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만해 좀. 너. 바르게 앉아. 듣는 척도 안하는 종인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초점없이 이리저리 방황하는 검은 눈동자, 틱틱 ...무척이나 지루해보이는 그의 손가락, 비뚤게 의자에 살짝 걸친 그의 엉덩이.. 경수도 종인에 이어 눈살을 찌뿌렸다. 그러고는 똑같이 종인의 자세를 따라한다. 이미 상대는 무시하는 태도이므로.. 상관없다. “야. 김종인.“ “왜.“ 꼴깍, 하고 경수의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고는 목이 타는 지 와인 잔에 담긴 찬물을 시원하게 원샷. “헤어지자.“ 끝. the end. 인연은 여기까지. 안타까운 원맨쇼는 지금 이래로 끝이 날 것이다. 경수는 “슬픔“의 감정을 느꼈다. 심장 깊숙히 어딘가 뜨끈하고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콕콕 쑤신다. 경수가 머리칼 안에 손을 넣고 눈을 감는다. 머리가 핑하고 돈다. 우린, 헤어지기엔 너무 추억이 많았어. “……“ 종인은 아무 말도 없다. 수락의 뜻인가? 경수의 심장은 어느때보다 강렬하고 조급하게 뛰고있었다. 아, 이 새끼는 놀란 기색도 없어. 재수 없게. 경수의 표정이 굳어갔다. 경수는 한참 동안 기다리다 다시 입을 연다. “아무 말 안하는 거 보니 헤어지자는 거네. “ 아. 너무도 아프다. 진짜로. 죽을 거 같아. “그럼 흡- 갈게. 후. 종인아.“ 쓰라리다. 턱 하고 숨이 막히고 눈물이 그렁그런 맺히는 걸 느꼈지만 애써 쿨한 척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첫째, 우리의 운명이므로. 둘째, “김종인은 도경수가 질렸다.“ 그건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경수는 의자에 벅차고 일어나서 입구쪽으로 걸어갔다. 눈물 닦는 거 보면 정말 우습겠지, 걸음을 재촉한다. “야 도경수.“ 이미 벌겋게 눈물범벅인 경수의 얼굴은 감히 뒤돌아보는 용기조차 낼 수 없었다.. 아. 경수는 종인의 목소리를 들으니 다시 울컥하고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는 입을 막고 작게 흐느꼈다. 어느 때보다 애처롭고 작아보이는 경수의 뒷모습. 종인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뛰어가서 경수의 손목을 잡는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 “ 너가 왜? 뒤돌아보는 도경수. 이미 눈물 범벅인 그의 얼굴을 보니 종인은 무언가 뜨거운 것이 솟구치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감정이 대체 무슨 감정인 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이건 안다. 우리의 관계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 그 딱 하나. 카페엔, 어떤 두 남자가 서로 흐느끼며 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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