝에는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그곳이 있었다. 울리는 발소리를 들으며 박찬열의 사무실 앞으로 경쾌하게 걸어갔다. 혹시나,하고 돌려본 문손잡이는 역시나 굳게 잠겨 열리지 않았다. 잠금장치에 막혀 돌아가지 않는 손잡이를 놓고 문 옆의 벽에 기대어 섰다. 굳이 문을 열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적어 놓고 갔을 리도 없을 뿐더러,열 방법도 없다. 게다가 문은 열쇠로도 한 번 더 잠구는 것 같았다. 박찬열이 오지 않았으면 됐다. 나는 박찬열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아직 출근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20층의 복도에 홀로 서있었다.

 

 

 


서류와 펜을 꺼냈다. 종이 곳곳에는 빽빽하게 적어둔 메모가 많았다. 그것을 뿌듯하게 쳐다보며 다시 천천히 읽어보았다. 내가 찾아내지 못한 오류가 있는지,박찬열에게 꼬투리를 잡힐 것이 있는지.

 

 

 


그나저나 찬열아,얼른 와라. 나는 시려오는 손을 힘을 주어 꽉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한참을 서있으니 다리가 아파와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벽에 등을 기댄 채로 서류만 들여다보며 머릿속에 정해진 대사를 새기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도착 알림 소리가 작게 들리고,구두 소리가 울려왔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기대어 섰다. 누구이려나. 박찬열이면 좋을텐데. 나는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을 가지고 서류에 코를 박듯 고개를 숙였다. 쫑긋 세운 귀는 온통 발소리에만 집중해 있었다.

 

 

 


한 발,한 발 내딛을 수록 가까워지는 소리에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속으로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발소리가 멈췄다.

 

 

 

 

"……변백현 씨?"

 

 

 


빙고.

 

 

 


"아,찬열씨! 안녕하세요."

 

 

 


나는 놀란 눈을 하고 고개를 든다. 이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한다.

 

마치 대본의 한 줄을 읽어내리듯 계획한 그대로였다. 기분 좋은 시작.

 

 

 


당황한 박찬열의 얼굴을 감상하는 것은 꽤나 재미있었다. 좀체 내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답답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박찬열은 당황한 티를 감추고 표정을 구겼다.

 

 

 


"아홉시까지 오시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퍽 웃겼다. 아직은 여덟시도 안 된 시간이었으니까. 그래,했지. 내가 제게 늦게 왔다며 탓할 거라고 예상한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그 예상을 무참히 박살내줄 필요가 있었다. 동시에 박찬열의 머리 속에 박혀있는 변백현에 대한 선입견도.

 

 

 


"미리 와서 서류 좀 보고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변백현을 쳐다보는 박찬열은 어떤 생각이 들까. 나는 속으로 킥킥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찬열의 얼굴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방금 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이 확연히 보였다. 아아,박찬열은 요리하기 쉬운 재료가 분명했다.

 

 

 


"…일단 들어가죠."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풀고,수트의 안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잠금장치를 여는 박찬열의 뒷모습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요리의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는 짧을 것 같았다.

 

 

네! 하고 밝게 외치며 웃음을 삼켜냈다. 벌써부터 승리감에 도취된 미래의 내가 보이는 듯 했다.

 

 

 

 

 

"생각해 오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박찬열은 들고 온 검은색의 가죽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물었다. 사실 물음이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통보,예를 들면 생각해 온 것도 없으면 당장 나가. 라는 식의 어조였지만 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실 가운데에 놓인 소파에 앉는 찬열을 따라 건너편에 앉으며 가지고 있던 서류를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티는 내지 않으면서 최대한 잘 보이도록. 그리고 입을 열었다. 외워둔 대사를 읊으면 되는 것이었다. 적절한 행동과,표정과,말투로.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네."

 

 

 


내 목소리는 꽤나 가라앉아 있었고,얼굴은 굳은 채 진지해져 있었다. 마치 박찬열을 따라하는 것 같아 조금 웃겼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박찬열의 눈을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팀은 사창가를 역으로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역으로?"
"네. 대놓고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을 아느냐,보다는 그 속에 숨어들어가는 거에요."

 

 

 


알듯 말듯한 박찬열의 표정을 보며 약간의 희열을 느꼈다. 내가 당신을 가르친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다. 사실은 조금이 아니라 많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요. 첫번째는 송수현씨가 직접 들어갔을 가능성,두번째는…인신매매로 잡혀 들어갔을 가능성. 물론 송수현씨가 사창가에 있다면요."
"…그런 일도 있다고는 하던데."
"실제로는 적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에요. 두 가지 가능성 중에 무엇이든간에 위험하고."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척하는 나를 그가 집중해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목을 가다듬으며 긴 설명을 할 준비를 마쳤다.

 

 

 


"서류를 보니까 프로젝트 팀원분들이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직접 찾으셨다고 하던데,그렇게 해서는 못 찾았을 거에요."

 

 

 


내 말에 찬열의 미간이 구겨졌다. 아마 남창 따위에게 무시당한 지금까지의 과정과 노력때문이었을 것이다. 약간의 자존심도 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말은 진심이었고,진짜였다. 그런 방법으로는 찾아낼 수 없다. 찾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송수현씨가 직접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고 해도 사람들이 찾아다니면 가게의 주인은 그들을 경계하고 수현씨를 숨겼을 거에요. 사진을 내밀며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서 몸값을 받아낼 거라는 장담을 할 수도 없고,괜히 걸려 처벌받기 싫은 거겠죠."

 

 

 


자존심이 상했건 어쨌건 막상 이야기를 하니 진지하게도 잘 듣는다. 프로는 프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잔뜩 굳어있는 찬열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송수현씨가 인신매매로 들어간 거라면 특히 더 그렇겠죠. 성매매라는 특별법에 인신매매라는 가중처벌까지. 누구라도 뒤집어쓰기는 싫은 죄목들이잖아요. 만약 걸린다면 돈은 커녕 감옥에 들어가야 하니 찾을 수 있었을리가 없어요."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인신매매로 잘못 없는 사람들을 잡아와 성매매까지 시킬 정도의 사람들이 없는 양심을 끌어모아 다른 사람이 찾아헤매는 사람을 여기있습니다,하고 내어놓았을 리 없다. 그들이 아무리 울고 불고하며 간절히 헤매고 심지어는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을지라도. 절대로 쉽게 놓아줄 리는 없다.

 

 

 


"혹시 경찰인 척 들어간 적도 있어요?"

 

 

 


혹시나,정말로 혹시나 해서 물어본 질문에 박찬열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다른 팀에서 그렇게 했을 겁니다. 두 세명 정도."

 

 

 


나는 어이가 없어 웃으며 무릎을 탁 쳤다. 경찰이라니. 그것도 두 세명뿐인. 자칫하면 죽었을 지도 모른다. 무지한 사람들이 제 목숨이 귀한 줄 모르고 날뛰던 격이었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그들은 진짜 경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섯명의 인원이 모두 조폭과의 싸움에서 죽거나 다쳤던 적이. 그 때도 사람을 찾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여자를 찾아 골목을 뒤지기 시작한 경찰들. 가게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급히 휴대폰을 들었다. 가게들의 신고를 받고 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조폭이었고,그들은 경찰들을 손쉽게 굴복시켰다. 소음기를 단 총과 골목 전체의 함구로. 골목 사람들은 바깥 사람들과 달랐다. 그들은 피도,양심도 없다. 물론 몸을 파는 사람들과는 별개의 의미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에는 관심이 없다. 조폭과 골목의 상생. 그것이 왜 제가 골목 바깥의 사람들을 골목과는 분리해 부르는지에 대한 답이었다.

 

 

 


나는 사나운 눈으로 박찬열을 쏘아보며 이야기했다. 진짜로 화가 나서였다. 죽어도 피해야할 사람들과 멍청한 방법으로 마주한 것에.

 

 

 


"안 다친 게 다행이네요. 잘 모르시니까 가능했던 일이지만,모든 가게는 조폭과 연루되어 있어요. 그래서 경찰,그것도 두 세명뿐인 사람들은 자칫 잘못하면 잡혀가는 수가 있어요. 방금도 말씀드렸죠. 성매매에 인신매매는 누구라도 뒤집어쓰기 싫은 죄목들이라고. 그 사람들도 그래요. 꼴에 처벌은 면해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모든 가게는 조폭들과 손을 잡았어요. 가게들은 자신들의 뒤를 봐줄 수 있는 조건,조폭은 가게의 수익과 여자들을 받는 조건으로. 그래서 가게 사람의 호출 한 번이면 조폭들이 출동하는 건 순식간이에요. 어디에 숨어있는지도 알 수 없고. 그런데 그런 가게들이 가득한 골목에 경찰이랍시고 두 세명이 갔다는 건,자살행위에 가까웠어요."

 

 

 


나는 말을 끝내고 숨을 골랐다. 속사포처럼 쏟아낸 내 말에 박찬열의 낯빛이 급하게 어두워졌다. 겁을 먹은 것인지,제 동료들이 위험에 빠졌던 것이 아찔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당히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럴만도 했다. 그토록 하찮게 보고,쉽게 보던 곳이 생각보다 더 역겹고 더러운 곳임을 알게 되었을 테니. 나는 조금 흥분했던 목소리를 낮추려 한숨을 작게 쉬었다. 진정하자. 박찬열은 골목 바깥의 사람이야.

 

 

 


"제가 생각한 대로 사창가를 역으로 이용한다 치더라도 서울 전체와 다른 지역에 모두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당연히 제가 있는 곳에 한정된 작전일 뿐이에요. 그래도 그렇게 해서 잘만 하면 다른 지역까지 손을 뻗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일단은 동시에 두 지역을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찬열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럽게 알게 된 많은 것들에 조금 복잡한 모양이었다. 잠시 찬열이 머릿속을 정리하기를 기다렸다 다시 말을 이었다.

 

 

 


"송수현씨가 우발적으로 가출하시면서 돈을 따로 챙겨 멀리 갔을리도 없으니까 운이 좋으면 서울 내에서 찾을 수 있겠죠."
"그럼 백현씨가 백현씨 있는 곳을 찾아보시면,저는 서울 변두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명쾌한 말과는 다르게 꽤나 골머리가 아픈 표정이었다. 어떤 방법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이 방법도 안 된다,저 방법도 안 된다 미리 선전포고를 해두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박찬열이 이렇게 속수무책일 때 내가 파고드는 것이 그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인 일일 것 같다. 지금은 머리가 복잡해 느끼지 못할지라도.

 

 

 


"찬열씨는 일반 사람인 척 위장을 해야겠죠."

 

 

 


그의 얼굴에 물음표가 뜬다. 어떻게? 하는 물음이 다 보였지만 그것을 애써 숨기는 것도 다 보였다. 나는 모르는 척 친절하면서도 단호하게 그 물음에 대답해 주었다.

 

 

 


"다른 남자들처럼 여자를 고르는 척 가게로 들어가야 해요. 송수현씨와 같은 얼굴이 있는지 보고,없으면 여기 있는 여자들이 전부이냐고도 꼭 물어보고."

 

 

 


역시나 내 말이 끝나기도 전부터 얼굴에 싫은 티가 팍 났다. 태연한 척 하는 눈과 미간과는 다르게 잔뜩 구겨진 입꼬리부터가 그랬다. 박찬열의 얼굴은 참 솔직했다. 그런 아이같은 모습을 무시하고 어쩔 수 없다며 다그쳤다. 생긴 것은 완전히 어른인데,속내는 아직 어린 아이같은 사람일지도 몰랐다. 이미 몇 년동안의 사회생활을 거치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직업이 되어버린 나와는 달리 표정이 정말 다양했다. 문득 박찬열이 마음 놓고 웃을 때에는 어떤 얼굴이 될 지 궁금해졌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인 것 같네요."

 

 

 


마지못해 인정하는 박찬열을 보며 내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 자신을 자책했다. 무슨 그런,섬뜩한 생각을 다 해. 박찬열의 웃는 모습은 궁금하지도 않을 뿐더러 궁금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나 스스로도 웃지 못하면서. 나 자신 하나 못 웃기면서 남이 웃는 것이 궁금하다니. 다시 생각해보면 너무도 모순적이고 웃긴 말이었다. 아니,난 못 웃는다면서 웃긴 말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변백현이 모순덩어리였다.

 

 

 


나는 빨리 이 거지같은 생각에서 벗어날 주제가 필요했다. 그래서 서둘러 입을 열었다. 박찬열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내 앞에 앉아있다.

 

 

 


"…제 일은,어떻게 할까요?"


 

 

 

내 얼빠진 물음에 찬열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그만두셔야죠."

 

 

 


그 쉬운 말에 나는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다. 여전히 박찬열은 이해를 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서요. 제가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 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찬열은 그제야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은 미안한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문득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잘 모르겠지. 보통 사람들은 나의 세상에 대해 무지하고,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애써 분노를 억누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박찬열은 생각보다 짜증나는 존재였다. 잘 생각해봐,찬열아. 그렇게 네 말처럼 쉽게 그만두고 나올 수 있는 곳이라면 인신매매는 왜 있고,송수현은 왜 우리가 찾아내야만 할까? 나는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짜증을 삼키며 찬열에게 설명했다.

 

 

 


"사창가는 그래요.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쉽게 그만둘 수 없어요. 그러니까 그곳이 위험하다는 거에요."

 

 

 


그제야 나는 입을 다물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박찬열의 입이 열리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나도 조금 진정해야만 했다.

 

 

 


"…그럼 저녁에는 그곳에 가서 일을 하시는 게 나을 것 같네요. 그래야 정보를 캐내는 것도 쉬울테고…."

 

 

 


박찬열은 처음 내게 보여주었던 차갑고 당당한 모습보다는 약간 지친 모습을 보였다. 혐오할 정도로 싫은 사창가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을 너무 많이 알게 되어 그런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찬열에게 마음 속으로만 조곤조곤 이야기해주었다. 찬열아,그런 곳에서 내가 살고 있어.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곳에서. 변백현이 그 안에 갇혀있어. 박찬열은,과연 내 말을 들었을까.

 

 

 


"…죄송해요. 저녁에 같이 못 가드려서."
"아니요,괜찮습니다."

 

 

 


다시 딱딱한 얼굴로 돌아온 찬열에게 미안한 얼굴로 씩 웃어주었다. 우리 찬열이가 이만하면 편견 정도는 부수어 냈으려나. 고지식한 고정관념을 깨고 나를 동료 정도로는 받아들이고 있을까. 제 앞에 놓인 서류에 바쁘게 뭔가를 적고 있는 찬열을 잠깐 쳐다보다 내 앞의 서류를 집어들었다. 찬열의 눈이 서류에 가서 멈춘다. 그의 눈이 빠르게 내 서류를 훑는 것이 느껴져 괜히 서류 아랫부분을 잡아 넘겨본다. 모르는 척하고 있었지만 알고보면 내 손끝은 서류에 빼곡히 담긴 노력을 알아달라는 메시지를 가득 담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내 서류를 정리하며 들춰보는 내 손에 의해 그의 눈동자도 서류에서 떨어져 나온다. 나는 적어놓은 것들을 보며 해야했지만 하지 않은 말이 있는지 계산했다. 이건 했고,저것도 했고. 다행히 해야 하는 말은 모두 한 것 같다.

 

 

 


"오늘부터 시작하죠."

 

 

 


그의 말에 긴장한 얼굴로 '네!'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찬열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를 내려다본다. 여전히 차가움이 담긴 눈빛은 자꾸만 무엇인가를 떠오르게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꼭 그랬다. 그게 무엇이려나. 무엇이었지. 나는 찬열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시죠."

 

 

 


그렇게 말을 하고 먼저 문을 열고 나서는 그에게 역시나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대답했다. 무엇이지. 나는 대답없는 물음을 계속 하다 고개를 저었다. 그게 뭐든 상관없었다. 나는 가볍게 머리를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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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여러분ㅠㅠ 너무 늦게 왔죠....으으...알아요...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변명하자면 끝없이 길겠지만 굳이 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보다 열심히 글로 써서 보여드릴게요!ㅠㅠㅠ정말 정말 죄송해요ㅠㅠㅠㅠ 그리구 읽으셨으면 댓글! 부탁드려요ㅠㅠ 힘이 안나... 휴...힘들어... (먼산)

사랑하는 찬백이들아ㅜㅜ 활동 시작하면 제발 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 터져줘!!!!!!!!!!!!!!!!!!!!!!!!!!!!!!!!그냥 지구를 터트려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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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머 기다렸어요 ㅠㅠㅠㅠㅠㅠ찬열이가 백현이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을까요? 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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