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은 볼륨업~
w.니가모르게 감아
1.윤두준
중학교 때부터 알아온 두준이와 나는 둘도없는 친구였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등학교까지 같이 진학하게 되었다.
같은 반 여자애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평소처럼 같이 다니길 꺼려하지 않았다.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역시 "너네 사귀어?"
라는 뻔한 말이었지만
이미 내성이 생길대로 생겨버린 우리 둘은 그런 말도 그저 무시해버리면 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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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처럼 같이하는 하굣길은 평소보다 어둑했고, 왠지모를 긴장감마저 나돌았다.
여느 날과 달리 이상하게 우리 둘은 아무말도 꺼내지 않은 채, 거리는 투벅거리는 우리 둘의 걸음소리만 가득했다.
"너는 진짜 내가 남자로 보인적이 없냐?"
적막을 뚫고 나온 생각지도 못한 그의 질문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애써 단정짓지 않아왔던 우리의 관계는 그 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한걸까.
"넌? 내가 여자로 보여?"
물음에 물음이 오고갔다.
그의 말에 두근거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티내고 싶지 않았다.
당연하게 내 옆에 있어왔던 소중한 널 잃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하늘에 맹세코 그가 날 여자로 본다는 기대는 티끌만큼도 하지 않았지만,
"응."
내 귀를 의심할 만큼 생각보다 단호한 그의 대답은 나를 당황시키기 충분했고,
가슴이 터질듯 두근거림을 확실히 느껴버린 나도 이젠 너를 친구로만 볼 자신이 없어진 건 확실하다.
2.유승호
그러고보면 우리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매였다.
그런데도 너는 너무 이상하리만치 나를 잘 따랐고, 누나, 누나 하며 나에게 항상 살가웠다.
항상 새엄마, 아버지 보다도 다치거나, 아플 때 나를 더 찾곤했다.
자라면서 나아질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에 대한 너의 집착은 사그라들 줄을 몰랐고,
미안하지만서도 나는 너를 어느샌가 밀어내고 있었다.
"누나, 왜 이제와"
그러자 내 맘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내가 평소보다 늦게 귀가할때면
너는 시간에 상관없이 현관앞에 앉아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남자친구 생겼어?"
연애라도 시작하면, 질투인지 분노인지 모를 그 눈빛으로 나를 옥죄어온다.
"잊지마"
절대로.
빠질 듯 깊은 눈으로 나에게 넌 세뇌시키듯 속삭여온다.
나는 철창에 갇힌 새처럼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누날 가장 사랑하는 건 나야."
나도 끝끝내 미쳐버린 건지, 네가 끊임없이 각인시켜준다면 기꺼이 그 주문에 걸려줄 수 있을 것도 같다.
3.조승우
그는 '다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듯 바쁘고, 까칠한 사람이었다.
그의 그런 면에 반한건 나였고, 애써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니였지만,
한낱 건달 딸래미 주제에 철천지 원수나 다름없는 검사한테 반한 건 꽤나 위험할만큼 주제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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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눈이 멀어 나는 아버지 몰래 조직의 모든 것을 고발했고,
나는 그토록 원하던 그를 그토록 원치 않던 취조실에서 마주하게되었다.
내가 그에게 원한 단 하나는,
"고맙긴 하다만,"
그래 고맙다는 말.
그 한마디로 족한데, 그거면 나도 더 바랄 것이 없었는데.
"난 더 이상 당신에게 해줄게 없어."
생각보다 더 잔인한 그는 가소로운 듯이 나를 응시하며 내 가슴에 차갑게 비수를 꽂는다.
뿌옇게 차오르는 눈물에 멀끔한 그의 모습은 이내 흐트러지고,
결국, 참다 못해 눈물이 흐르자 그는 거친 손으로 내 눈물을 훔친다.
"그러게 왜 검를 좋아하고 그래요,"
미안하게.
내가 그토록 바라던 미소를 한 채 그는 가시돋힌 말을 뱉어냈고,
미안하다는 그의 마지막 말에 내 가슴은 그 가시에 찔린 듯 아려왔다.
그는 나를 동정하고 있는게 분명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동정 받는 나는, 그 순간 세상 가장 비참한 눈물이 흐르는 중이었다.
사실11편으로끝내려고했던시리즈인데
요청들어온거나 이어서써달라는댓글이ㅣ은근많아서
요청편이나 이어지는편으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