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햇님 .... 아.....와......"
"이홍빈 입 닫아. 파리 들어갈기세야."
하지만 지금 홍빈의 귀에 그런 원식의 말이 들어올리가 없었다. 큰 눈을 더 크게 뜨고는 녹음중인 유리창 너머 햇님을 쳐다보기 바빴으니까. 멤버들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먼저 돌아갔고 홍빈은 망부석처럼 멈춰서서는 눈은 햇님에게 고정한채 생각했다. 시끄러운 멤버들이 사라져서 다행이라고.
아무도 없는거 아니었어? 순간 놀란 홍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뒤를 돌아봤다. 햇님을 앞에두고 고개를 돌리다니. 놀란 마음에 돌아선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는 궁금했다.
"어 택운이형 안갔어요?"
"..."
형도 햇님보고 계신가보네. 제 이름을 부른 이에 대한 궁금증이 풀린 홍빈은 슬쩍 옆으로 비켜나며
"여기 와서 보세요."
라는 친절을 베풀었다. 하지만 택운은 어디가 맘에 안들었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뻘쭘해진 홍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려 햇님을 바라봤다.
그 때 다음 곡을 녹음하기 위해 잠시 가사를 내려다보고 있던 그가 홍빈을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홍빈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잔뜩 올라가서는 조그만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그는 그런 홍빈을 보고는 웃는 얼굴을 지우지 않은채 다시 가사로 고개를 돌렸고 홍빈은 행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계속 실실 웃고 있었다.
"야 이홍빈."
아 맞다 택운이형. 그제서야 제 뒤에 있던 택운이 생각난 홍빈은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고 택운의 표정을 보고는 흠칫 놀라버렸다. 말 그대로 벌레 씹은 듯한 표정이랄까.
"너."
"네..네...?"
"왜 나 노래할때는 그렇게 안 봐줘?"
이건 또 뭔 개소리람... 홍빈은 잠시 한쪽 입꼬리만 올리고 인상을 구긴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황급히 표정을 다듬었다.
"아... 음... 형 노래 잘해요."
시...발.... 뭔 소리야 저게... 왜 난 말을 못할까.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혼자 온갖 생각을 해대며 혼란스러워하는 홍빈을 앞에 두고 택운은 찌푸린 인상을 풀지 않은채 그대로 홍빈을 지나가버렸다. 홍빈은 자신의 햇님을 볼지 택운을 따라갈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마음을 굳혔다. 햇님을 두고 떠날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