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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ll조회 602l

 한국사 전문가로 도금된 인강강사 | 인스티즈

누구 이야기 하는지 제목만 보고도 다들 알거라고 생각함.

최근 한국사 전문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설민석씨에 대한 이야기임.

사실 나도 학창시절 그의 인강을 재미있게 들었고 많은 도움을 받았음.

난 그가 아직도 김구를 칠판에 떡대로 코믹하게 그려내며 열심히 강의를 하던 그 모습이 기억남.

요새도 그렇게 그리는지 모르지만 일단 나랑 비슷한 학번대라면 알 사람은 알겠지.

그리고 거진 8년 만에 그를 인강이 아니라 티비에서 만났을 때 처음에는 반가웠음.

어떻게 보면 그 덕분에 근현대사 마스터하고 내가 원하는 과에 합격했으니까.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그가 '한국사 전문가'라는 칭호를 받으며 대중 사이에서 칭송을 받게 될 때부터였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근데 사실 처음에는 그것도 '에이 뭐...'하는 경계 정도였지.

왜냐면 설민석의 강의력이 뛰어난 건 그의 인강을 들었던 내가 알고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의 역사 강연이라면 대중 대상 강연으로 무리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안일했다.

어제 마침 교보문고를 갔다가 그가 책을 낸 것을 발견했음.

 한국사 전문가로 도금된 인강강사 | 인스티즈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7월 20일에 출간되어 현재 역사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하고 있는 책임.  

내용이 궁금해서 좀 펼쳐보고 이 이야기를 쓸까말까 쓸까말까 했다. 그러다 밑에 동영상을 보고 한소리 하기로 함.


네이버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책 소개란에 걸린 동영상이다.

동영상을 보면 초반에 당당히 '한국사 전문가'라고 소개가 나오는데 바쁜 사람은 다 뛰어넘어서 2분 36초부터 보자.

"최대한 원전의 내용을 잘 살리려고 노력을 했고, 고증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걸 보는 순간 그래도 한 마디는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민석의 책들은 단언컨대 '한국사 전문가' 라는 칭호를 받으며 대중 교양서로 내놓기에는 그 칭호에 비해 너무 부족한 수준이며

대중들에게 지금껏 알려진 오해를 교정하기는 커녕 확대재생산만 시키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일일히 세세하게 지적하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지니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짚고 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실록을 인용하다보니 살짝 길다. 미안합니다.

 한국사 전문가로 도금된 인강강사 | 인스티즈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정조편이다.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

이거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보통 조선 관련 대중 역사 교양서 볼 때 제일 먼저 정조랑 광해군 편을 펼쳐 보면 대충 그 책 견적 나온다.)

내가 정조편을 펼쳐본 것은 정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를 보기 위함이었지 이딴 걸 보기 위함은 아니었다.

이건 역사학계에 있어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할 수 있는 한 유사사학자가 대중들에게 소개해 유명해진 정조의 발언인데

다음은 실제 해당 부분 조선왕조실록 기록이다.

"아! 과인은 사도 세자의 아들이다.  

선대왕께서 종통의 중요함을 위하여 나에게 효장 세자를 이어받도록 명하셨거니와,

아! 전일에 선대왕께 올린 글에서 ‘근본을 둘로 하지 않는 것[不貳本]’에 관한 나의 뜻을 크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예는 비록 엄격하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나, 인정도 또한 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향사하는 절차는 마땅히 대부로서 제사하는 예법에 따라야 하고, 태묘에서와 같이 할 수는 없다.

혜경궁께도 또한 마땅히 경외에서 공물을 바치는 의절이 있어야 하나 대비와 동등하게 할 수는 없으니,

유사(有司)로 하여금 대신들과 의논해서 절목을 강정하여 아뢰도록 하라.  

이미 이런 분부를 내리고 나서 괴귀와 같은 불령한 무리들이

이를 빙자하여 추숭하자는 의논을 한다면 선대왕께서 유언하신 분부가 있으니,

마땅히 형률로써 논죄하고 선왕의 영령께도 고하겠다."
 - 정조실록 1권, 정조 즉위년 3월 10일 신사 4번째기사
 
이 글은 이런 내용이다.
 
난 사도세자 아들인데 종통을 위해 효장세자(일찍 죽은 사도세자의 형)에게로 입적되었으니 난 효장세자 아들이다~(근본은 둘이 아님)
사도세자에 대한 제사는 종묘에서 처럼 하지 말고 대부의 예를 따르고 내 어머니 혜경궁도 대비 급으로 못 대한다~
내가 이런 명을 내렸는데 이거 어기고 하면 선대왕(영조)의 유언대로 다 뚜까맞는다~
 

실제로 정조 즉위 이후 사도세자 추숭, 복원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족족 목이 떨어졌다. 농담이 아니고 ㄹㅇ

전형적인 정조에 관한 왜곡 중 하나.

특히 이 부분에서 내가 의심스러운 건 유사사학자 이모씨가 이런 식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퍼뜨린 가장 큰 원흉이라는 거다.

 

 한국사 전문가로 도금된 인강강사 | 인스티즈

 

이모씨의 책에서..서사구조가 완전히 똑같다.

설민석씨가 이 사람 책을 읽고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드는 부분.

조선왕조실록을 제대로 읽었다면 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

 

더군다나 2009년 정조의 비밀편지 발견으로 화제가 된 심환지부터가 노론이다. 정조가 노론과도 긴밀하게 정치를 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사 전문가로 도금된 인강강사 | 인스티즈

 

다음은 광해군 편.

챕터 제목부터 '억울한 호랑이, 백성을 사랑한 전쟁의 영웅'이다. 대동법이 광해군에 의해 시행된 것처럼 써놨다.

 

"백성을 사랑한 마음을 가진 광해군이었기에 대동법 시행이라는 조선 최고의 세금 제도 개편을 이끌어낸 게 아닐까요?"

 

틀렸다. 아, 물론 대동법은 조선 최고의 세금 제도 개편은 맞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다.

 

 한국사 전문가로 도금된 인강강사 | 인스티즈

 

이정철,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 역사비평사

 

대동법 관련 학술서로는 현재 가장 방대하고 자세한 이정철 선생님의 저서다. 분명 광해군이 대동법에 반대했음을 명시하고 있다.

(더 궁금한 분은 이정철 선생님이나 오항녕 선생님의 글이나 연구를 찾아볼 것.)

 

조선왕조실록으로 확인해보자. 다음은 광해군일기의 기록이다.

 

전교하였다.

"일전에 인견했을 때 승지 유공량이 선혜청 작미의 일이 불편한 점이 많아 영구히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을 대략 말하였다.

당초 나의 생각에도 이는 진실로 시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겼으나,

본청이 백성을 위해 폐단을 제거하고자 하기에 우선 그 말을 따라 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시험해 보도록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공량의 말을 들으니 심히 두려운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나라를 소유한 자가 모두 토양의 실정에 맞게 공물을 바치게 한 데에는 그 뜻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방납으로 교활한 수단을 부리는 폐단을 개혁하고자 하여 이 작미의 일이 있었으니

그 근원은 맑게 하지 않고 하류만을 맑게 하고자 한 데 가깝지 않은가.

나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만약 폐단을 개혁하여 백성을 편하게 해주고자 한다면 마땅히 먼저 기강을 세우고,

방납하고서 지나치게 징수하는 것을 금하는 법을 거듭 자세히 밝혀 혹 금령을 범하는 자가 있으면

법으로 다스려 조금도 용서하지 않고 조종의 헌장을 준행해 어기거나 잊지 않는 것이 좋은 계책인 듯하다.

송나라의 신법이 그 뜻이 어찌 백성을 괴롭히는 데 있었겠는가마는 마침내 구제하기 어려운 화를 불렀으니,

옛 헌장을 변경하는 것은 삼가지 않아서는 안 된다.

가령 이 일이 폐단은 없고 유익함만 있다 하더라도 춘궁에 쌀을 내게 하는 것은 그 시기가 아닐 듯하니,

조사가 돌아가고 가을이 와서 곡식이 많아질 때를 기다려 다시 의논해도 늦지 않다. 이 뜻을 대신에게 말하여 다시 의논해 아뢰도록 하라."


- 광해군일기[중초본] 13권, 광해 1년 2월 5일 정사 1번째기사

 

 

사헌부가 선혜법(후일의 대동법)을 팔도에 시행하자고 청하니, 호조가 아뢰기를,                                  

"많은 사람들의 논의가 ‘방납을 금하지 못하면 국가의 경비를 계속 조달할 수 없고

백성들의 생활이 안정되지 않을 텐데 장차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겠는가.’라고 한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변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어찌 오늘날의 급선무가 아니겠습니까. 시험삼아 경기 지방을 가지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백성들이 많고 무거운 요역을 감당하지 못하여 뿔뿔이 흩어지고 원망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성명께서 왕위에 오르던 초기에 상신에게 자문하여 새로이 선혜청을 설치하고 1년에 단지 쌀 16두를 거두었습니다.

그 처음에는 대개 경기 지방의 공물 징수에만 적용하려 하였는데, 쌀 16두를 거둔 뒤로는 경기 지방의 요역이 모두 지탱해 나갈 수 있게 되었고

공물 사주인들도 그것을 바탕으로 생활할 수 있었으며 국가의 경비도 궁핍하지 않아

경기 지방의 백성들이 그것에 힘입어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으므로 모두가 성상의 은혜를 우러러 보았는데, 이는 실로 이미 시험해 본 명백한 징험입니다.

지금 헌부가 폐단의 근원을 깊이 인식하고 이 계사를 올렸으니 이에 의거하여 시행함이 편하고 이로우리라 여깁니다. 오직 성상의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우리 나라가 토지에 따라 공물을 바치게 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런데 경기에서 쌀로 거두는 것이 한갓 본청의 하인들이 교활한 짓을 하는 소굴이 되어 구애되는 점이 많으니

먼 장래를 경영하는 방법이 아닐 것 같다. 팔도에는 절대로 경솔하게 동시에 시행할 수 없다. 이 공사는 시행하지 말라."

하였다.

 

- 광해군일기[중초본] 80권, 광해 6년 7월 3일 계축 13번째기사

 

 

광해군이 대동법 확대에 반대하고 있음이 명확하다. 심지어 송나라 왕안석 이야기까지 들며 아예 해당 관청을 닫아버리려고까지 하고 있음.

그리고 백성 사랑 운운하기에는  광해군은 궁궐공사로 전후 조선의 재정을 개판으로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중립외교 부분에서도 사르후 전투에서 명나라를 지원하러 갔던 강홍립이랑 광해군이 후금에 항복하기로 짜고 쳤을 거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사르후 전투에서 원군으로 갔다가 갈려나간 조선의 병력이 1만이다. 짜고 친게 아니라 걍 개털린거.

 

물론 정조나 광해군 관련 이야기는 설민석 씨 뿐만 아니라 다른 교양서들도 거의 다 그게 그거라는 부분은 감안해야한다.

특히 광해군 관련 이야기는 전공자들도 저런 식으로 넘어가긴 함. 광해군 연구가 반전된게 2000년 이후고, 중립외교 신화도 여전하고.

그런데 이 점이 문제다.

앞에서 말했지만 결국 설민석씨는 '한국사 전문가'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걍 대중에게 퍼진 오해를 확대재생산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앞서 보았던 책 광고 동영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최대한 원전의 내용을 잘 살리려고 노력을 했고, 고증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선생님 정말 조선왕조실록 읽고 쓴 거 맞아요?" >라고 물어보고 싶다.

 

설민석씨가 비판받을 점은 이 뿐만 아니다. 그의 다른 저서인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을 살펴보자.

 

 한국사 전문가로 도금된 인강강사 | 인스티즈

 

대국민 한국사 바로알기 프로젝트라...광고는 거창한데 딴거보다 이 책은 마지막 장이 문제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잃어버린 땅 간도, 잃어서는 안되는 땅 독도'다.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다면 이 부분은 대중들에게 '간도영유권' 을 사실인냥 퍼뜨리고 있다는데서 제일 심각하다.

 

 한국사 전문가로 도금된 인강강사 | 인스티즈

 한국사 전문가로 도금된 인강강사 | 인스티즈

 

간도영유권은 역사적으로 근거가 없는 소리다.

간도영유권은 동북공정 논란 이후 한국 사회가 이에 대응하며 나온 민족적 신화이자 역사왜곡에 불과하다.

 

문헌에서 '간도'가 제대로 등장하는 것은 1885년 조청국경회담 이후 감계사 이중하가 고종에게 올린 글이다.

이에 따르면 두만강이 갈라지는 곳에 있는 땅을 백성들이 하고 간도라고 불렀으며

이후 종성, 회령, 무산, 온성 네 곳의 주민들이 점차 지를 확대시켜 나가면서 이를 모두 간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간도의 개념을 만들어낸 것은 오히려 일제였다.

처음에는 조선인들이 무단 월경하여 만든 지를 일컫는 '간도'가 일제의 개입 이후에는 남만주 일대로 확대되었는데,

이는 간도가 조선의 땅이거나, 혹은 청의 땅이 아니라면 자국의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06년 드디어 일제는 간도 거주 조선인 보호를 구실로 일본군을 파견하게 된다. 노골적인 침략이었다.

일제는 더 나아가 간도가 처음부터 청의 영토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한국사 전문가로 도금된 인강강사 | 인스티즈
 
월경인들의 지였던 그 소위 '간도'의 영역을 해란강(오늘날 연변 조선족 자치구 근처) 이남, 두만강 이북이라고 늘리더니

 
 한국사 전문가로 도금된 인강강사 | 인스티즈
 
나중에는 라오예링 이남 남만주 전부를 간도라고 확장시켰다.
즉, 우리가 기억하고 공유하는 간도의 이미지는 전부 일제가 만주 침략 준비하면서 만든거다.
1885년 고종에게 보고된 '간도'와 불과 20년 뒤 일제가 만들어낸 '간도'의 차이는 이렇게 명확하다.  
(이 부분은 역사비평사의 '역사용어 바로쓰기'라는 책을 참조.)
 
한가지 더. 설민석 씨는 자신의 글에서 백두산정계비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서위압록 동위토문'이라 적혀 있어요. 그 말은 서쪽으로는 압록강을 경계로 청나라와 조선의 영토가 나뉘고,

동쪽으로는 백두산에서 만주 쪽으로 흘러가 송화강과 합쳐지는 강인 토문강이 지표가 된다는 것입니다.

압록강 이남과 토문강 동남이 조선의 영토가 된다는 것이죠. 이 기준에 따른다면 북간도는 분명 조선의 땅입니다.

 

이건 과연 어떨까? 숙종조 기록을 살펴보자.

 

(상략)

신이 여러 차사원들을 데리고 청차가 이른바 강의 수원이 도로 들어가는 곳이란 곳에 도착하자, 감역과 차원 모두가 하는 말이

‘이 물이 비록 총관(목극동-중국측 인사)이 정한 바 강의 수원이지만,

그때는 일이 급박하여 미처 그 하류를 두루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푯말을 세우게 되었으니 한 번 가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신이 두 차원을 시켜 함께 가서 살펴보게 했더니, 돌아와서 고하기를,

‘흐름을 따라 거의 30리를 가니 이 물의 하류는 또 북쪽에서 내려오는 딴 물과 합쳐 점점 동북(東北)을 향해 갔고, 두만강에는 속하지 않았습니다.

기필코 끝까지 찾아보려고 한다면 사세로 보아 장차 오랑캐들 지역으로 깊이 들어가야 하며,

만약 혹시라도 피인(외국인;오랑캐)들을 만난다면 일이 불편하게 되겠기에 앞질러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대개 청차는 단지 물이 나오는 곳 및 첫 번째 갈래와 두 번째 갈래가 합쳐져 흐르는 곳만 보았을 뿐이고,

일찍이 물을 따라 내려가 끝까지 흘러가는 곳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본 물은 딴 곳을 향해 흘러가고 중간에 따로 이른바 첫 번째 갈래가 있어 두 번째 갈래로 흘러와 합해지는 것을 알지 못하여,

그가 본 것이 두만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인 줄 잘못 알았던 것이니, 이는 진실로 경솔한 소치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미 강의 수원이 과연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청차가 정한 것임을 핑계로 이 물에다 막 바로 푯말을 세운다면,

하류는 이미 저들의 땅으로 들어가 향해간 곳을 알지 못하는데다가

국경의 한계는 다시 의거할 데가 없을 것이니, 뒷날 난처한 염려가 없지 않을 것입니다.

(하략)

 

- 숙종실록 52권, 숙종 38년 12월 7일 병진 3번째기사       

 

 

설민석 씨는 백두산에서 만주쪽으로 흘러가는 송화강의 지류 토문강이 경계라고 주장했지만

실록의 기록에서는 정작 강물이 동북쪽으로, 만주 내륙으로 흘러가자 조선 측은 두만강이 아니라며 당황한다.

그럴 수 밖에... 

애초에 세종조부터 계속 조선의 국경은 두만강(토문강, 도문강 모두 두만강을 가리킨다.)이었고, 조선은 그 영역 밖이 자국 영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선이 소위 '간도'에 대해 한 일도 고종 때 간도관리사를 파견해 잠깐 집적거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간도협약 역시 마찬가지다. 일제가 우리 외교권 빼앗고 자기 맘대로 우리 땅을 내준게 아니라 애초에 일제가 날강도처럼 만주 땅 가지고 장난을 친거다.

청나라 입장에서는 간도라는 땅은 없다는 입장이었고 일본의 어거지를 잡재울 겸 철도 이권을 대가로 만주 문제를 정리한 것이다.  

 

혹시 가능성이라도 없냐고? 없다.

일제가 조선의 외교권을 침탈하고 을사조약을 맺기 전까지 청나라와 조선은 국경을 두고 2차례 회담을 열었지만 처음부터 조선에게 명분이 없었다.

토문강 = 두만강 = 도문강인 걸 조선 측도 알고 있었으니까...(이 부분은 감계사 이중하의 보고서인 별단초(別單草) 참고)

2번째 열린 감계회담에서 이미 논의는 송화강 지류인 토문강이 아니라 두만강 지류 중 어디를 경계로 할 것인가까지 진행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끝났다. 위에서 보았듯이 그걸 만주침략을 위해 자기네 입맛대로 요리한건 일제였고.

심지어 지역 주민들이 토문강을 두만강으로 생각안했다는 말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송화강 지류 토문강이면 당연히 두만강으로 생각안했고 두만강 하류를 말하는 것이라면 토문강으로 불린 것이 사실이므로 왜곡인데.

 

아무튼 이런 간도영유권를 '한국사 전문가'라고 유명세를 떨치는 사람이 대중들에게 대놓고 전파하고 있으니..비판을 안 할 수가 없다.

 

설민석씨는 분명 훌륭한 강사다. 강의 실력은 일류고 말도 굉장히 잘한다.

사학 전공자들 중에, 교수님들 중에 내 생각에 그렇게 강연 잘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이야기 잘하는 거랑 강의 내용이 무엇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그의 말이 청산유수처럼 쏟아져도 내용이 사실에서 벗어났다면 그의 강의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냥 고등학교 수능과목으로써 인강강사로써 역사 전문가라면 모두들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인강을 벗어나 TV 강연과 교양서를 비롯해 광범위한 일반 대중 앞에 섰을 때 그리고 그의 인기가 끝간데 모르고 솟아오를 때는 다르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대중에게 계속 퍼져나갈 것이고 대중들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다. 아니, 실제로 그렇다.

본인 입으로 고증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지만 보면 볼수록 진짜 읽어보고 쓴 것인지 의문만 불러 일으키는 그의 책들... 

그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 이상의 역사 교양을 대중에게 가르치기에는 부족하고 '한국사 전문가'를 자칭하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

 

물론 그는 계속 한국사 전문가로 방송에 소개될 것이고 그의 책은 계속 베스트셀러일테지만...

"최대한 원전의 내용을 잘 살리려고 노력을 했고, 고증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라는 말을 듣고 입 다물고 그걸 보고만 있는 것도 양심에 찔리는 일이다.

 

 

 

 

 

p.s. 그리고 설민석 책의 또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왜곡과 오류를 그대로 전파하는 수준임에도 그 가격이 대중 교양서 치고 비싼 축이라는거다. 

개인적으로는 돈 있으면 걍 딴 역사 교양서 사서 읽거나 치킨 사 먹는걸 추천한다. 그보다 값싸면서도 좋은 교양서는 많다.개드립 - 한국사 전문가로 도금된 인강강사 ( http://www.dogdrip.net/105335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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