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를 사용함!
※ 1번, 2번 브금이 다르긔 각 글 읽을 때 브금 틀어주긔!
오늘도 잘 버텼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확인한 시간은 저녁 9시
평소보다 늦은 귀가에 거의 쓰러지듯 소파에 누웠다 슬리퍼는 바닥에 나뒹굴었고, 다시 일어날 기력조차 없다
모든 걸 다시 시작하고싶다 소파에 가만히 누워 돌아보니 생각나는 것은 온통 부정적인 것 뿐이였다
보고서에 난 오타처럼 자잘한 실수부터 상사의 커피 취향을 몰라 꾸지람을 들었던 어이없는 경험, 잘만 가던 지하철이 흔들려 균형을 잃는 바람에 부러진 구두 굽까지
되는 게 하나 없는 재수없는 날이였다
영원히 잠만 잘 수 있으면 좋겠다 더 이상 현실에 타협하며 살기 싫다
이마에 손을 올리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기다렸다는 듯 졸음이 쏟아진다
화장 지워야 하는데..이미 몸은 소파에 착 달라붙어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글른거겠지
아무래도 내일 아침에나 씻어야겠다 생각하던 것 같은데, 이미 나는 정신을 잃고 잠에 빠져들었다
1. 제임스
휘청인다 눈을 뜨니 나는 이미 엉덩방아를 찧은 뒤였다
손에 닿은 잔디의 감촉에 얼핏 바닥을 보니 보랏빛 잔디가 눈에 들어온다
이내 엉덩이가 아파 별 관심 없던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며 이질감을 느낀다
하늘색 나뭇잎, 연두색 하늘 이상한 토끼굴에 떨어졌던 그녀가 이런 기분이였을까?
하지만 바람도 적당히 불어오고, 햇빛도 적당히 내리쬐니 이것이야말로 천국인듯 했다
기분좋은 설렘과 신기한 마음에 보라색 잔디를 쓰다듬던 중, 사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잔디 사이로 한 남자의 흰 맨발이 보였다
그는 들고있던 바구니를 떨어뜨린다
그가 떨어뜨린 바구니에서는 요상하다고 할 수 있는, 아니 요상하다고 해야 맞는 색들의 열매가 굴러 떨어졌고,
그는 내팽개친 바구니를 뒤로 한 채 내게로 뛰어왔다
"왔구나!"
내가 말을 할 기세도 없이 그는 내게 입을 맞춘다 그리곤 씨익 웃어보이는 남자
그는 뭐가 그리 좋은 건지 헤실헤실 웃고만 있다
"보고싶었어 J. 오늘은 또 무슨 일이야? 누가 괴롭힌거야 대체?"
가뜩이나 뜬금없는 키스에 어벙벙한데, 그는 쉴 새도 없이 내게 질문을 몰아붙인다
그런 그에게 화내려는 표정을 짓자, 그는 '앗, 실수'라며 내게 손을 건넨다
"너무 반가워서 우리의 절차를 깜빡했어 자, 일어나"
날 일으켜 준 뒤 손을 놓을 줄 알았던 그는 예상과는 달리 내 손을 놓지 않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아무 말 않고 따라가자, 이내 그는 어느 흰 오두막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하늘색 숲 사이에서 빛나는 흰 오두막 그것은 이질적이기보단 환상적이라는 말에 가까웠다
"J는 좋겠어 늘 그런 처음 보는 표정으로 이 곳을 황홀해 하니까"
그는 나를 테라스의 나무의자에 앉힌다 그 의자마저도 하얀색이였다
페인트 칠을 해서 하얀 것이 아닌 진짜 하얀 나무로 만든 의자같았다
"사실 너없는 이곳은 뭣도 아닌데 말이야"
내가 어리둥절하고도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이내 씁쓸한 표정을 숨기고 입을 연다
"난 제임스야 반가워 J.
일단 첫번째 너는 이곳이 처음이 아니야 너에게 대뜸 키스하는 날 보며 놀랐겠지"
"넌 그저 이 전의 기억들을 잊은 것 뿐이야
걱정하지마 내가 모두 기억하고 있으니까"
"..."
"두번째, 너는 항상 지치고 힘든 상태가 되면 나와 만나게 된다는거야
..그게 왜 그런지는 몰라 그냥 너와 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으니까 그냥 직감적으로 알 뿐이야"
"요즘 네가 자주 찾아와 나는 네가 자주와서 좋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돼 그만큼 네가 힘들다는 거니까 말야"
그는 익숙한듯 말하며 내가 가진 궁금증들을 풀어간다 중간중간 그가 짓는 씁쓸한 표정은 나도 왠지모르게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세번째는..
나는 너를 사랑해"
"너도 마찬가지야 처음엔 그런 눈을 하다가 곧 나를 사랑하게 돼 왜냐면 이건 그냥..직감이거든"
꿈이다 이건 꿈이 아니고서야 이럴리가 없다
하지만 왠지 꿈이라고 내가 입 밖으로 내면 안 될 것같았다
그 직감인지 뭔지가 발동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꿈이라고 말하면 저 남자가 싫어할 것 같다는 느낌
"내가 너를..사랑하게 된다고?"
"그래"
"어떻게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데?"
"증명해보라는 눈빛이네"
그는 오두막으로 들어가 뭔가를 부시럭거리는 듯 싶더니 이내 낡은 액자를 하나 들고 나온다
"네가 그려준 나야"
그가 조심스럽게 내민 액자 속엔 그의 청량한 미소가 담긴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하지만 난 그림의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인데"
"아냐 J. 너 그림 잘 그려 사실 여기서 네가 못하는 것은 없어 되지 못하는 것도 없지"
그는 액자를 들고 있는 내 손에 살짝 입을 맞춘다
"J, 네가 이 곳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욕심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난 네가 필요해 넌 내게 절대적인 존재야"
"너를 멍청하게 기다리는 것도 이젠 지치려고 해"
"나를 이 환상처럼 보이는 곳에서 구해줘 너만 있으면 돼"
"늘 같은 사람과의 새로운 시작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이 것이 반복된다면 그야말로 여기가 지옥이겠지"
애원조였다 그는 내게 애원하며 내 손을 꼭 붙잡았다
내 손을 놓치면 나를 영영 잃어버리기라도 할 것 마냥 붙잡고있었다
그는 곧 울상이 되었고 이내 블루홀처럼 새파란 그의 눈에선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눈물이 몇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그는 무서운 귀신을 마주하기 두려운 아이처럼 눈을 감았다
"네가 필요해"
2. D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쯤이나 될까, 눈을 뜨니 그 곳은 온통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회색 잔디를 간질였고, 달은 잿빛으로 반짝였다
창백한 자작나무엔 몇 개 안 되는 이파리들이 간신히 매달려있었다 그 나뭇잎들은 모두 옅은검은색
현실이라면 참으로 이상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딱히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아무래도 꿈이 아닐까
"너는 너무 말이 많아"
저 남자, 고고한 학마냥 긴 다리를 꼰 채 앉아 오묘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한다
"미안 생각이 많다는 얘기야"
푸른 눈의 이질감, 분명 나와는 다른 인종인 것 같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이해가 되는 이 이상한 기분
꿈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는 사실에 의아할 때 쯤, 그제서야 그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너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얼굴에 다 티가 나니까, 읽혀 너의 생각이"
그리곤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협탁에 있는 와인잔을 들어 향을 음미한다
"지 세상이란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고 말이야"
"모르겠다는 그 얼굴도 이 나지만, 사랑스러운 건 어쩔수 없다는 것도 아"
남자는 내가 누워있던 침대의 벨벳 담요를 쓸어올리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건 어때,
여기서 나와 함께 사는거야 영원히"
"네가 살던 세계는 버리고 오자 싸움, 병, 스트레스, 우울감 기분 더러운 것들만 있던 그곳보단 여기가 낫잖아"
"네가 꿈꾸던 게 이거 아냐? 유토피아"
"니가 원하던 것, 다 줄 수 있어 물론 되고 싶은 것도 될 수 있지"
"날 이렇게 희롱하고 놀려먹는 여왕님이라던가,"
"한 시라도 곁을 떠나지 않는 왕자가 있는 공주님같은 것들 말이야"
그는 나의 턱을 긴 손가락으로 들어올렸고, 나는 그의 말에 하나도 반박할 수 없을 뿐더러 입을 여는 것 조차 못했다
어쩐일인지 내 입술은 달싹이기만 했고, 그런 나를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 했다
"J, 힘들면 쉬어도 돼"
"어차피 얼마 안 가 다시 나를 찾아올거잖아"
"찾아와서 그 빌어먹을 아무것도 모르는 눈으로 다시 나를 보고, 나를 모르는 사람 취급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낯익은 느낌에!"
"...다시 나를 좋아할 거면서"
"기억하지 못할거면 왜 돌아오는거야 왜 날 사랑하는거야"
"거기서 행복하기라도 해야지 날 잊을거면 잘 살기라도 해야지"
"왜 넌 힘들 때마다 나를 보러오는건데"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자 그는 지나치게 흥분한 자신을 알아챈 듯 낮게 욕을 읊조린다
"shit"
그는 돌아서 이마를 짚는다 그리곤 담배에 불을 붙이는가 싶더니 이내 하얀 연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한참을 서로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을까, 그가 잔디에 담배를 내던지더니 담배 한 가치를 더 꺼내 물었다
"...아이같아"
"..."
"넌 니 하고싶은 말만 하고, 자기 분에 못이겨 화를 내 그게 내가 여기서 눈뜨고 본 전부야"
"니 말대로 내가 너와 초면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런 너를 찾아오지 않을거야 이렇게 망가진 모습의 인연은 찾고싶지 않아"
왠지 직감적으로 다 알 것 같았다 그냥 느낌
왠지 저 푸른 눈의 남자와 초면이 아닐 거라는 느낌, 재밌게 놀았던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언젠가 깊이 사랑에 빠졌던 것 같은 느낌
"...너는 그 침대에서 눈을 떴어"
"그리고 살갑게 웃었지"
"물론 나는 네가 누군지 몰랐어 그 날 너라는 존재를 본 게 처음이였으니까"
"하지만 너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환하게 웃었지 나도 네가 누군지 모르면서 환하게 웃었어"
"이 잿빛 세상에 유일하게 살아숨쉬는 생명체"
"그게 너였어"
"그게 내가 여기서 숨쉬며 본 전부야"
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덮인다
파란 눈에서 뿜어나오는 색채가 사라지자 주변은 옛날 흑백영화를 보는 것 마냥 온통 회색빛이었다
그가 눈 감은 세상은 이런걸까, 달빛을 받은 자작나무만이 창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이내 무언갈 결심이라도 한 건지 눈을 뜨며 말했다
"좋아, 다시 시작하자"
"반가워 J, D라고 해"
※ 막이슈 첫 글이라 떨림 .((((((유리심장))))))