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남로당 빨갱이인 박정희의 딸이자,
2012년 치밀하게 획책했던 부정 선거 때부터
2017년 3월 31일 세월호가 다시 유가족들 품으로 돌아오던 날까지
이 나라 국정을 총체적으로 농단했던
파렴치한 인간 박근혜를 구속한 뜻깊은 날에 개최하는
부산 서면 촛불집회를 차마 외면할 수 없어서
내 삶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어느 친목 모임까지 마다한 채
퇴근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간 서면 쥬디스 태화 광장에서는......
한때 세계 곳곳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지금도?) 포켓몬 고를 빗댄
'인형 맞히기 퍼포먼스'를 서면 쥬디스 태화 거리 입구에서 펼치고 있었다.
집회 뒤편에서 몇몇 참가자가 들고 있던
박근혜 구속을 축하하는 풍선이 눈길을 끌었다.
부산 촛불집회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사회를 맡기도 했던 어느 청년 학생이
지금 이 나라의 20대 젊은이가 맞닥뜨려야만 하는 참담한 현실을
비장한 어조로 호소하고 있는 장면이다.
촛불집회에선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함께한다는 연대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지만
마치고 난 뒤 지하철을 타고 돌아갈 때 느껴야 했던
자신의 삶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애감에 짓눌릴 때가 많았다는 말이
무척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대선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어느 항만 노동자의 외침도 꽤 인상 깊었다.
나 역시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에 동의하지만
그걸 전면에 내세운다면
자칫 일반 대중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려는
수구 냉전 패거리의 광기 어린 반대 움직임을 불러올지 모르니까
가급적 조용히 처리하려는 게 '실제 폐지'에 이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 주자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 되는 그날을 위해!
부산 지역 인도주의 실천의사협회에서 활동하는 현직 의사가
구수한 사투리를 바탕으로 해서 걸쭉한 입담을 과시하여
곳곳에서 잔잔한 웃음꽃을 피어나게 했다.
처음엔 아주 초라한 인원에 불과했지만
집회 시작한 뒤 1시간 정도 지나자
참가자가 백여 명을 넘어서는 정도로 불어났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을 담은 구호를 일제히 외치면서 집회를 끝마치고
서면 일대를 수놓는 거리 행진을 펼쳤다.
금요일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대라서
부산 서면 일대는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비록 카메라에 제대로 담지 못했지만
그들 가운데 적잖은 이가
거리 행진에서 뿜어내는 구호와 함성 소리에
과장스러운 손짓과 박수 갈채까지 곁들이며
힘을 실어주는 장면을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보고 들을 수 있었던
2017년 3월의 마지막 날,
부산 서면의 저녁 거리 풍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